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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훈 셰프와 에스테번

2016년 6월 28일 — 0

주방 밖에서 요리할 수 있는 셰프가 있을까. 적어도 송훈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의 레스토랑 에스테번에서의 17시간이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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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소통법
송훈은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의 심사위원으로 큰 인상을 남긴 실력파 셰프다. 미국 최고의 요리 학교라 불리는 CIA를 졸업하고, 미슐랭 3스타인 일레븐 매디슨 파크와 미슐랭 1스타인 그래머시 태번 등의 레스토랑에서 수 셰프로 일했다. 국내에 들어온 뒤에는 SG다인힐 꼬또의 총괄 셰프로 근무했다. 알다시피, 실력자는 으레 정교하고 묵직한 일을 한다. 지닌 카드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매일 경신되는 재능을 표출할 매개체를 찾아 헤매고, 결과적으론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다. 그런 셰프의 레스토랑에 가면 메뉴판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한데 도산공원에 오픈한 에스테번의 메뉴는 너무 쉽다. 감자튀김, 미트볼, 리소토, 프라이드치킨, 도넛, 버거, 팬케이크, 스테이크와 같이 흔한 메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에스테번에서 17시간 넘게 머문 뒤 생각은 달라졌다. 치킨은 그간 알던 치킨이 아니었고, 미트볼도 그 미트볼이 아니었다. 건강하면서도 기발한, 정교하면서도 과학적인 요리였다. 그리고 하나더,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하나단순한 것이 없었다. 그냥 구울 수 있는 오리는 장기간 에어 에이징Air Aging했고, 그대로 쓸 수 있는 빵가루는 마른팬에 굽듯이 볶아 수분을 완벽히 날렸다. 고기를 구울 땐 직접 만든 실버스톤유를 발랐으며, 미트볼은 좀 더 부드럽게 하려고 탄산수를 넣었다. 그간 알고 있던, 인스턴트로 대변되던 미국 음식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생각했다. 대체 미국 요리란 무엇일까. “소울 푸드죠. 1700~1800년대, 남북전쟁 시대에 먹었던 음식이요. 원래 미국은 흑인과 인디언이 살았던 곳이잖아요. 그러다 유럽 사람들이 넘어오며 멜팅Melting이 된 거고요. 미국식은 텍사스, 뉴올리언스 등의 남부식 음식을 뜻합니다.” 에스테번은 풀면 ‘송훈의 선술집’을 뜻한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칸 다이닝을 선보이는 곳인 것이다. 서양의 불맛을 내는 참나무 그릴에 동양의 불맛을 내는 웍도 함께 쓴다. 양파를 볶을 땐 웍을 사용해 불향을 내고, 드레싱은 서양적인 화이트 발사믹 비니거를 넣기도 한다. 안 그래도 친숙한 미국요리가 익숙한 동양의 맛을 갖췄고, 그 맛이 최고에 달할 수 있도록 셰프의 실력까지 가세했다. 대중적인 맛에 최고의 기술을 더하는 것, 그것은 대중과 소통하는 고수의 친절한 소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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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는 어떻게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된 걸까. 그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외할아버지가 요리를 하셨어요. 새마을호 음식을 총괄하셨죠. 그때는 기차가 느리게 달리던 시절이라, 기차 안에서 음식을 팔았거든요. 아버지는 야구 선수였는데 주말마다 취미로 요리를 즐기셨고요.” 하지만 요리를 즐기던 그들은 막상 요리를 하겠다는 그를 말렸다. 요리하는 사람이 ‘주방장’이나 ‘요리사’로 불리던 시절이라 그랬다. ‘셰프’로 불리는 지금의 호시절과는 달랐다. ‘요리사’라는 단어에 존경은 없었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 사회적 지위도 터무니 없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에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어머니를 설득해 몰래 미국 CIA에 진학했다. “어머니가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이 아들 뭐 하냐고 물으면, 그냥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그러셨대요. 그 말을 듣는데 무척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마스터셰프 코리아 4>에 출연하고 난 뒤 내아들이 이런 요리를 하고, 이런 위치에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너무 기분 좋으시다고(웃음).” 사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4>출연을 결심한 건 암에 걸린 아버지 때문이었다. <올리브쇼>에 나온 셰프의 모습을 보고 그의 아버지가 기뻐했고, 그런 아버지를 계속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 방송에 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은 마약 같은 것이라며, 본업인 요리에 좀 더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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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마이어Danny Meyer와의 만남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대니 마이어와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송훈 셰프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앞으로의 구체적인 목표를 성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대니 마이어는 미국의 유명 사업가다. 30년 전 유니언 스퀘어 카페를 시작으로 블루스모크, 그래머시 태번, 마이 알리, 일레븐 매디슨 파크, 쉐이크쉑 등 다양한 레스토랑을 오픈했으며 ‘다 브랜드 원 점포’를 사업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니 마이어는 그래머시 태번에서 근무할 때 만났어요. 그는 아주 부드러운 CEO예요. 처음에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전체 미팅을 하거든요. 신입 직원이 본인이 살아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면, 대니 마이어는 앞으로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에 대해 알려주죠. 그런데 (각기 앉은) 자리의 위치가 특이해요. 한국은 교탁식으로, 일자로 앉잖아요. 한데 거기는 원형으로 앉아요. 눈높이도 똑같고요. ‘너와 나의 큰 차이는 없다, 우리는 그냥 하나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막내 스태프들을 불러놓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게 그와의 첫 만남이었죠.” 대니 마이어는 사소히 지나칠 수 있는 동양인 막내 스태프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안부를 물었다. 특이한 점은, 그가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시 한다는 것. 그러면 그 혜택이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리라 믿는다. 이 때문에 일정 수입 외의 돈은 직원들에게 모두 복지로 되돌려준다고. “그래서 뉴욕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니 마이어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어 해요. 거기서 있다가 나오면 인정해주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레스토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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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밖에서 요리하는 셰프
어릴 적 CEO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주방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는 에스테번을 시작으로 5년 내에 5개의 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셰프 출신의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 아래 셰프들을 두고, 그들에게 저의 창의성과 지식을 전해서 음식을 대변하게 하고 싶어요. 저는 운영만 맡고요. 그게 바로 미국 시스템이에요. 물론 병행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원히 주방에서만 요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셰프로서의 그것이 그의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음식과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요리사면서 왜 요리는 안하냐? 그걸 깨뜨리고 싶어요. 셰프라고 꼭 요리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에요. 요리라는 두 단어를 위한 사람이 돼야하는 거죠.” 그는 갓 오픈한 레스토랑 때문에 며칠간 잠을 못 잤다며, 지금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소믈리에를 붙잡아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마케터와 틈틈히 레스토랑에 대한 미팅도 가졌다. “첫 매장이 성공적이야 후발대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움직이는 자금력도 만들 수 있고요. 그래서 (에스테번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요. 아직까지는 느낌 좋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송훈 셰프와 에스테번은 현재 풀가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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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번
도산공원에 위치한 아메리칸 그릴 다이닝 바다. 바 형태로 된 1층과 다이닝 분위기의 2층으로 구성됐다.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미국 음식과 그릴 요리, 다양한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점심: 잠발라야 1만2000원, 해산물검정파스타 1만6500원, 에스테번프라이드치킨 1만8000원 리코타팬케이크 1만7500원
저녁: 스윗브레드튀김 1만5500원, 홀로스팅오리 6만9500원, 브란지노 3만1000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6-11
• 02-518-5505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영기, 정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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