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을 걸고 연 레스토랑은 맛있을 확률이 높다. 인테리어부터 식재료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류지

영화나 책 속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면 갑자기 눈이 바빠지고 배가 고파온다. 구경은 그만하고 이만 직접 먹어봐야겠다 싶은데 막상 그렇게 예쁜 상차림에 맛까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류지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류지현의 예쁘고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에 그렇다. 얼마 전 합정동 한 골목에 문을 열었는데 흰색과 연한 비둘기색을 섞어 단정하게 칠해진 외관은 식당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쉬워 보이지만 슬슬 소문이 나서 자그마한 공간이 제법 붐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가게가 열려 있으면 언제든 식사를 할 수 있다. 매일 달라지는 메뉴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스타우브 솥에 한 밥에 마를 올려 명란마요소스와 먹을 수 있게 차리거나 고소한 반건조 가자미를 부드럽게 익힌 솥밥이 나오는 식으로 국적 불문, 지금 구할 수 있는 좋은 재료들로 메뉴를 구성한다.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1인분의 솥밥을 주문과 동시에 바로 지어주어 언제가도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솥밥, 국, 찬 서너 가지, 디저트가 가지런히 담긴 소반을 받아 식사를 하자면 예쁜 영화 속 풍경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맛 또한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심심하지 않고 적당하게 간이 배어 깔끔해 기분좋게 양껏 먹게 되는 그야말로 상상 속에 존재하던 집밥 맛이다. 저녁 7시 이후부터는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을 즐길 수 있다. 우엉을 바삭하게 튀겨 조청 등으로 가볍게 버무린 ‘단짠우엉튀김’이 별미다.
• 상차림 1만2000원, 단짠우엉튀김 1만원
•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11
• 정오~오후 9시(월요일 휴무)
• 02-338-9759

1. 통영에서 맛있는 반건조 가자미를 공수해 메뉴에 올렸다. 가자미에 달래장을 뿌려 밥과 한술 떠먹으면 된다.
2. 아삭하고 부드러운 마가 함께 나오는 마솥밥은 명란마요소스에 살짝 비벼 구운 김에 싸먹으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
엘레나영

이탈리아 사람들이 피자와 파스타를 즐겨 먹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그것만 먹을 리는 없다. 한정식 레스토랑에 가면 비빔밥 외의 여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이탈리아식 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엘레나영은 파리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고 미슐랭 레스토랑, 5성급 호텔에서 헤드 셰프이자 파티시에로 10년을 생활한 베테랑 셰프 파티시에다. 로마, 피렌체, 시에나, 시칠리아 등 그녀가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지역만 꼽아봐도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가 절로 높아진다. 이탈리아는 지역에 따라 음식의 개성이 무척 강하고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 여러 지역에서 일하며 수많은 요리를 경험했을 그녀가 대체 어떤 음식을 내놓을까 궁금해서다. 낮에는 디저트와 음료만 즐길 수 있고 6시 이후부터 이탈리아식 타파스와 단품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타파스를 주문하면 이탈리아식 가지 요리, 피자이올라, 조개&아스파라거스, 시금치 빠니니가 나온다. 좋은 재료로 알맞게 간이 되어 있어 먹을 때도 감칠맛이 돌지만 먹고 나서도 입이 마르지 않고 깔끔하다. 혼자서 디저트부터 디너까지 모든 요리의 재료와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챙겨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엘레나영을 보면 좋은 요리에 대한 고집이 있는 진짜 레스토랑을 발견한 것 같아 반갑다.
• 이탈리아식 타파스 2만9000원, 오징어샐러드 1만2000원, 트리오 8000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99길 47
• 오전 11시~오후 11시(일요일 휴무)
• 02-511-7433

1. 타파스가 나오면 가장 먼저 맛봐야 할 것이 카푸치노처럼 초록색 거품이 솟아 있는 조개&아스파라거스다. 일명 ‘봉골레치노’인데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이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2. 다크 초콜릿 크림과 바닐라빈 무스, 통헤이즐넛 브라우니가 이런 예쁜 모양새로 포개져 있다. 이곳의 디저트는 프랑스 디저트처럼 예쁘게, 이탈리아 디저트처럼 맛있게 만든다.
3. 싱싱한 오징어와 당근, 애호박을 선드라이 토마토, 바질, 질 좋은 올리브유 등에 버무렸다. 색도 예쁘지만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전채 요리다.
오리올

뮤지션 정엽은 여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는 매력적인 남자다. 음악만 할 때도 그러할진대 심지어 맛에도 일가견이 있어 얼마 전 후암동에 레스토랑을 냈다. 직접 요리를 즐기고 맛에 대한 취향도 분명한 그가 초대한 셰프는 경리단길에 위치한 장진우의 프렌치 레스토랑 마틸다에서 일하던 찰리박 셰프다. 그가 한우 스테이크와 샐러드, 파스타 등의 이탈리아 요리를 오리올의 메인 메뉴로 개발했는데 그중에서도 꼭 맛봐야 할 것이 파스타다. 보통의 이탤리언 파스타는 재료의 맛을 있는 그대로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찰리 박 셰프가 오리올에서 선보이는 파스타는 소스 하나하나를 정성껏 만들어 재료에 입체감을 더하는 방식의 프렌치 파스타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맛의 결이 한층 섬세하게 느껴진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나폴리탄 파스타, 맥앤치즈를 쉬림프 파스타로 만든 것 등 신선하게 느껴지는 메뉴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정엽의 레시피로 만든 비프V8스튜, 초콜릿 감자칩이 호기심을 자극 한다. 정엽이 촛대와 의자를 비롯한 모든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고르고 꾸몄다는 아늑한 1층이 레스토랑이고 2층은 재즈 바다. 바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정말 근사하니 일단 가볼 것을 추천한다. 프렌치 터치를 더해 한결 부드럽고 깊이 있는 음식의 맛이나 야경을 즐기기 좋은 아늑한 바는 정엽과 그의 음악을 좋아해온 이들의 취향 또한 제대로 짚어낸 공간임이 분명하다.
• 셰프스페셜 파스타 2만5000원 쉬림프맥앤치즈파스타 2만원, 한우 스테이크 3만9000원
•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0길 43
• 레스토랑 오후 2~10시(월요일 휴무) 바 오후 7시~새벽 3시(월요일 휴무)
• 02-6406-5252

1. 한우 스테이크는 와인에 계피와 팔각, 클로브 등을 넣고 장시간 졸여 만든 소스와 즐기면 된다.
2. 보통 나폴리탄 파스타는 케첩으로 달콤한 맛을 첨가하지만 오리올의 나폴리탄은 직접 끓인 토마토소스와 시럽을 사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냈다.
3. 맥앤치즈를 파스타로 만들었다. 베샤멜소스로 맛에 깊이를 더하고 새우가 아닌 치즈에 간을 해 새우의 단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에스엠티서울

인테리어, 맛, 분위기 등 모든 감각을 한데 녹여내야 하는 레스토랑은 누군가의 취향과 스타일을 엿보기 좋은 곳이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청담동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니 엑소, 샤이니, 소녀시대를 떠올리며 가봤다.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진 5층 건물 한 채가 전부 레스토랑으로 규모부터 다르다. 들어서면 2층 높이까지 탁 트인 1층의 라운지 바가 적당한 조도와 함께 근사한 분위기를 낸다. 1, 2층은 낮에는 런치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저녁에는 타파스 레스토랑, 주말에는 DJ 초청 라운지로 변신한다. 타파스 메뉴는 미니버거나 마라해산물볶음같이 이국적인 것도 있지만 돼지목살보쌈, 이태원 부대찌개, 주꾸미초회, 비빔면처럼 정말 서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라 의외다. 한국 전통주를 비롯해 소주나 막걸리로 만든 칵테일 등 재미있는 주류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3, 4층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예약할 때 메뉴를 상의할 수 있는데 1, 2층에서 선보이는 타파스도 주문할 수 있어 좋다. 화려하고 근사한 분위기에서 맛깔스러운 요즘 한국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과연 에스엠티 서울Smt Seoul이라는 이름 그대로의 레스토랑이다.
• 버섯 품은 영계 한 마리 통구이 2만4000원, 사천식 붉은고추닭튀김 1만2000원, 서울 스타일 고로케 1만1000원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9길 58
• 1, 2층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6시~자정 (목·금·토요일은 새벽 2시까지) / 3, 4층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자정
• 02-6240-9300

1. 버섯과 각종 채소를 채워 오븐에 구워낸 영계 통구이. 삼계탕처럼 알찬 소를 지닌 오븐 구이 치킨이라니 훌륭하다.
2. 3가지 고로케는 각각 치즈, 제육, 불고기를 넣어 서울 스타일이라 이름 붙였다. 바삭한 고로케 소로 무척 잘 어울린다.
3. 중국 쓰촨 지방의 대표적인 요리로 닭을 매운 고추와 함께 볶아냈다. 매콤한 맛이 당길 때 술을 곁들여 맛보면 좋겠다.
edit 김주혜 — photograph 정현석,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