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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Le Passe Temps

2016년 3월 30일 — 0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하나를 거머쥔 셰프. 요리는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 Le Passe Temps
르 파스 탕 이영훈 셰프 © Le Passe Temps

우선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따낸 것을 축하한다. 소감이 궁금하다.
선정 소식을 전화로 들었는데,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가 싶었다. 프랑스인들로부터 프랑스 요리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라는 감정을 이때 경험했다.

르 파스 탕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별을 받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있는가?
매일 발전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구상 회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마 프랑스에서 최초의 한국인 미슐랭 스타 셰프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오로지 미슐랭만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적은 없다.

미슐랭에서 호평한 ‘뇨키 푸아그라’의 탄생기가 궁금하다.
레스토랑의 시그너처 메뉴를 위해 구상한 요리다. 멸치 국물로 맛을 낸 수제비를 모티브로 만들었는데, 멸치 국물이 푸아그라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밀가루 반죽 대신 감자로 만든 뇨키를 사용했고 다양하게 조리한 채소와 김가루, 쪽파를 고명으로 장식했다.

요리를 직업으로 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학창 시절부터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그 분야의 대학 진학에는 실패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요리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일식 쪽에 종사하던 당숙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한국관광대학교의 호텔조리과에 진학했고 점차 요리 에 흥미가 생겼다.

요리 유학을 위해 리옹에 위치한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 Institut Paul Bocuse로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곳이지 않나.
리옹뿐만 아니라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생소했다. 국내의 라시갈 몽마 르트 레스토랑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프랑스인 셰프로부터 리옹과 폴 보퀴즈 셰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무엇보다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기숙사 때문이었다. 수업 외에 시간도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프랑스 문화를 배우고 싶었다. 폴 보퀴즈 셰프가 요리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리옹에 와서 실감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셰프이며 그의 레스토랑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도 그를 존경한다.

졸업 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만든 프랑스 요리를 먼저 프랑스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한국 퓨전 요리를 시도한 적이 있는가? 아직까지 한국 음식에 대한 인식이 낮은 프랑스 현지의 반응이 궁금하다.
2년 동안 퓨전 요리를 시도해 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체감할 만한 반응은 없었다. 어설픈 퓨전 요리보다는 정식 프랑스 요리로 먼저 인정받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레스토랑의 모든 스태프들이 한국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한국인만이 잘할 수 있는 요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프랑스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데는 물론 부족함이 있겠지만 음식이 맛있다면 이 또한 르 파스 탕만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역시 국밥이다(웃음). 프랑스는 국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끔 한국의 뜨끈한 국밥이 그리워진다. 귀국 때마다 집에 들르기도 전에 찾는 곳이 순댓국밥집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리옹이나 파리에 레스토랑을 하나 더 오픈하고 싶다. 뜻대로 진행이 된다면 한국에도 직영 레스토랑을 열어 프랑스 요리를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당장의 계획은 아니다.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큰 그림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다.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습관적인 행동과 사고가 결과를 만든다. 조바심 내지 말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멋진 결과를 얻을 것이다.

당신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
매일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 Le Passe Temps
© Le Passe Temps

text 오윤경 — photograph 르 파스 탕Le Passe Temps

이영훈
1984년생으로 한국관광대학교 호텔조리과와 프랑스 리옹의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IPB)를 졸업했다. 미슐랭이 선정한 레스토랑인 폴 보퀴즈와 라세르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4년 리옹에 자신의 레스토랑 르 파스 탕을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