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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역 음식의 재발견, 제주

2016년 6월 27일 — 0

제주도는 사계절 내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후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특별한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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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미식예찬>이라는 저서를 남긴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식가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은 “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의미가 조금 변질되어 영어로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로 번역되기는 했지만 지역 음식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표현이고, 제주 사람과 제주 음식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합한 말이다. 제주도는 면적 1833.2km2, 인구 64만1355명(2015년 말 기준)의 특별자치도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동서 73km, 남북 40km, 해안선은 258km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이다. 사계절 풍부한 해산물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농작물, 육지에서 다른 식자재가 반입되기 어려운 섬의 특성상 제한된 식재료들은 제주 음식 문화의 환경이 되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해산물에는 특별한 요리과정이 필요치 않았고, 늘상 바다와 싸우며 바람, 돌이 많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느라 바쁜 주민들은 요리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었다. 때문에 제주 음식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재료들로 만드는 간단한 음식들이다. 이러한 전통은 연간 1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지금도 큰 변함이 없다. 관광객들이 찾는 음식점과 제주 현지인들이 찾는 음식점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의 식재료를 대표하는 음식들은 자리회와 자리물회, 옥돔구이, 생선회, 성게국, 전복죽, 몸국, 빙떡, 해물 뚝배기, 갈치호박국, 말고기, 꿩토렴과 꿩메밀국수 등을 꼽을 수 있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주식으로 삼는 군소는 내장을 빼내 삶아 초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는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주식으로 삼는 군소는 내장을 빼내 삶아 초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는다.

지한봉 마라도 도지사島知事
마라도의 주민은 22가구 109명이 전부다. 모슬포항에서 정기여객선이 다니며 이것이 주요 교통수단이다.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이 작은 섬이 유명해진 것은 ‘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연상되는 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 때문이다. 외지인들에게 마라 도라는 단어가 짜장면으로 인식된 것처럼 현재 이곳에는 9곳의 짜장 면집이 성업 중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이 고향인 지한봉(60세) 마라도 이장은 마라도 도지 사로도 불린다. 1980년부터 마라도에 정착해 37년째 살고 있으며, 1990년부터 마라도 이장 일을 맡아 섬을 위해 봉사한 이래 지난 3월 후임에게 물려주기까지 26년 중 14년을 이장으로 일했다. 배도 다니지 않고 빗물을 받아쓰던 외딴 섬에 선착장을 만들고, 중수시설과 태양열 발전 설비에 이르는 크고 작은 모든 편의 시설들을 설치해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섬으로 발전시켜온 데는 도지사로 불리며 일해온 그의 노력 덕분이다.
지한봉 이장의 아내를 포함해 마라도에는 12명의 해녀가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 해녀들이 우리나라 최남단 청정 바다에서 채취하는 소라, 전복, 성게, 자리돔 등은 주민들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맛볼 수 있는데, 소라의 육질은 꽁꽁 얼음처럼 단단하며 바다 향이 그득하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싱싱함은 이곳이 마라도임을 실감하는 국토 최남단을 찾은 보상일 터다. 톳과 미역 등 해초류는 돌아오는 길에 선착장 옆 마을회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전복, 문어, 소라, 해삼, 멍게, 미역의 모둠회.
전복, 문어, 소라, 해삼, 멍게, 미역의 모둠회.

남경미락의 다금바리
남경미락은 제주 최고의 다금바리 횟집이라 불릴 만한 곳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삼방산 해변가의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곳은 김상학 대표의 고향이자, 제주 다금바리의 고향이기도 한 곳. 다금바리는 한곳에 정착해 집(굴)을 정해놓고 사는 대표적인 정주어 定住漁인데 자연 지형이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용머리 바위에서 형제섬에 이르는 만灣은 수심이 깊고, 해저海底에는 크고 작은 현무암 동굴들이 있어 다금바리에게 완벽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다금바리는 소라, 전복 등을 먹으며 향기를 지닌 생선으로 자란다. 잡히는 숫자가 워낙 적어 귀하신 몸이며, 가격 또한 비싼 편인데 무엇보다 산지인 제주도에서조차 능성어 같은 생선이나 수입된 생선들이 다금바리로 팔리고 있어 맛을 보려 해도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생선이다.
김상학 대표는 진품 다금바리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제주산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항상 내일을 생각하는 업소입니다”라는 철학이 담긴 메시지와 함께 그가 취급하는 제주산 고급 어종의 가격을 수족관 위에 정확하게 표시해놓고 있다.
다금바리회가 나오면 우선 아무런 양념 없이 몇 차례 생선회만 맛보도록 권한다. 그것이 다금바리의 향을 맛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그러고나서 그가 만든 특제 어간장(멸치액젓+참조기액젓+민어+제주특산 청콩 된장으로 수년간 숙성)에 살짝 담가 맛을 보면 향과 향이 더해져 맛이 더욱 깊어진다. 음식은 삶의 반영이며, 세월 지나며 쌓여온 것들이 열매로 표현되는 것이라 어릴 적부터 뛰놀던 고향을 지켜온 사람들이 만드는 성취는 아름답다.

최고급 생선 다금바리는 버리는 부위가 없다. 살은 물론이고 볼살, 입술, 간, 껍질 등도 회로 먹으며 뼈를 고아 맑은탕이나 된장을 넣은 국으로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다.
최고급 생선 다금바리는 버리는
부위가 없다. 살은 물론이고 볼살, 입술, 간, 껍질 등도 회로 먹으며 뼈를 고아 맑은탕이나 된장을 넣은 국으로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다.

덕승식당 옥돔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종을 들라면 아마도 명태일 것이다. 이름도 다양해서 생태, 북어, 코다리, 동태, 황태, 노가리 등으로 불리는데 세세히 따지면 쉰 개가 넘는 이름으로 불린다. 요즘은 동해에서 잡히지 않는 귀한 생선이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흔하게,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가족들의 밥상, 술안주, 잔치, 제사상에 이르기까지 값싸게 먹을 수 있었던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이다.
제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무엇일까. 제주에서 생선이라 하면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옥돔을 지칭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식용 어류 전체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만큼 옥돔은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이다. 흔하기는 하지만 고급 어종이라 자주 먹지 못하며 제삿날이나 생일에 미역국에 옥돔을 넣어 끓인다. 귀한 대접과 사랑을 함께 받는 생선이지만 살에 수분이 많아 무르기 때문에 식감이 떨어져 생물보다는 말려서 유통된다. 수분이 날아가면 무르던 살이 단단해지면서 맛있는 생선이 된다.
덕승식당은 싱싱한 옥돔국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재료는 세 가지뿐이다. 당일 잡은 신선한 옥돔과 채 썬 무를 함께 끓이다 파를 다져 올리면 조리가 끝난다. 달콤시원하며, 감칠맛이 그득한 옥돔국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재료의 승리다.

덕승식당
덕승식당

text 김옥철 — photograph 김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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