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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역 음식의 재발견, 부산

2016년 5월 26일 — 0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국제무역항인 부산. 동래파전, 복어 요리, 생선회, 곰장어구이, 해물탕, 아귀찜, 재첩국, 밀면, 돼지국밥, 낙지볶음 등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도 많은 곳이다.

대한민국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면적 769.82km2, 인구 355만 9780명(2015년 말 기준)의 광역시. 동쪽과 남쪽은 바다이며, 북쪽은 울산광역시와 양산시, 서쪽은 김해시, 창원시와 접해 있다.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지만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크지 않아 살기에 쾌적한 도시다.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 피난처, 그 후의 경제 발전에 따라 국제 무역도시로 20세기에 급성장했다. 인적, 물적 교류의 증가와 함께 각 지역 다양한 음식들이 만나며 다이내믹 부산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음식 문화로 발전되었다.

정은우 동아대학 석당박물관장
정은우 동아대 석당박물관장. © 임학현
정은우 동아대 석당박물관장. © 임학현

석당박물관은 부산 최초의 대학 박물관으로 동아대학교의 설립자인 석당 정재환(1906∼1976) 박사가 수집한 문화재들로 1959년에 개관했다. 한국전쟁(1950∼1953) 중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유실,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시작한 수집은 부산의 ‘간송’으로 불리며 고고, 도자, 불교 미술, 서화, 민속에 이르는 3만점의 유물을 지켜낼 수 있었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동궐도(국보 제249호), 개국원종공신녹권(국보 제69호) 등의 국보 2점, 보물 12점 등 전국 대학 박물관 중 최고의 컬렉션을 갖고 있다.

정은우(60세) 석당박물관장은 2000년에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부임, 2011년부터 석당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정관장은 남다른 열정으로 ‘수장고의 발굴’을 통해 유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매년 특별전을 열어 부산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관람객이 찾아오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올해 초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관장은 부산 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의 문화 창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문화재청과 함께하는 ‘2016년 생생 生生문화재 사업’으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수준 높은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시민들의 문화 행복 지수를 증진시키고 있다.

정은우 관장은 음식에 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7년 동안은 공부를 접고 세 자녀의 뒷바라지, 먹일 음식 만들기와 상차림에 몰두했다. 무엇보다 자녀들의 이유식은 당시에 유행하던 ‘G’마크 상품보다 직접 식재료를 골라, 소고기와 채소, 과일을 다져 손수 만들어 먹였음을 강조한다. 미술사를 전공한 만큼 그릇 모으는 취미와 함께 만든 음식들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데도 관심이 많다.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는 음식과 테이블 세팅을 예술적인 안목으로 꾸미는데 신경을 쓴다.

“동궐도를 자세히 살피면, 각 전각에 부속된 부엌이나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화가들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상차림 해서 먹으면 더욱 즐겁습니다.” 남편은 대전, 아이들은 서울에 있어, 홀로 부산 생활을 하고 있는 정은우 관장은 밖에서 식사할 경우 오래되고 믿을 만한 음식점을 선호하는 편이다.

국보 제249호 동궐도.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궁궐 그림. © 임학현
국보 제249호 동궐도.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궁궐 그림. © 임학현
석당박물관 2016년 생생 문화재 사업

‘부산 모던 타임즈, 그 시절 이야기’라는 주제로 11월 말까지 ‘임시수도 부산 1023일간의 이야기’ ‘신나는 토요체험학습’ ‘석당박물관이 간다’ ‘쓰담쓰담, 유캔두잇You Can Do It!’ ‘문화유산 나들이’ ‘생생박물관 학교’ 등 9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포식당
복수육. 자연산이라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 임학현
복수육. 자연산이라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 임학현

부산 공동어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복국 전문 식당. 우리에게는 몇 대씩 이어온 노포老鋪(오래된 음식점)들이 많지 않은 탓에 1983년에 시작해서 34년째 한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면 노포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길가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는 3개의 탁자(6인용 1개, 4인용 2개)뿐이고, 구석 한편에 구분도 명확하지 않은 조리 공간이 있을 뿐이다. 주방장 겸 손님 접객까지 혼자 도맡아 일하고 있는 박옥순(80세) 대표의 정성으로 운영되는 집이다.

상차림은 복국, 복수육, 계절에 따라 내는 회(학꽁치, 밀치, 한치 등)가 전부. 회를 시키면 신선한 무채와 미나리, 미역을 접시에 수북이 얹어 주는데 아삭하고 신선해서 제대로 먹게 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등어자반, 어묵, 멸치조림, 젓갈 모두 맛있다. 음식을 주문받아 만들고서 빙하는 것 또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80세로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고 빠르다.

아는 사람들만 찾는 이 집의 복맛은 특별하지만, 박옥순 할머니는 특별할 것이 없다며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좋은 자연산 복만 쓴다. 둘째, 내가 하는 날까지는 이제껏 해온 방식 그대로, 전통만 가지고 한다.

TV 프로그램 중 <한국인의 밥상>은 식당을 소개하지 않고 가정집 요리만 선보인다. 복국은 가정에서 요리할 수 없는 음식이기에 최대한 음식점 같지 않은 곳을 선정하려다 보니 이 집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다른 방송이나 매체에서 소개하겠다고 종종 찾아오지만 “소문이 나면 손님들이 밖에 줄 서서 기다려야 해, 불편할까 싶어 다 거절한다”고 했다. 이 또한 이 집을 찾는 단골들에 대한 박옥순 할머니의 배려다.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란다. 남포식당은 맛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곳이며, 이 집의 복국은 배려의 음식이다.

검소한 주방은 할머니와 함께한 34년의 깊은 연륜이 느껴진다. © 임학현
검소한 주방은 할머니와 함께한 34년의 깊은 연륜이 느껴진다. © 임학현
보수동 책방 골목
보수동 헌 책방 골목. © 임학현
보수동 헌 책방 골목. © 임학현

부산시 중구 보수동 좁은 골목길에는 200m에 걸쳐 50여 곳의 헌책방이 몰려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구덕산과 보수동 뒷산에서는 피난 온 많은 학교들이 천막교실 수업을 했다. 당시 학생들의 통학로였던 보수동 골목은 언제나 북적거렸고 노점에서 미군들이 보던 헌 잡지와, 교과서, 참고서 등을 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때부터 하나둘 자리 잡은 헌책방들이 보수동 책방 골목의 원조다.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골목은 부산의 지식 창고이자 부산 문화의 상징이다.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으로 출판과 책을 읽는 습관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책은 여전히 지식을 담고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그릇이다. 하물며 책의 시간까지 함께 담고 있는 보수동의 헌책방 골목은 부산의 귀중한 지식문화 자산임에 틀림없다. 헌책방의 주인들은 각자이지만 보수동 책방 골목의 주인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시민 모두다. 이곳을 천천히 걸으며 사색할 수 있음은 부산 시민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헌 책방 골목은 야외 전시장이기도 하다. © 임학현
헌 책방 골목은 야외 전시장이기도 하다. © 임학현
우리글방 북카페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임을 강조하는 우리글방 노상길 대표(59세). © 임학현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임을 강조하는 우리글방 노상길 대표(59세). © 임학현

1987년에 시작한 우리글방은 올해로 29년째다. 책을 좋아하는 노상길(59세) 씨가 시작한 책방을 지금은 아내인 문옥희 대표가 맡아 헌책방 겸 북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책을 좋아해서 헌책방을 시작했고, 좋은 분들이 오기 때문에 책방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죠.” 입구가 두 곳인데 큰 도로변 문을 열면 1층이고 보수동 책방 골목 쪽에서는 지하 1층이다. 작은 공간도 나누면 더 커진다고, 계단과 1층, 2층, 3층으로 나뉘며 이어지는 서가에는 책들이 빽빽히 정리되어 꽂혀 있다. 책 향기와 음악이 흐르는 실내에는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먼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데 그 이유가 명확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진 찍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모든 책들이 배경이 돼버려요.” 손님들이 천천히 책을 보고 공간에 빠져들면서 헌책과 함께 옛날로 돌아가 지식과 세월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배려이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나갈 때는 사진을 찍도록 허락한다. 책방에 적혀 있는 ‘헌책방’이란 시의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촬영 금지’는 천천히 책을 보게 하고 싶은 문옥희 대표의 배려다. © 임학현
‘사진 촬영 금지’는 천천히 책을 보게 하고 싶은 문옥희 대표의 배려다. © 임학현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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