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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덴 정호영 셰프

2016년 6월 9일 — 0

그는 ‘맛있는 요리’라는 한 가지 꿈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쌓아온 17년의 내공은 그를 더욱 유연하고 견고한 셰프로 만들었다.

© 김영기
© 김영기
부드러운 카리스마

몇 년 전, 서교동 일대에 미식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소위 말해 ‘칼 맛 좋은 집’이 있다는 것. 그곳은 이자카야 카덴·로바다야 카덴·우동 카덴(이하 카덴)을 운영하는 정호영 셰프의 레스토랑이었다. “인기 비결이요?(웃음)글쎄요. 노력이야 뭐, 많이 하죠. 하지만 특별한 비결까지는….” 그는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꼈다. 그런 그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24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의 일이다. 칼자루를 쥐는 손놀림에서 세월의 내공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요리를 시작한 것은 누나의 조언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서교동 일대에서 40여 년간 음식 장사를 하셨어요. 그런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고요. 괜찮을 것 같았죠.” 그는 바로 요리학원에서 한식, 양식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일하는 것은 나이를 더 먹은 뒤에도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소개를 통해 이자카야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요리는 하면 할수록 쉽지 않았다.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배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29살에 일본 유학을 결심했죠. 조금 늦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어요.” 일식은 화장을 할 수 없는 음식이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재료 자체가 신선하지 않으면 맛있기 힘들다. 또한 각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서 다루는 기술은 오랜 학습을 필요로 한다. 1년 6개월간 오사카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 그는 츠지조리 사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정통 일식의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 김영기
© 김영기
카덴의 시작

졸업생 동기들과 이자카야 ‘카도야’를 오픈했고, 이후 독립해서 오픈한 것이 스시 카덴이다. “카덴은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 있던 실습실 이름이에요. 그곳에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도 되어보고, 손님처럼 앉아 상대방의 서비스도 받아봤죠. 홀 서비스도 해보고요.” 그런데 스시야를 운영하면서 생각지 못한 고민이 생겨났다. 제철 재료도 사용하기 힘들었고, 메뉴에 내는 재료도 정해져 있었다. 재료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단골 손님에게 선보일 수 있는 음식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금 이자카야를 꿈꿨다. 욕심 많은 그에게 이자카야는 한계없는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알다시피, 이자카야는 정통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탈리아 요리나 한식과 믹스를 한 퓨전 일식을 내도 너그러이 허용하는 관대함이 있다. 그렇게 이자카야 카덴이 탄생했다. “한우 스지(힘줄)는 일본식으로 조리할 땐 간장, 된장을 넣어요. 그런데 먹어보니 좀 느끼하더라고요. 토마토소스를 응용해 보기도 했죠.” 그 외에도 봄이면 두릅으로 튀김을 내고, 크림소스로 짬뽕을 만드는 등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재료를 정해 요리 콘테스트도 했다고. “주방 직원들이 하고 싶은 요리를 만들어서 같이 먹어봐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로의 조리법을 공유하며 공부도 할 수 있고요.” 콘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아이디어가 좋은 건 새로이 다듬어서 메뉴로 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만뒀는데, 예전 막 내가 굴로 만두를 만들었어요.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생각했죠.” 콘테스트는 현재 이전한 가게가 안정을 찾으면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자카야가 끝이 아니었다. 그는 로바다야 카덴, 심지어 우동 카덴까지 오픈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취향을 확대해나간 것이다. “일본 유학 중에 제대로 된 우동을 처음 먹어봤어요. 이전까지는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먹어보니 전혀 달랐죠. 면이 참 놀라웠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쫄깃한 면은 접해보지 못했거든요. 어느 우동집에 가도 모두 자가제면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3개의 레스토랑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만의 비법은 무엇인지 슬쩍 물어보았다. “관리가 잘되는 곳도 있었고, 안 되는 곳도 있었죠. 제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요. 작년에도 문제가 좀 있었어요. 주방 직원이 동시에 그만두고, 책임자들만 남았거든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지다 보니,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게를 한곳으로 모아야겠더라고요.” 그는 몇 달 전 서교동에 이자카야 카덴과 로바다야 카덴을 합친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성향이 조금 다른 우동 카덴은 기존에 운영하던 곳에 그대로 두었다.
“로바다야는 ‘화로구이’라는 뜻이에요. 두 곳이 분리되어 있을 땐, 이자카야에서 내는 구이는 가스불로 구웠거든요. 그런데 둘을 합친 지금은 모두 숯불에서 구울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전문화되니 더 좋은 것 같아요.” 오전에는 우동 카덴으로 출근하고, 오후에는 이자카야&로바다야 카덴으로 출근한다. 그의 일상적인 일과다.

© 김영기
© 김영기
방송에 출연하는 일식 셰프

그는 최근 방송에도 출연하며 일식 셰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셰프가 방송을 하게 되면 유명세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레스토랑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가 방송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했다. “가게가 유명해지면 조금 힘들어도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섭외가 들어왔을 당시에는 방송에서 일본 요리를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일식 요리에 대한 인기는 꾸준하지만, 방송을 하는 일식 셰프는 많지 않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도제식의 엄격한 규율이 있는 일식에서 방송에 나가는 것을 ‘튀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일식의 경우 스시가 많다 보니,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도 비슷한 걱정이었어요. 게스트 냉장고에 회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죠. 그런데 회, 초밥 말고도 일본 요리는 얼마든지 있어요.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죠. 물론, 제가 일식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방송에 나간 건 아니죠. 일식하면 정호영? 그건 아니에요. 저보다 더 실력 좋고, 경력도 높은 분이 많으신데요. 그래서 더욱 부담감이 컸죠.”
그는 요리 열풍인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여지는 모습이 요리사들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 박봉을 받으며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하죠. 한 달에 겨우 두 번 쉬면서요. 인내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단지 자신의 가게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 과정을 이겨나가는 거죠. 공부하기 싫어 요리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에요. 요리사가 된 뒤에도 공부는 계속해야해요.” 그 역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간 날 때마다 요리 책을 보고, 1년에 서너 번은 일본에 가서 새로운 요리를 맛보기도 한다.
“요즘, 카덴에 갔더니 정호영이 없다는 소리도 들리더라고요. 3개의 업장을 운영하다 보니 이 가게에 있으면 저 가게에 없을 수 있거든요. 방송 스케줄은 하나밖에 없어요. 자리를 비우는 건 한 달에 두 번 정도거든요. 다른 방송에서도 섭외가 왔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저는 두 가지 일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서요(웃음).”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님들에게 더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결국 그 이유다. 그가 방송에 출연하고, 콘테스트를 통해 메뉴를 개발하고, 늦은 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고, 여전히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 거기에는 정말 ‘요리’밖에 없다.


세 군데의 카덴에서 맛볼 수 있는 화려한 디시를 소개한다.

© 김영기
왼쪽상단부터 1~6 © 김영기

1. 옥돔구이
로바다야 카덴의 옥돔구이. 일반적으로 반건조를 사용하는 데 반해 카덴은 싱싱한 생물 옥돔을 쓴다. 일단, 옥돔에 뜨거운 기름을 끼얹은 뒤 그릴에 은은하게 굽는다. 그다음 비장탄 숯불에 올려 다시 한 번 굽는다. 껍질까지 바삭하게 먹을 수 있으며, 숯불의 스모키한 향이 살아 있다.

2. 자루우동
우동카덴의 메뉴로, 채반에 올려 먹는 차가운 우동이다. 다시소스에 무 간 것, 실파, 생강을 섞어 소바를 먹듯이 적셔 먹는다. 차가울수록 면의 쫄깃한 식감이 강해진다. 여름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다.

3. 야마카케우동
야마やま는 산을 뜻한다. 우동에 마를 갈아 올린 모양이 눈 덮인 산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부드럽고 끈적이는 마와 면의 쫄깃한 식감, 다시의 감칠맛이 어우러지는 우동 카덴의 메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마의 식감을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대중적인 우동이다.

4. 사시미모리아와세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병어, 연어, 광어, 참다랑어 등살, 피조개, 찐 전복, 갯가재, 성게, 학꽁치, 단새우, 도미 뱃살. 제철 해산물을 손질해서 내는 이자카야 카덴의 모둠 사시미. 당일 수급되는 것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바뀐다.

5. 아보카도어란
직접 만든 숭어알 어란에 아보카도를 곁들인 이자카야 카덴의 메뉴. 어란의 감칠맛과 아보카도의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다. 안주로 좋은데, 니혼슈 같은 사케와 잘 어울린다.

6. 유바무시
두유를 끓였다 식히면 유바ゆば라는 막이 생긴다. 이자카야 카덴에서 내는 유바는 교토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죽순과 두릅, 아나고 위에 유바를 덮고 따뜻하게 찐 뒤, 걸쭉하게 만든 다시 베이스의 간장소스를 뿌려 먹는다.


일식 주점인 이자카야 카덴과 화로구이를 맛볼 수 있는 로바다야 카덴, 자가제면으로 만든 우동을 내는 우동 카덴이 있다. 정호영 셰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자카야 카덴·로바다야 카덴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73 거화빌딩 1, 2층
• 02-3142-6362

우동 카덴
•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7안길 2-1
• 02-6463-6362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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