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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음식의 재발견, 인천

2016년 2월 26일 — 0

한강 하류와 서해바다가 만나는 인천은 수산물의 황금어장이다. 섬에서 재배되는 인삼, 순무 등의 특산물뿐만 아니라 차이나타운처럼 유명한 맛집 골목도 많다. 먹거리의 보고인 인천을 아름답게 가꾸는 건축가 황순우를 만나 음식 문화의 현장을 답사해보았다.

© 조지영
© 조지영
원조 먹거리의 고향, 인천

인천은 위도상 한반도의 한가운데 위치했다. 서울과 28km 떨어졌으며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이다. 면적 994.12km², 인구는 2015년 기준 290만4876명으로 서해에 접한 한강 하류에 위치해 있다. 1899년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역인 인천역이 생긴 곳이다. 1905년 국내 최초의 사이다(별표 사이다) 공장이 세워졌고 이는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코미디언 고 서영춘의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 없이는 못 마십니다”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인천 하면 생각나는 대표 음식이 없는 이유는 이곳에서 태동한 다양한 원조 먹거리들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가려지고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강 하류와 서해바다가 만나는 황금어장은 예로부터 최대 꽃게 산지로 유명했다. 뿐만 아니라 조기, 밴댕이, 홍어, 갯벌장어, 바지락, 굴, 김, 새우젓, 까나리액젓 등 갖가지 수산물이 생산된다. 인근 섬에서는 강화약쑥, 순무, 인삼, 고구마 등이 특산물로 재배되어 바다와 갯벌, 섬에서 나는 풍성한 먹거리가 사시사철 끊임없이 식탁 위로 올라온다. 좋은 식재료로 치면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음식문화가 풍성한 맛의 고장이다.

평양냉면은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에 의해 인천에서 시작되었다. 짜장면 또한 인천이 개항하면서 산둥 지방에서 건너온 중국 노동자들이 면麵 위에 춘장을 볶은 양념을 비벼 먹은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맛난 음식들이 태어난 원조들의 고향인 인천은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음식 거리가 유난히 많다. 송도 꽃게거리, 부평동 해물탕거리, 문예길 음식문화 1번지, 북성동 짜장면거리 등의 음식특화거리뿐 아니라 강화 장어마을, 선수 밴댕이마을, 동인천 삼치, 송현동 순대, 화평동 냉면 등 곳곳에 맛집 골목으로 알려진 곳이 많다.

인천아트플랫폼과 건축가 황순우
© 조지영
© 조지영

인천아트플랫폼은 중구 해안동 일대에 개항기와 1930~40년대의 근대 건축물로 이루어진 지역을 재개발하며 탄생한 곳이다.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 13개 동의 건축물로 리모델링했다. 원래는 아파트촌으로 재개발할 예정이었으나 1999년도, 지역민들과 인천시가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최대한 살려 문화적으로 재활용하자”는 인천 향토 건축가 황순우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10년의 노력 끝에 2009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한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에서 관리만 하고 있다. 아트플랫폼의 콘텐츠가 되는 작가와 내용은 플랫폼이라는 명칭처럼 매번 바뀐다. 작가가 바뀌니 전시 내용과 예술 형식 또한 매번 바뀌고, 새로운 사용자(관람객)들을 불러들인다. 올 때마다 새로운 전시, 새로운 재미가 있으니 관객들은 몇 번이라도 다시 찾는다. 그렇게 플랫폼 사용자는 점점 늘어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문화예술 영역에 도입해 인천을 창의 도시로 만들자는 차별화 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지역 문화를 기록하고 사진에 담는 황순우 대표는 스스로를 “나는 건물과 도시의 영정 사진가”라고 말한다. 전주에 버려진 공장들을 재생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 부평의 미군부대 이전 지역을 음악 도시로 바꾸는 일, 버려지는 재건축 자재의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등 건축에 관한 모든 일에 관여하는 그는 이제 건축가를 넘어 사건과 역사를 요리하는 셰프이자 ‘도시 인문학 큐레이터’이다.

© 임학현
© 임학현

(주)건축사 사무소 바인의 황순우 대표는…
인천이 고향인 향토 건축가. 낙후된 지역을 위한 최고의 해법은 현장의 ‘거주居住’를 통해, 진실을 이해하고 역사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 대구, 부산, 전주, 광주, 제주 등에 도시 기록자 연대모임을 만들어 지역 문화 기록 아카이빙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지역 나름대로 특성 있고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인천 사람들이 좋아하는 중국 음식점 풍미豊美
중국 가정식 수제비(위)와 중국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특별히 만든 빵들(아래). 빵에다 매콤한 양념의 설레홍무침을 넣어 먹는다. © 임학현
중국 가정식 수제비(위)와 중국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특별히 만든 빵들(아래). 빵에다 매콤한 양념의 설레홍무침을 넣어 먹는다. © 임학현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온 40여 명의 상인들이 정착하며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이후에 위축되었던 차이나타운은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고 차이나타운의 역사성과 문화성이 재조명되면서 인천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있다. 현재 규모 있는 중국 음식점만 해도 40여 곳이 성업 중이며,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공화춘, 만다복, 신승반점 등은 주말에 한 두 시간씩 기다려야 음식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먹방’의 열기를 느끼게 한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인 풍미는 가업으로 4대째 이어가고 있는 65년 전통의 중국집이다. 한정화(71세), 조지미(64세) 부부 의 시아버지가 6·25 전쟁이 끝날 무렵에 오픈한 음식점으로 처음에는 빵과 짜장면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기록에 따르면 풍미는 1957 년부터 짜장면을 팔았는데, 당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파는 가게는 공화춘과 풍미 두 곳뿐이었다고 한다).

외형은 오래된 만큼 허름해 보이지만, 중국 가정에서 전해오는 전통 음식과 한국인의 입맛을 조화롭게 융화시킨 음식을 내는 독보적인 중국 집이다. 최상급 식재료로 만든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며 풍요로운 행복을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풍미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로, 인천에서 중국 음식의 풍미風味를 제대로 아는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짜장면이나 짬뽕은 물론 탕수육, 양장피, 유산슬, 고추잡채, 팔보채 등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요리들도 인기지만, 단골 손님 혹은 예약할 때 부탁하면 계절에 따른 특별한 중국 가정식 요리도 준비해준다. 팔진주즈(동파육과 여러 가지 해물을 조합한 것), 설레홍(산둥 지역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봄동 같은 채소)두부무침과 빵, 중국 가정식 수제비 등은 다른 중국 음식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메뉴들이다.

조지미 대표에게 음식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묻자 “집안에서 관혼상제가 있을 때마다 상차림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해먹던 음식들”이라 답한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요즘은 온 가족이 함께 9시에 출근해서 밤 9시 반까지 일한다. 단골손님에 따라서 그에 맞는 음식을 다르게 준비하는 등 손님들이 최대한 집에서 식사하는 기분이 들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상에서 즐기던 음식들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맛볼 수 있는 풍미는 차이나타운의 보석 같은 음식점이다.

코스 요리: 3만원, 4만원, 6만원(2인 기준)
메뉴: 양장피, 누룽지탕, 탕수육, 고추잡채, 꽃빵, 짜장면
주소: 인천시 중구 인천차이나타운로 56
문의: 032-772-2680

문화 공간 서담재書談齋
이애정 대표 © 임학현
이애정 대표 © 임학현

인천 지역의 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인 이애정 대표(54세)가 중구 송학로 25-15에 만든 작은 문화 공간이다. 서담재書談齋라는 당호가 글 ‘서書’와 이야기 ‘담談’인 것처럼, 작은 문화 공간의 핵심은 책을 통한 인문학강연.‘함께 읽고 나누며 자신을 채워가는 깊이 있는 인문 독서’를 통해 인문학을 실천하는 모임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틈틈이 미술 전시와 음악 공연도 함께 전개하는 등 작은 아름다움을 지역 사회와 나누는 알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Think Small’ ‘Less Is More’라는 말이 말뿐 아니라 실천을 통한 아름다운 삶임을 깨닫게 한다.

서담독서회: 매주 화요일 오후 2시~3시 30분
서양화가 강은주 초대전: 2월 15일~4월 23일 매주 금·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작가와의 만남: 3월 16일(수) 오후 1~2시
문의: 032-773-3013, 010-7709-3013

아카이브 카페 빙고Archive Café BINGO
아카이브 카페 빙고 부부 © 임학현
아카이브 카페 빙고 부부 © 임학현

일본에서 건축 역사를 전공한 이의중(38세) 대표와 요리 제빵 공부를 마친 부인 이규희(33세) 씨가 공동 운영하는 카페 겸 건축재생공방이다. 이의중 대표는 학업을 마친 후 교토의 건축사무소에서 오래된 민가와 사찰을 수리 복원하는 일을 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귀국 후 국토연구원, LH 연구소에서 건축도시공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인천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들에 매료된 그는 무작정 인천으로 내려와 버려진 공간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생기生氣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아카이브 카페 빙고는 1920년대 개항장 일대의 식용 얼음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작은 창고였다. 오랜 세월 동안 주류 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으나, 신포동 일대가 쇠퇴하며 후미진 골목의 버려진 창고로 10년 이상 방치되었다. 그러한 곳을 이 대표 부부가 발굴해 문화 공간으로 꾸며낸 것이다. 카페 이름에 담긴 뜻처럼 ‘역사 문화 아카이빙을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표로 빙고는 재탄생되었다.

카페의 대표 메뉴는 유기농 당근으로 만든 수제 당근케이크와 수제 당근파운드다. 적절한 산미와 부드러운 바디감을 손님 취향에 맞춰내는 커피는 수준급이며, 카페봉봉Café Bonbon과 사케라또Shakerato 역시 이곳을 ‘심장이 뛰는 공간’으로 만들 만큼 훌륭하다. 젊은 부부의 지역 문화 살리기를 위한 인문학적 삶에 찬사를 보낸다.

메뉴: 카페봉봉 4800원, 사케라또 4800원
주소: 수제 당근케이크 5만원, 수제 당근파운드 2만5000원 인천시 중구 개항로 7-1
문의: 032-772-3338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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