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솜씨 또는 주조 감각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이들이 자신만의 레스토랑과 바를 오픈했다. 그동안 다져온 솜씨를 한껏 펼쳐 보이니 무엇을 맛보든 기대 이상이다.
믹솔로지
신선한 재료, 건강, 트렌드, 문화와 감성을 한잔의 음료에 담아내는 공간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은 쉽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더해 맛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끔 하는 것은 상당한 감각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최근 청담동에 문을 연 칵테일 바 믹솔로지는 국내에 ‘믹솔로지’라는 단어와 함께 칵테일 문화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던 바카디코리아 소속의 김봉하 믹솔로지스트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와 함께 김현, 김준희 공동대표까지 세 명의 믹솔로지스트가 바에 서는데 신선한 재료, 건강, 트렌드, 문화와 감성을 한 잔의 음료에 담아내겠다는 철학을 맛볼 수 있다. 김봉하, 김현 믹솔로지스트는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대중적이면서도 새로운 맛을 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고, 김준희 믹솔로지스트는 클래식 칵테일을 연구해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즐긴다. 그의 시그너처 칵테일인 헤밍웨이 다이퀴리는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즐겼던 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시가를 떠올리게 하는 시나몬 스틱을 살짝 태워 함께 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각자의 개성이 또렷한 덕분에 몇 번을 방문해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부드러운 가죽 소파에 떨어지는 은은한 조명이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에 앉아 칵테일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에도 좋다. 이곳에서라면 무엇을 마시든 술 한 잔에 퍽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허브김렛·블러디메리 퍼펙트플레이트·헤밍웨이 다이퀴리 2만원씩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8길 18
• 오후 7시~새벽 2시(일요일 휴무, 금요일·토요일은 새벽 3시까지)
• 02-511-8214
달아래
요리를 즐기는 어반자카파 박용인이 연 루프톱 이자카야

어반자카파의 보컬 박용인이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이어 일식 주점을 오픈했다. 그의 첫 레스토랑이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이탤리언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이번에 문을 연 달아래는 가까운 사람들과 오붓하게 술한 잔 즐기기 좋은 루프톱 이자카야다. 직접 나서서 완성했다는 화사한 인테리어도 눈길을 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로 메뉴판을 채워 그의 취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달큰하게 졸인 방어데리야키, 질 좋은 한우의 힘줄과 곤약, 무를 된장과 함께 자그마한 르크루제 솥에 부드럽게 조리해 내는 한우++ 니코미 등이 인기 메뉴다. 모든 요리는 1인 기준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맛보기 좋다. 매일 신선한 해산물을 내는 사시미 요리도 가격과 양이 적당하다. 작게 썬 마와 단새우를 레몬비네거소스에 버무리고 트러플 페이스트를 올린 아마에비타르타르는 예쁜 플레이팅 못지않게 맛도 상큼하다. 옥상 정원에 위치한 박용인의 이자카야라니 봄밤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겠다.

• 한우++니코미 8000원, 방어데리야키 1만1000원 아마에비타르타르 1만5000원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30 만다리나덕빌딩 5F
• 오후 6시~새벽 3시(라스트 오더 새벽 1시 일요일 휴무, 예약 필수)
• 070-7644-9485
앙스모멍
프렌치 베이스 요리를 선보여온 임성균 셰프가 총괄하는 다이닝 펍

브런치나 캐주얼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졌지만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앙스모멍은 르 코르동 블루 출신으로 식구, 하베스트 남산 등에서 프렌치 베이스 요리를 선보여온 임성균 셰프가 총괄하는 다이닝 펍이다. 브런치 메뉴인 프렌치토스트를 비롯해 리소토, 스테이크 등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맛을 다채롭게 만드는 각종 소스를 직접 만들고 조리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덕분에 먹어보면 그 맛의 깊이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예쁜 꽃이 알록달록하게 올라간 곡물 샐러드는 귀리, 퀴노아, 녹두의 조합이 건강하고 직접 만들어 훈연한 리코타 치즈의 고소함이 레몬드레싱과 싱그럽게 어우러진다. 돼지 등뼈를 정형해 간장베이스로 맛을 낸 일명 정형돈 요리는 임성균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양식으로 조리했지만 한국적인 맛이 친숙해 인기있는 메뉴다. 여럿이 가서 맛봐야할 것은 앙스모멍식으로 조리한 독일식 족발 요리다. 살이 많은 돼지 정강이를 레드 와인과 각종 향신료에 하루 동안 마리네이드하고 오븐, 수비드 조리 과정을 거쳐 튀겨내면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살은 녹듯이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레스토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훈연한 리코타 치즈와 곡물 샐러드 1만8000원, 돌아온 정형돈 2만9000원, 돼지족발 뽀브루귀뇽 6만8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3길 12 태경빌딩
•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 30분~새벽 2시(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
• 02-540-8889
젠틀키친
와인이 당기는 날 발걸음하게 되는 아늑한 분위기의 심야식당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잘하게 되는 법이다. 젠틀키친 이재민 대표는 광고 회사에 다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푸드트럭을 시작했다. 와인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음식을 맛깔스럽게 내는 그의 푸드트럭은 곧 연남동 일대에 소문이 났고 마침내 젠틀키친이라는 식당을 오픈 하기에 이르렀다. 밝고 아늑한 느낌의 공간에 들어서면 노루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먼저 손님을 반긴다. 오픈 키친을 둘러싼 ᄃ자 형태의 바에 앉도록 되어있는데 주문과 동시에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아 푸드트럭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요리가 거의 완성되면 스탠드가 켜진 중앙의 작은 테이블로 접시를 옮겨 플레이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금 완성한 요리에 치즈가 솔솔 뿌려지는 걸 보면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스페인식으로 마늘, 갖은 양념을 넣고 짭짤하게 볶은 새우 위에 갓김치를 살짝 올려주는 갓새우 요리는 술을 부르는 인기 메뉴다. 새우, 마늘, 각종 채소를 넣고 만든 할아부지 파스타 역시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좋은데 직접 담근 고추장아찌로 특별한 풍미를 더했다. 이렇듯 뜻밖의 재료로 맛을 내니 요리마다 숨은 맛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갓새우·풍만한 닭가슴 1만2000원씩, 할아부지 파스타 1만3000원
•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38길 27 지층 좌측
• 오후 5시~자정
• 010-6687-6420
렁팡스
김태민 셰프가 오픈한 프렌치 비스트로

성수동하면 떠오르는 괜찮은 카페는 여러곳 있지만 아직 좋은 레스토랑은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성수동에 문을 연 렁팡스는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수마린에서 프렌치 요리를 해온 김태민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한적한 것이 좋아 성수동에 식당을 차렸다는데 주변의 가게들 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정하고 예쁜 인테리어가 파리의 작은 레스토랑에 온 듯해 근사하다. 구석 자리를 좋아하는 셰프의 취향을 반영해 테이블마다 적당한 간격과 벽을 둔 덕분에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프렌치 요리를 기본으로 선보이는 메뉴들이지만 맛깔스러운 파스타나 리소토도 내놓는다. 엔다이브에 고트 치즈와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섞어 동그랗게 올려 내는 요리는 가벼운 전채요리로도 좋고 와인에도 잘 어울리니 꼭 맛보면 좋겠다. 굽기 전에 소금과 설탕 등에 재워 브라이닝한 돼지 등심 요리를 구운 망고와 라임 한 조각과 함께 내는 본인포크로인은 고기에서 흘러나온 즙과 먹으면 따로 소스를 더하지 않아도 그 맛이 뛰어나 메인 요리로 추천한다. 올봄에는 성수동에서도 근사한 디너를 즐길 수 있겠다.

• 엔다이브 1만원, 스칼럽 1만4000원, 본인포크로인 2만8000원
•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06
• 정오~오후 3시, 오후 6~11시(일·월요일 휴무)
• 02-465-7117
edit 김주혜 — photograph 박성영,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