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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의미@김정범

2016년 7월 7일 — 0

맛의 여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에 미식의 의미가 있다.

text 김정범(푸디토리움)

서울 토박이인 내가 해운대에 정착한지 어느새 수년이 흘렀다. 주위 지인들은 아직도 가끔 부산에 살게 된 이유를 묻곤 한다. 그 이유들이야 늘어놓자면 한 보따리겠지만 사실 그 계기는 공교롭게 방아잎과 산초 가루에서 시작됐다. 유학 시절 잠시 한국에 돌아와 경남지역을 여행하던 중 방아 잎과 산초가루가 어우러진 탕 맛을 보고 반해버렸다. 방아잎과 산초 가루를 구하고 싶어 서울의 시장을 돌아다녔지만 당시에는 요즘과 달리 좀처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던 중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귀국을 하면 방아 잎과 산초 가루를 자주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고. 지금도 향신료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 해외를 여행할 때면 항상 도시의 시장에서 몇 가지를 사오곤 한다. 산초 가루를 찾아다니면서부터 생긴 작은 습관인데 이제는 삶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나는 여행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을 뿐더러 특별히 음식에 관해 다양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 뉴욕과 보스턴에서 꽤 긴 시간을 머물며 한국 음식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틈틈이 국내를 여행하며 큰 도다리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미역국을 맛보고 미역국에 생선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식으로 말이다. 서울에 살며 흔히 봐왔지만 그다지 흥미 없던 대구탕이 생대구로 끓였을 때 전혀 다른 기막힌 맛을 내게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것이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도. 시장의 단골 가게에서 생선회를 썰어 김치냉장고에 하루 이틀 숙성해서 먹는 습관도 생겼다. 한창 마블링만을 소고기의 가치 척도로 열 올리던 시절, 노포들에서 맛본 기름기 적고 잘 숙성된 소고기의 놀라운 맛에 많은 생각이 스쳐가기도 했다.

이렇듯 뒤늦게 깨쳐가며 배운 맛과 경험은 그 자체로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음식을 통해 낯선 문화들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그 편견에 대해 직접 마주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생선회는 항상 갓 잡은 싱싱함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든가, 항상 가장 적은 간장과 생와사비로 그 본연의 맛을 즐겨야 한다든가, 비싼 횟집에서만 좋은 생선을 접할 수 있다는 등등의 것들.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숙성회는 또 다른 멋진 맛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선은 시장 횟집에서 푸짐하게 뼈째 썰어서 초장에 듬뿍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뿐만 아니라 제철 생선을 그 음식의 종류에 맞게 골라 요리하는 것이 그 어떤 유명 횟집에서의 음식보다 큰 즐거움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나 우리가 즐기는 소고기의 마블링에 대한 시선도 단지 취향과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음식 문화에 대한 알 수 없는 경계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편견과 이해의 오류에서 기인한 경우도 역시 참 많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어떤 음식이 유명하다’ ‘어떤 곳에서는 이런 식의 식자재가 유명하다’ 이런 말들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 음식의 종류나 그 식자재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문화가, 그 지역이 더 발달하고 성숙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어쩌면 우리의 이런 편견이 음식과 식자재를 그 어느 때보다 어디서든 빠르고 가깝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각 도시의 노포가 존재하게 만드는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미식에 대한 관심은 사람들을 소통하게 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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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은 푸디토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영화 음악감독, 프로듀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제1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 후 팝재즈밴드 푸딩의 리더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SBS 파워FM <애프터 클럽>의 DJ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신여대에서 현대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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