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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다이어트의 진실 @정재훈

2016년 6월 9일 — 0

시리얼은 어느덧 대표적인 체중조절 식품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늘씬한 몸매에 시리얼은 과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걸까?

© 박재현
© 박재현
시리얼이 걸어온 길

어느 날 당신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다. 마트에서 뷔페식으로 음식을 차리라는 미션이다. 이때 가장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음식은? 바로 시리얼 섹션이다. 미리 가지런히 진열된 다양한 시리얼 박스를 뜯어 투명한 유리 그릇에 옮겨 담고 우유를 가져다두는 것만으로도 변신 완료다. 아침 식사로 시리얼은 호텔 뷔페에서건 마트에서건 자연스럽다. 가공식품을 그대로 내어놓는다며 투덜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선택만으로도 당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리얼에는 건강식품으로서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마트에 진열된 시리얼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같은 미국 출신의 햄버거, 콜라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1863년 아침 식사용 시리얼을 처음 발명한 제임스 칼렙 잭슨James Caleb Jackson부터, 20세기 초 시리얼의 대유행을 이끈 켈로그Kellogg 형제와 C.W.포스트에 이르기까지 시리얼이 건강식품이라는 주장은 일관성 있게 계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리얼이 소화를 돕는다는 잭슨의 주장과는 달리 밀기울이 섞인 그래눌라Granula(이후 이 명칭은 켈로그에 의해 그래놀라Granola로 바뀐다)는 너무 단단해서 하룻밤을 우유에 재워두어야만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정반대로 20세기 중반에는 소화를 돕는다는 똑같은 이유로 섬유질을 제거한 밀가루로 만든 시리얼이 주류가 되기도 했다. 죽은 뇌신경세포를 살리고, 신경 과민을 완화하며, 소화 불량과 피부 이상, 비만과 충치를 개선한다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었다. 참다못한 미국 정부가 업체들의 허위 광고를 중단시키고 나니 반대로 설탕을 가득 넣은 시리얼이 떠올랐다. 이처럼 한때는 설탕이 전체 무게의 절반을 넘는 시리얼이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구입하는 식품의 영양정보표시가 개와 고양이 사료보다 부족했음에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1970년 시민운동가 로버트 초트Robert Choate가 당시 시리얼 제품 대부분이 영양 성분의 구성이 보잘것없이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설탕에 대한 비난의 파도를 타고 시리얼에 대한 불만도 함께 커졌다. 그러나 제조사들이 비타민, 미네랄과 단백질로 발 빠르게 시리얼의 영양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시리얼은 다시 건강식품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리얼과 체중 감량

요즘 마트에서 판매하는 시리얼에는 체중조절용 조제 식품으로 표시된 제품들까지 있다. 포장지 뒷면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식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가감하여 조제된 식품”을 의미한다. 정확한 설명이다. 늘씬한 모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체중 감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이란 체중을 감소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체중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차이는 영양 성분의 구성이다. 보통 시리얼 1회 섭취 분량에는 단백질 함량이 하루 영양소 기준치의 4~5%에 불과하지만, 체중조절용 시리얼은 우유에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단백질, 칼슘, 철, 아연이 하루 영양소 기준치의 10% 이상이다. 여기에 8가지 비타민 함량이 하루 영양소 기준치의 이상이라는 조건도 추가된다(시장에 출시된 제품에는 대부분 비타민 D가 추가되어 9가지 비타민이 표시되어 있다). 체중조절용 시리얼을 40g씩 우유 200ml에 타서 먹으면 한 번에 220kcal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양을 하루에 4~5회가량 먹는다면 제품에 표시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량은 하루 기준치를 충분히 넘으면서도 열량은 1000kcal 내외가 된다. 쉽게 말해, 섭취 칼로리가 모자라니 체중은 줄어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충분하므로 건강에 해가 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시리얼 다이어트에 마법은 없다. 우유를 같은 양으로 하고 시리얼을 80g씩으로 늘리면 한 번에 섭취하는 열량은 400kcal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다섯 번만 먹으면 섭취 칼로리는 2000kcal에 달하여 체중이 줄어들기는 어려워진다. 여기서 더 먹거나 다른 음식을 추가하면 체중은 증가한다. 체중조절용 조제식품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건강 중심 문화의 맹점

“좋은 아침! 좋은 생각!” 시리얼 포장에는 아침 식사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물론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저명한 영양학자 매리언 네슬Marion Nestle은 성인에게 아침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지적한다. 네슬은 자신의 책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아침 식사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시리얼 회사의 후원을 받은 것이며, 시리얼 회사는 “사람들이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것이며 아침 식사는 곧 ‘곡물(Cereal)’을 뜻한다고 생각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저녁 두 끼 분량의 과식을 하고 나서도 굳이 건강 때문에 아침 식사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적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얼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올해도 여지없이 당류와 건강, 음식 문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리얼에도 당분이 많다. 체중조절용 시리얼에는 1회 제공량에 8~10g의 당류가 들어 있다. 세 번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당분 섭취 권장량 25g을 넘어선다. 그러나 최근 호주 캔버라대학교에서 시리얼에 대한 232건의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리얼을 먹는 것은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아이들이 달콤한 시리얼을 먹는다고 해서 비만이나 과체중의 위험이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8~9가지의 비타민 분말을 첨가했다고 해서 시리얼이 건강식이 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리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며 전체 칼로리와 지방의 섭취가 적고, 충치의 위험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자유로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 연구에서 인과 관계를 집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람보다 음식 선택이 덜 자유로우며 평생 조제식을 먹고 사는 애완동물들의 수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시리얼이 건강에 유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2년부터 2012년 사이의 미국 고양이 수명은 10%, 개의 수명은 4%가 늘었다. 사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오랫동안 먹을거리를 얻는 게 대단히 불안정한 환경에서 버텨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 맞다.
의식주에서 유독 음식에 대한 생각은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건강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채광이 좋으며, 온도 조절이 원활하고 통풍이 되는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최소 조건을 넘어서는 집이 건강에 더 좋은 건 아니다. 건강에 필요한 최소 조건을 갖춘 의복이 반드시 비싸야 할 이유는 없다. 먹어서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음식과 건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건강에 필요한 음식의 기준이 복잡하고 어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의 조건만 맞추면 된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그 최소한의 조건이 반드시 무설탕, 유기농, 무첨가물, 천연 식품인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집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이면 충분하다. 다만 그 최소한의 조건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논할 수는 없다.
우유에 말아 먹는 시리얼은 애초부터 맛보다 영양을 우선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식품이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필요한 모든 영양 성분을 농축시킨 알약이나 음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 한 잔에 알약만 삼키면 식사 끝.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건강과 체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인류가 쌓아온 음식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건강 중심으로 음식을 논하려 하는 시도는 그래서 위험하다. 건강은 문화에 비하면 너무 좁은 개념이다. 넓게 봐야 즐겁다.

text 정재훈 — edit 권민지 — photograph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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