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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시네 바

2016년 3월 15일 — 0

프랑스인들의 정서상 영화를 보며 식사를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영화관과 접근성이 좋거나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곳들은 언제나 인기다. 파리지앵들이 선정한 핫한 시네 바를 소개한다.

1. 살롱 뒤 팡테옹 (Salon Du Panthéon)
© 오윤경
© 오윤경

샐러드가 메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레스토랑이다. 수프, 생선 요리, 샤르퀴트리 그리고 오늘의 요리 가운데 무엇을 고르든 두 종류의 샐러드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 퀴노아에 망고, 아보카도, 코리앤더 등으로 향을 더한 샐러드와 회향과 오렌지의 조합이 돋보이는 샐러드는 날씬한 파리지앵들의 워너비 샐러드로 꼽힌다.
이곳은 프랑스 요리에 국한되지 않고 다국적 음식을 선보인다. 커리 향이 짙은 인도 요리, 스페인의 밤을 담은 타파스 등이 대표적이다. 점심 서비스가 끝나면 이곳은 카페로 새단장을 한다. 티메뉴 중 더 누아 데튀디앙Thé Noir D’étudiant은 디저트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향이 그윽하다.
이 레스토랑은 프랑스의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전체 데커레이션을 맡아 더욱 유명하다. 요즘도 그녀는 정기적으로 방문해 교체할 소품이나 가구를 체크한다고. 또한 이곳에 영화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은 파리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나 유명세에 대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위치다. 영화관의 영사실 위에 자리 잡은 덕에 개인 로프트 살롱 같은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 시사회를 포함한 영화 관련 이벤트, 기자회견 등을 기획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 관람 후 가볍게 먹고 마실 수 있으며 재입장도 가능하다.

• 세트 메뉴 €16~35, 블랙티 €9
• 13 Rue Victor Cousin 75005 Paris
• 33 1 40 46 01 21


2. 살롱 뒤 팔레 드 룩소르 (Salon Du Palais De Louxor)
© 팔레 드 룩소르 홍보팀
© 팔레 드 룩소르 홍보팀

요리보다 장소가 지닌 역사에 주목할 만한 곳이다. 2013년에 재개장되기 전까지 25년간 방치되었던 국가 유형문화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파리 영화 마니아들을 비롯해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명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20년대 영화관 개장 당시 현대식 도면을 지향한 최신식 건물이라는 점은 물론 독특한 네오이집트 양식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도 인기에 한몫한다. 다소 협소한 공간과 적은 메뉴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파리지앵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단, 영화 관람객만 입장 가능하니 참고할 것. 사실, 메뉴의 수가 적은 이유는 건물이 신장된 1920년대에 ‘가벼운 애피타이저’만을 중시했던 기본 방침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음식의 맛에서 적은 메뉴 수는 충분히 만회된다. 당일 아침에 공수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친환경 작물만을 사용한다. 또한 11구역의 유명 레스토랑 르 르페르 드 카르투슈Le Repaire De Cartouche의 셰프가 직접 만드는 리예트Rillette*와 셰 미셸Chez Michel의 제빵사로부터 공급받는 빵도 빼놓을 수 없다.

• 타르틴·수프 €6~8씩, 샤르퀴트리·프로마주 €7~9씩 디저트 €2~5, 생맥주 €4
• 2 Boulevard Barbès 75018 Paris
• 33 1 42 64 52 23

*돼지, 오리 고기 등을 다져 기름에 절여 발라 먹는 요리.


3. 코르소-케 드 센 (Corso-Quai De Seine)
© 코르소
© 코르소

영화 관람 이전 또는 그 이후에 제대로 된 외식을 하는 파리지앵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제대로’라는 말에는 ‘버거, 샌드위치 등의 패스트푸드를 제외한’이란 뜻이 담겨 있다. 19구역의 멀티플렉스 엠케이투MK2와 이웃한 이곳에서는 ‘제대로’된 식사가 가능하다. 영화관 소속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연결문으로 인해 멀티플렉스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곳의 매력은 세트 메뉴 중 하나인 므뉴시네Menu Ciné다. 전채와 본식 또는 본식과 후식으로 이루어진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관람권 1매를 선물한다. 관람권과 음식 가격을 고려해보면 가격도 합리적이다. 센강을 향해 흐르는 운하를 볼 수 있어 운치가 좋다. 3대째 이탤리언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음식하면 흔히 떠올리는 음식 중 하나인 피자의 종류는 한두 가지로 제한하고 모차렐라 치즈 전채, 카르파초, 파스타, 리소토 등의 정식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특히 수제 소시지와 송로버섯 크림소스로 맛을 낸 스트로자프레티Strozzapreti 파스타와 마늘 향과 대합이 어우러진 링귀네는 대표 메뉴다. 채식주의자들이나 양파, 키위 등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방문 또는 주문 전에 미리 말해두면 걱정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 므뉴시네 €25.50, 전채 €7.50~9.50, 파스타 €12.50~22.50, 피자 €8.50
• 10-12 Quai De La Seine 75019 Paris
• 33 1 40 37 02 81
corsoparis.fr

text 오윤경 — photograph 오윤경, 팔레 드 룩소르 홍보팀, 코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