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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남자, 김영호

2016년 4월 14일 — 0

배우 김영호는 빵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가 만든 빵 맛이 궁금해 아침 9시, 갖가지 빵이 만들어지는 그의 아지트를 찾았다.

© 심윤석
외국에서 먹었던 맛 좋은 커피 맛의 기억을 살려 직접 로스팅 회사를 찾아가 공수한 커피. 어떤 빵과도 궁합이 잘맞는 부드러운 맛의 고스트 커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김영호표 커피다. © 심윤석

배우 김영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많다. 이미 <복면가왕>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범상치 않은 노래 실력을 뽐냈고, 시집을 두 권이나 출간한 시인이자 사진작가이다. 취미로는 그림을 그리고 목공을 한다. 최근 그에겐 또다른 수식어가 생겼다. 바로 ‘빵을 만드는 남자’라는 것. 빵에 대한 김영호의 남다른 사랑은 얼마 전 <능력자들>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고, 그는 ‘빵덕후’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그는 현재 베이킹 고스트라는 베이커리를 운영한다. 가게 이름처럼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집 근처에서 조용히 빵집을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상남자의 이미지를 가진 그가 목공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취미라며 반겼다. 하지만 그가 베이킹을 배워서 빵을 만들고 베이커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라면을 끓이는 것조차도 최근에야 할 줄 알게된, 요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베이킹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조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빵 만드는 것을 요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밀가루 반죽으로 성형을 해서 오븐에 굽는 것, 이것이 바로 베이킹이잖아요. 이 과정이 제게는 마치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 가마에 굽는 도자공예처럼 느껴졌어요.” 같은 밀가루 반죽도 오븐에서 구워지면서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내는 빵은 그의 눈에 단순히 먹기 위한 양식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던 것. 이런 생각으로 그에게 빵을 만드는 것은 요리가 아닌 공예였다.

김영호의 빵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자면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가 살던 동네에는 작고 예쁜 빵집이 하나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그곳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 때문에 무작정 빵집 주인에 대한 로망이 생겨났다고 했다. 빵이 귀했던 시절, 그곳에서 처음 먹었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그가 이렇게 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어서. 인간이 만든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빵이라고 바로 말하는 그는 4~5년 전 파티시에로 일하던 지인에게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베이킹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빵에 대한 애정은 그를 배움을 넘어 급기야 어릴 적 로망인 ‘빵집 아저씨’로 만들어주었다. 빵집 아저씨가 된 그가 빵을 만드는 원칙 또한 좋아하는 이유만큼이나 단순하다. 바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

“빵이 악마가 만들어놓은 음식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 뒤에 숨어 있는 많은 양의 버터와 설탕 때문이죠. 이런 재료가 들어가면서부터 살도 찌고 소화도 잘되지 않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버터를 안 넣는 담백한 맛의 빵을 좋아해서 하드 계열의 빵만 만들고 싶은데 그렇게 해서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설탕을 줄이는 대신 프락토올리고당을 사용하고 버터의 사용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안전한 유기농 밀가루와 잡곡가루를 사용해 맛과 건강을 다 잡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벽에 써놓은 글도 이런 저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은 것이에요.”

베이커리 안의 가장 넓은 벽면에는 ‘내 아내를 위해 빵을 만들었습니다.’라는 문장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적혀 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빵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밑재료가 아닐까.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는 항상 이곳에 와서 빵을 먹는다는 김영호. “베이커리를 오픈한 이후 1년이 넘도록 거의 매일 이곳에 와서 빵을 먹었는데 체중의 변화가 크게 없었어요. 매일 빵을 먹는 이유는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는지 제 몸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매일 이곳에서 풍기는 고소한 빵 냄새. 빵굽는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친절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 강한 배우가 아닌 이웃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친절한 빵집 아저씨였다.


HIS FAVORITE BREAD
캉파뉴와 바게트 © 심윤석
캉파뉴와 바게트 © 심윤석
캉파뉴

시골빵을 뜻하는 이름처럼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천연 발효종으로 만들어 약간의 시큼한 향이 느껴지는 빵이다. 반죽에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어 구우면 고소한 것은 물론 인위적이지 않은 달콤한 맛까지 더할 수 있다.

재료(분량 7개)
물 350ml, 유기농 강력분 270g, 유기농 박력분 150g 발효종 125g, 블루베리·호두 110g씩, 유산균 배양액·르뱅 100g씩, 그레인 82g, 밤 50g, 천일염 4g, 드라이 이스트 2g

만드는 법
1. 볼에 유기농 박력분, 드라이 이스트, 물 150ml를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 뒤 24시간 숙성한다.
2. 유기농 강력분, 그레인, 천일염, 발효종, 유산균 배양액, 물 200ml, 르뱅을 넣고 섞은 뒤 1의 반죽을 넣고 반죽기에서 저속 2분, 중속 5분간 반죽한다.
3. 2의 반죽에 블루베리, 호두, 밤을 넣고 실온에서 약 3시간 동안 1차 발효한다.
4. 반죽을 7개로 나눠 럭비공 모양으로 성형한 뒤 실온에서 약 1시간 동안 2차 발효한다.
5. 210~220°C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5분간 굽는다.

바게트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풍미가 진한 버터 하나만 발라 먹어도 맛있다. 혹은 아무런 스프레드 없이 그냥 커피와 함께 먹어도 맛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다.

재료(분량 4개)
유기농 강력분·물 300g씩, 유기농 박력분 200g, 발효생지 100g, 유산균 배양액·르뱅 50g씩, 천일염 7g, 드라이 이스트 2g

만드는 법
1. 볼에 재료를 모두 넣고 가볍게 섞는다.
2. 1의 반죽을 실온에서 약 3시간 동안 1차 발효한다.
3. 4등분으로 나눈 뒤 각각 손바닥으로 밀어 막대 모양으로 길게 성형한다.
4. 실온에서 약 1시간 동안 2차 발효한 뒤 윗면에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칼집을 낸다.
5. 210~220°C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5분간 굽는다.

edit 김은진 — photograph 심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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