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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복잡한 탄산수 이야기

2016년 7월 14일 — 0

탄산수를 처음 마셨을 때의 따끔거렸던 목 넘김은 계속 경험할수록 이내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탄산수 열풍이 일 정도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매력은 무엇일까.

© 박재현
© 박재현
탄산수의 달콤한 자극

언어는 과학적이면서도 비과학적이다.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언어는 특히 그렇다. 탄산수가 혀를 쏘는 감각은 상쾌함보다는 고통에 가깝다.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안면과 혀의 삼차신경을 따끔따끔 자극하여 가벼운 통증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탄산수의 맛을 시원하다고 여긴다. 얼큰한 국물을 입에 넣고 “시원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맵고 뜨거운 음식도 사실상 통증 유발자이지만, 적당한 통증은 입에 침을 고이게 하고 상쾌함을 준다. 과학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보더니스David Bodanis의 말마따나 달콤한 고통이자 달콤한 따끔함이다.
누구나 탄산의 톡쏘는 맛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달콤한 맛의 청량음료와 달리, 어린이가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탄산수를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탄산수를 좋아하게 만들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음식은 상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이를 좋아하게 되기는 쉽지 않다. 동물이 탄산수를 기피하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현상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탄산수를 좋아하는 건, 사람,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 중 일부의 특성이다. 왜 탄산의 고통을 즐기는 것일까? 아직 분명한 답을 알 수는 없으나 유력한 가설 하나는 매운맛과 유사한 롤러코스터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이 실제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부정적인 경험에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뀌고, 이내 그러한 자극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여름철 시원한 탄산수를 즐기는 사람의 뇌는 롤러코스터와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의 뇌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다.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험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을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탄산수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

지난해 탄산수 시장의 매출액은 800억원, 올해는 시장이 50% 더 커져서 매출액이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에 모험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갑자기 늘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도 탄산수가 건강에 좋다는 말 때문인 듯하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피부에 좋다, 소화불량에 특효다, 변비에 좋다, 미네랄이 풍부하다 등의 다양한 입소문에 이끌려 탄산수를 점점 더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처럼, 탄산수에 대한 대부분의 속설도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예를 들어 탄산수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매우 오래된 것이지만, 이를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식사 뒤에 속이 답답할 때 탄산수에서 생겨나는 이산화탄소 기체가 트림을 하도록 도와주어서 시원한 느낌을 줄 거라는 추측이 전부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탄산수가 위를 가스와 물로 채우면 그만큼 공간이 줄어들고 포만감을 주어 덜 먹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위에 풍선을 넣어 인공적으로 빈 공간을 줄여줘도 포만감을 늘려주거나 식사량을 줄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탄산수가 위장 운동을 촉진시킨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탄산수로 인한 트림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니 피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어떤가? 2010년 미국에서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내린 결과, 탄산음료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직접적 증거는 미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잔뜩 먹고 나서 탄산수를 들이켜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과식으로 위가 풍선처럼 부푼 상태에서 가스가 차오르면 문자 그대로 배가 터져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외과학 연보(Annals Of Surgery)라는 학술지에는 그런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되었는데, 효모로 가득한 맥주를 마시고 사망한 사람,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먹고 사망한 사람, 베이킹소다를 먹고 사망한 사람까지 과식 뒤에 배가 터져 죽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위험 요인으로 위 속에서 발생한 가스가 지목되었다. 탄산수에 녹아 있는 가스의 양은 앞서 열거한 사례보다는 적으니 탄산수 몇 모금으로 배가 터질 걱정은 없다. 하지만 과식하고 나서 소화를 위해 탄산수를 원샷하기보다는 적당히 먹다가 멈추고 음식이 소화되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모두 인공탄산수의 얘기며 천연탄산수는 다르다”는 주장도 종종 들린다. 우선 맛으로 보면 천연탄산수와 인공탄산수를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경우 천연탄산수보다 인공탄산수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탄산수의 경우 농도 조절이 어려워 사람들의 선호도에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천연탄산수에 미네랄이 더 많이 녹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탄산수에는 탄산이 녹아 있는 만큼 산도가 높고, 그로 인해 미네랄이 녹기에도 더 좋은 조건이 된다. 루이 14세가 즐겨 마셨다는 한 탄산수에는 1L당 300mg이 넘는 칼슘이 들어 있다. 워낙 고가여서 같은 분량의 칼슘을 알약으로 섭취할 때보다 60배 정도 비싸다(알약 속의 칼슘도 대개 굴 껍질과 같은 천연 원료로 만든다). 칼슘 섭취를 위해서는 인공탄산수에 칼슘 보충제 한 알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하지만 고가라는 바로 그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굳이 천연 탄산수를 고르는 사람도 제법 있다. 탄산수가 명품 가방이나 럭셔리 세단을 대신하는 셈이다. 불행히도 암반에서 자연적으로 미네랄이 녹아들었다는 이 탄산수에는 나트륨 또한 많이 들어 있어서 1L당 함량이 240mg에 달한다. 매일 마시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탄산수를 통해 바라본 식품 괴담의 진실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시대에도 음식에 대한 괴담은 왜 계속되는 걸까. 탄산수를 보면 답이 보인다. 음식이 지니고 있는 속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건강에 좋아 보이기도 해로워 보이기도 한다. 트림을 유발하는 탄산수의 속성은 소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위에 지나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천연탄산수는 산도가 높은 덕에 미네랄 함량이 높지만, 그중에는 우리가 더 많이 섭취하기 원하는 칼슘뿐만 아니라 피하고 싶은 나트륨도 있다. 미네랄을 잘 녹이는 탄산수의 속성은 탄산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치아를 부식시키는 위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관점에 따라 위험 또는 유익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은 적당히 즐길 줄 아는 느긋한 태도다.
<수상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Montaigne가 살던 16세기에도 탄산수(온천수)의 효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탄산수를 마셔서 기적같은 효험을 본 일은 없다면서 “내가 어느 때보다 좀 더 유의해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믿고 있는 효과에 관한 내용의 모든 소문들은(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것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기 때문에) 근거가 박약하고 거짓인 것을 알았다”고 썼다. 그렇다고 해로울 것도 없었다. 몽테뉴의 관점에서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은 “자연스럽고 단순하며 쓸데없는 일이라고 해도 적어도 위험하지 않은 것”이다. 자연이든 인공이든 탄산수에 대단한 효능은 없지만, 그렇다고 탄산수를 마시는 게 해로운 일도 아니다.
식품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람의 본성 때문이다. 4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건만, 몽테뉴가 지적했던 자기가 바라는 것만을 보려 하는 인간 특유의 성향은 그대로인 것이다. 반대로 그런 인간이기에 탄산수의 톡 쏘는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이나 그걸 먹고 사는 인간이나 양면성으로 가득한 복잡한 존재들이지만, 삶이 더 즐거운 것은 그런 복잡함 덕분이다.

text 정재훈 — edit 권민지 — photograph 박재현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일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과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잡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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