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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역 음식의 재발견, 무안

2016년 4월 22일 — 0

무안을 대표하는 음식은 많지만 그중 봄을 대표하는 음식은 세발낙지다. 무안의 갯벌을 즐기며 맛봐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참된 지역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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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와 양파의 고장, 무안
무안은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군으로 면적은 448.95km2다. 인구는 8만여 명으로 전라남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무안군 삼향읍 남악신도시에 전남도청, 무안읍에 무안군청이 자리 잡고 있다. 대체로 야산지대가 많고 평야가 적어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발달한 편이다.
무안반도라 불리는 바닷가는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선의 특성상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갯벌에서 어패류와 낙지가 많이 나온다. 무안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양파다. 우리나라 양파 생산량의 20%가 무안에서 생산되는 덕에, 무안의 어느 식당에 가도 양파김치를 맛볼 수 있다. 게르마늄과 미네랄이 풍부한 붉은 황토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양파는 단단하고 즙이 많으며 병충해에 강하다. 부드러운 단맛의 양파는 어떤 요리에 넣어도 음식 맛을 풍부하게 한다.
무안은 목포나 광주처럼 미식으로 소문난 도시는 아니지만,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무안을 찾아 세발낙지, 양파한우, 명산 장어구이, 사창 돼지짚불구이, 도리포 숭어회의 무안5미를 즐긴다. 그중 미식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맛은 단연 무안 세발낙지다. 유난히 낙지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무안 뻘낙지는 낙지 중의 낙지, 최고의 낙지로 사랑받는다.

© 이성일
© 이성일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보물, 명인명촌
명인명촌은 정두철(49세) 대표가 2008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숨어있는 우리 맛을 지키는 장인들을 발굴해 가꾸어온 전통 식품 브랜드. 강원도 양구에서 전직 언론인이 만드는 깐깐한 들기름부터 전라남도 강진의 군수 출신 매실 농사꾼, 양평에서 기업인이 빚는 10년 숙성 간장, 진도의 청정 지역에서 발효의 세계에 빠져들어 온 마음을 다해 빚는 식초, 전주에서 혼으로 빚는 전통주 이강고, 장흥의 토하젓, 제주 요구르트 등 전국적으로 70여 명 장인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200여 개의 전통 식품들을 명인명촌 이름으로 14곳의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지에서 저마다의 열정으로 묵묵히 땅을 지키며 고집스럽게 일하는 분들을 ‘맛을 빚는 시인’이라는 존경을 담아 명인명촌이라는 큰 마당으로 불러냈다. 그들이 해오던 일을 더 고집스럽게, 더 편하게, 더 신명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덕분에 미래가 힘들고, 경쟁력이 부족해 보였던 이 땅의 농수산물들과 전통 식품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고 있다. 우리 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 이성일
© 이성일

시인들의 마에스트로 정두철 대표
정대표와 협업하는 장인들은 단 한 명도 고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고집 없이 어떻게 장인이 되고, 명인이 될 수 있겠는가. 일에 미치고,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70여 명의 명인들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힘은 모두 그의 품성 덕택이다. 사소한 얘기에도 귀 기울이고 존중하며 명품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좀처럼 자기주장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의 전직은 펀드매니저다.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후 여의도 투신운용회사에 입사해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잘나가던 그가 온실에서 벗어난 건 IMF 구제금융 요청 때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세상에선 뭐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마침 벤처 붐이 일었고, 선배가 만든 투자자문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강원도 정선의 ‘메주와 첼리스트’ 법인 전환 업무를 돕던 중 사장으로 스카우트됐고, 3년간 치열하게 된장을 팔았다. 당시 그가 배운 것이 브랜드 마케팅의 기획과 전략이다.
정선에서 수확한 해콩으로 만든 된장을 ‘작품’이라는 콘셉트로 팔며 패키지도 예술 작품처럼 만들었다. 팸플릿 역시 갤러리 초대장처럼 꾸몄다. 고급 된장의 품질에 걸맞은 고급 이미지를 갖췄다. 그때 갖게 된 확신은 내용의 실체가 있으면 브랜드와 디자인이 더해졌을 때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농업경제학’, 펀드매니저로 일할 때 공부한 ‘가치판단’, 된장 판매 회사에서 경험한 ‘브랜드 마케팅’의 세 가지 시너지가 시간과 더불어 태동하고 오늘날 명인명촌으로 만들어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효 과정이다. 대부분의 전통 식품은 만드는 과정에서 똑같은 상황을 재현할 수 없다. 각 분야의 장인들은 매해 다른 자연 환경 속에서 땅과 하늘의 힘을 빌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장인들이 하는 일은 좋은 재료를 선별해서 시작부터 최종 단계까지 제품과 호흡하며 고집으로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함께 한 창조자들의 진지한 태도, 마음, 철학이다.

© 임학현
© 임학현

갯돌회 수산
2001년부터 무안군 청계면의 바닷가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낙지와 장어탕 전문 집이다. 무안이 고향인 남편(정장구, 57세)과 목포 출신의 부인 최경자(53세) 씨는 이곳에서 어부와 농부, 식당 주인의 삶을 함께 살고 있다. 투잡을 넘어 스리잡인 셈이다. 양파, 콩, 시금치, 부추 등의 밭농사를 지으며, 물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다. 예전에는 앞바다에 배를 띄우면 물 반 고기 반으로 사시사철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팀을 만들어 선원들을 태우고 먼바다로 나가도 허탕 치는 경우가 많다. 고기잡이만으론 생계 유지가 어려운 세월이 되었다. 농사 역시 인건비가 많이 오른 탓에 양파 수확철 외에는 남들 시키기가 어렵다.
“고향을 지키려면 직접 양파 농사를 지어 양파즙을 만들어 팔고, 낙지 철에는 한밤중에 서너 시간씩 장화 신고 바닷물에 들어가 낙지를 잡아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아야 해요. 그 덕에 딸과 아들 모두 대학 공부 시키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 하고 있네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부부는 부지런한 삶을 통해 자연스레 농사와 어업, 유통업, 서비스 산업으로 이어지는 6차 산업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다. 부부가 오후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바다로 나가는 일이 많은 터라 식사는 점심만 가능하다. 저녁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
직접 잡은 낙지만을 팔기 때문에 식당에서 낙지 맛을 보려면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재료가 신선하고 좋은 만큼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산낙지, 탕탕이, 연포탕, 초회, 물회 등을 다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장어탕은 이 집만의 비법으로 육수를 만들어 맛나게 끓여 내는데 주방을 책임진 마음 착한 최경자 씨는 남편 몰래 식당의 육수 비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텃밭에서 직접 키우는 농산물, 바다에서 직접 잡는 낙지와 물고기로 “우리 먹대끼 반찬을 낸다”는 진솔한 식당을 도시에 사는 우리가 무슨 수로 흉내라도 내겠는가? 그래서 찾아가야만 하는 맛집이다.
“아직은 봄 낙지철(3~5월)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어젯밤 9시에서 12시 사이에 낙지 세 접(60마리)을 잡은 터라 맛보실 수 있어 다행이라요. 지대로 낙지 드실라문 가을 제철(9~12월)에 다시 한번 오쇼.”

© 이성일
© 이성일

갯돌회 수산
• 장어탕·장어구이·연포탕·낙지구이 시가, 생선회 한 상 차림 10만원부터
•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해안로 399-24
• 점심 오전 11시 30분 ~ 오후 3시 저녁 사전 예약 필수
• 061-452-8937

text 김옥철 — photograph 이성일,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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