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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셰프와 합

2016년 4월 21일 — 0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떡집에서 ‘셰프’라 불린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 이주연
© 이주연

떡집 사장님의 화려한 이력 병과점 지화자에서 일하다 프랑스 에콜 르 노트르Ecole Le Notre에서 제과 제빵을 배웠다. 각종 올림픽의 한식 대표 셰프, 일본 한식당 고시레와 품서울의 헤드 셰프를 거쳤다. 현재 청담동 합과 세컨드 브랜드 고물의 오너 셰프이기도 하다. 떡집 사장님의 화려한 이력이다. 심지어 신용일은 ‘셰프’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셰프라는 단어는 직업을 넘어 존경이 담겨 있다.
그런 그가 요리를 시작한 건 단순한 취미에서였다. “졸업 후 패션 회사에 취직했는데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거예요. 그러던 중 SBS <최고의 밥상>이라고 하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세 차례 출연 했는데 두 번 우승했어요. 원래 취미로 즐기던 일이었는데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당시 내로라하는 요리 잡지, TV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밀려 들었죠. 잡지에서 ‘노총각의 비밀 레시피’ 같은 칼럼도 맡고(웃음).” 지인으로부터 “재능 있는 것 같으니 요리를 해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 와중, 새로이 시작한 웹디자인 회사가 공중분해되면서, 이게 ‘음식을 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생각했다고. 그러곤 압구정을 걷다 우연히 병과점 지화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약과를 사먹었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는 거예요. 제가 약과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지화자 역시 직원이 부족했던 상태였기에, 그의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결국 지화자에서 실력과 끈기로 인정받았고, 입사 6개월 만에 신메뉴개발팀을 이끌게 되었다. 떡케이크 등 수많은 신메뉴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떡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한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였다. 떡은 한국 음식인데, 공부를 하러 프랑스 파리로 간 이유가 있을까. “떡을 배울만한 곳이 없었어요. 기본이 없다고 생각했더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건방졌던 건데(웃음).” 그는 디저트의 고향인 프랑스 파리로 간 뒤 요리 학교 에콜 르 노트르에 입학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했기에 미국, 일본 등으로의 유학도 고려했지만, 그들 역시 프랑스에서 배운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언어 때문에 핑계를 대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프랑스 에콜 르 노트르에서 정규 과정을 마친 첫 한국인이 되었다.

© 이주연
© 이주연

인사동에 떡집을 내다 하지만 방향은 그의 뜻과는 다르게 흘렀다. 떡을 하고 싶어 유학을 다녀왔지만, 정작 계속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 운 좋게 올림픽 대표 한식 셰프로 일하게 되면서, 한식당 고시레와 노영희 셰프의 품서울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떡을 배우고 싶어 프랑스로 유학 간 건데, 떡집을 해야하지 않겠냐고요.”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의 떡집을 오픈하게 되었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인사동이었다. 종로떡집, 낙원떡집 등 내로라하는 떡집은 모두 모인 그곳 말이다. “인사동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합이라는 이름은 일본에 있는 아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지었다.“원래 뚜껑이 있는 합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음식을 선물할 때 보자기로 싸면 선물처럼 보이잖아요. 자연스레 선물할 수 있는 떡을 답례품으로 하면 되겠다, 겉에 싸는 보자기는 비단보다는 광목으로 하자고 생각했죠. 광목은 뭘 하든 유용하게 쓸 수 있거든요.” 인사동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합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합의 유자빙수는 서울 3대 빙수로 손꼽힐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내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고, 방황하던 그는 현재의 위치인 청담동에 자리를 잡았다.

아르티장으로 만들어내는 떡 합이 추구하는 것은 ‘기술집약적’인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노동집약 적인 생산은 힘이 들지만, 기술집약적인 생산은 제품 하나에 기술이 녹아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아르티장Artisan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는 맛은 당연히 좋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넘어 자신이 만드는 떡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한다. “마카롱도 하나에 5000원씩 하는데, 떡 하나에 2000원이 비싼가요?” 그는 자신이 수없이 갈고닦은 기술을 오롯이 제품에 녹여냈다. 자신의 떡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한 가치를 아는 손님들은 꾸준히 청담동의 합을 찾아 떡을 맛본다.
하지만 떡의 현실은 사뭇 어둡다. “떡은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떡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빵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죠. 떡은 한국 사람만 고민하잖아요. 일단 아이디어 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죠. 도구만 해도 한국에서만 만들어요. 그런데 케이크 빵 도구는 전세계에서 만들고 있어요. 둘을 비교하며 ‘왜 너희는 못하냐’고 물으면 답답해지죠.” 관련 자격증은 커녕 대학 학과에서의 정규 수업 책정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 유명한 셰프는 넘쳐나지만, 떡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셰프’는 그가 유일무이하다. “젊은 친구들이 떡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떡이라는 게 몸뻬바지 입고 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냥 멋있는 것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빵이 좋아서 제과제빵을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왠지 그냥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고요.”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전통의 유지와 발전이다. 그는 떡 셰프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 떡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건 정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떡은 전세계에 유일무이한, 한국의 전통 음식이니 말이다.

© 이주연
© 이주연


신용일 셰프가 선보이는 전통 병과점. 증편, 약과, 감자떡 등의 메뉴뿐 아니라 배숙, 식혜 등의 음료류도 판다.
• 간장약과·유자약과·증편 2000원씩, 호두얼음과자 3000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61길 10 해석빌딩
• 070-4209-0819

edit 문은정 — photograph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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