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이 맛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입맛을 깨우는 향긋한 나물 요리는 어디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서지초가뜰
강릉에 있는 서지초가뜰(033-646-4430)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산에서 캐온 나물을 내는 한정식집으로 못밥이나 질상 정식을 주문하면 고등어구이, 젓갈, 도토리묵, 메밀전 등으로 정갈하게 차린 한 상이 나온다. 자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은은하게 발휘된 솜씨가 대대로 내려온 종갓집의 소박한 손맛이다. 나물 반찬으로 나오는 돌미나리, 씀바귀, 오가피순, 달래 등의 다채로운 식감과 향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배가 불러온다. 300년이 넘은 기와집에서 식사하는 운치가 남다르고 경포대와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 주경은(<샘바위> 편집장)
목멱산방
신록이 짙어지고 따스한 기운이 돌면 봄 맞으러 남산에 간다. 우선 남산 둘레길에서 봄의 정취를 눈과 귀로 느끼고 입으로 즐길 차례가 되면 둘레길 입구 근처의 한옥집 목멱산방(02-318-4790)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의 풍광을 담아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산방비빔밥을 즐겨먹는데 취, 고사리, 무, 버섯 등 7가지 나물에 콩나물국, 열무김치를 곁들인 한 상이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고슬고슬하게 비빈 밥을 한술 뜰 때마다 코 끝에 맴도는 나물향이 좋아 종종 찾게 된다.
— 이준규(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초성공원
기운이 완연한 주말이 되면 드라이브 겸 일산에 위치한 초성공원(031-902-5800)에 가볼 생각이다. 보리밥, 불고기구이, 돼지고기구이, 파전 정도만 쓰여진 단출한 메뉴를 보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보리밥을 주문하면 가지나물, 깻잎순, 느타리버섯, 무생채, 고구마순 등 16가지 나물이 접시에 담겨 나와 한 상 가득 봄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먼저 나물을 하나씩 맛본 뒤 커다란 함지박에 내오는 보리밥과 비비면 나물 저마다의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맛있다. 나중에 다시 비벼 먹더라도 비비기 전에 밥을 조금 덜어내는 편이 나물의 맛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 정혜인(동원F&B 사원)
경희식당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경희식당(043-543- 3736)은 62년째 산채 정식을 차려내는 전통 맛집이다. 한정식과 불고기 2가지 메뉴뿐인데 한정식을 시키면 1인분에 40여 가지 찬이 나온다. 보통 고기반찬부터 비워지기 마련인데 반찬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하나씩 맛보다 보면 홑잎나물, 아주까리나물같이 다채로운 나물반찬에 더 손이 간다. 남은 반찬은 도시락에 담아갈 수 있으니 2차는 소풍 삼아 속리산 근처를 돌아보면 좋다. 3대째 이어 내려오는 맛의 비결은 역시 속리산에서 직접 캐는 제철 나물 자체의 싱싱한 맛과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장류에 있는 것 같다.
— 백헌석(방송제작사 백프로 대표)
오음산산야초밥상
봄이면 지천에 산나물이 가득한 오음산은 강원도 횡성군 어둔리에 있다. 이 동네의 산골부녀회에서 오음산산야초밥상(010-4188-8114)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 이름처럼 철 따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로 음식을 만든다. 봄철 상차림이 특별히 풍성한 것은 물론이다. 부녀회 회원 대부분이 강원도 토박이라 뚱딴지장아찌, 감자범벅처럼 강원도 전통 장이나 조리법을 사용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여러가지 산야초를 담가 만든 산야초 효소를 샐러드나 무침류 요리에 양념으로 사용하는데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내 아주 맛있다.
— 토니유(이십사절기 오너 셰프)
효담곤드레산채밥상
작업실을 방문하는 친구나 손님이 있으면 근처의 국립 수목원에 꼭 데리고 간다. 수목원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나면 배가 고파지는데 그때 들르는 곳이 경기도 포천의 효담곤드레산채밥상(031-544-3787)이다. 생선과 고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정식을 주문하면 돌솥에 지은 곤드레밥과 갖가지 나물이 함께 나온다. 곰취, 참취, 오가피, 삼엽취, 유채, 이름도 생소한 어수리 등 구경을 겸해 나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불리 먹은 뒤 광릉 숲을 지나서 울로 돌아오면 눈과 입이 행복한 하루가 완성된다.
— 이소영(식물세밀화가)
산사랑
용인 수지구에 있는 산나물 정식집 산사랑(031-263-6080)은 신선한 제철 나물로 만든 반찬이 밥상 가득 차려져 푸짐하다. 찌개에도 제철 나물을 넣어 향긋함이 더한 것 같다. 식당이 광교산 등산로와 가까워서 식사 전후 등산을 다녀오기도 좋은데 공기 맑은 조용한 산골에서 풀냄새를 맡으며 식사하고 후식으로 차 한 잔을 즐기면 부러울 것이 없다. 식당 밖에서 군고구마를 구워주는데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맛보게 된다. 반찬을 구입할 수 있으니 집에 가는 길에 잊지 말고 챙기자. 봄나물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멀리 나온 보람도 있다.
— 우승주(<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독자)
edit 김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