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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수와 권우중 셰프

2016년 2월 15일 — 0

가끔 외로워지면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앞을 보고 걷는다. 그렇게 그는 한식 셰프라는 길을 걷고 있다. 그 뒤를 후배 요리사들이 따른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심윤석, 정지원

© 심윤석,정지원
© 심윤석,정지원

욕심 많은 셰프
“9시 30분부터 모닝 스태프밀을 만들어요. 10시 20분까지 마무리한 뒤 한 10분 정도 앉아서 그날 일정을 봐요. 30분쯤 되면 애들한테 밥 먹으라고 독촉을 하고, 11시 5분까지 식사를 끝내고….” 권우중 셰프에게 하루의 스케줄을 묻자 그는 레스토랑에서의 하루를 분 단위로 설명했다. 그 표현 방식이 독특해 물으니, 그는 간단 명료하게 답했다. “해보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계획적일 수밖에 없어요. 인생의 시간은 본인이 관리해야겠지만, 레스토랑에서의 시간은 셰프가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잔소리도 많고요(웃음).”

적어도 요리에 관한 한 그는 욕심이 많다. 조리과를 졸업한 뒤 조선호텔에 입사했고, 도쿄와 미국에서 투자를 받아 레스토랑도 오픈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메뉴 개발도 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계절밥상’도 그가 CJ 한식 총괄 셰프로 있을 당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스트빌리지 후 두 번째 레스토랑이다. 당연히 더 많이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식재료만 봐도 그렇다. 레스토랑에서 쓰는 된장, 간장, 두부장 등의 장은 직접 담근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부모님댁에 내려가 메주를 띄운다. 미더덕 젓갈, 칠게장 젓갈 등의 젓갈뿐 아니라 민들레나 고추등의 장아찌도 담근다. “훌륭한 레스토랑이라면 직접 만들어서 써야죠. 프랑스 요리를 할 때 하인즈 캔 대신 데미글라스소스를 만들어 쓰는 건 자랑스러워하면서, 김치나 장은 왜 공장에서 사서 쓰죠? 모든 것을 만들어 쓸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만드는 법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 것을 ‘한식의 기초’라고 표현했다. 레스토랑에서 쓰는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네 번 새벽시장에 나가 직접 사온다. “업자에게 받아 쓰는 건 신선하지가 않아요. 업자는 두 부류가 있는데, 새벽 1~2시쯤 직접 경매에서 구한 재료를 스시야에 공급하는 업자, 그리고 일반 레스토랑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자가 있어요. 전자의 경우 품질은 좋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직접 시장에 나가죠.” 시장에 가면 계절에 나오는 산물의 흐름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뿐만 아니라 이제 갓 요리를 시작한 후배들도 교육할 수 있다. “함께 시장을 본 뒤 필레 뜨기를 시켜요.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그 경험이 쌓여야 기본적인 테크닉을 배울 수 있죠. 한식, 양식을 통틀어 해산물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요리사는 2~3%밖에 안 될걸요? 모두 손질된 것을 받아서 쓰니까요.” 이 때문에 일주일 중 4일은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몸에 익어서 괜찮다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더 힘들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셰프는 중간중간 소리도 지르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 "내가 너희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손님들에겐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 너희들이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으러 이 가게에 온 것이 아니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좋은 조리법을 배우겠다고 온 것이니, 거기에 중점을 두겠다.” 권우중 셰프의 스타일이다. © 심윤석,정지원
셰프는 중간중간 소리도 지르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 “내가 너희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손님들에겐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 너희들이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으러 이 가게에 온 것이 아니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좋은 조리법을 배우겠다고 온 것이니, 거기에 중점을 두겠다.” 권우중 셰프의 스타일이다. © 심윤석,정지원

한식계의 만능 엔터테이너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가 요리를 시작한 건 집안 분위기의 영향이 컸다. “CF 감독이었던 아버지는 예술의 끝이 요리라고 하셨죠(웃음). 외할아버지는 요리사였고,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아주 좋았어요.” 한식은 집에서 배웠다. 집이야말로 훌륭한 학원이었다. 어머니가 족발을 삶거나 청국장을 띄울 때마다 옆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그가 한식을 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가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한식에 대한 천대가 엄청났어요. 제대로 하는 곳도 많지 않았고요. 특유의 ‘손맛’으로 어필하는 분들은 있었지만, 프레젠테이션이나 담음새, 서비스 등은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나라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어떠한 사명감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권숙수의 숙수는 ‘전문 조리사’를 뜻한다.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이 붙여준 별명이기도 하다. 숙수란 결국 셰프를 의미하지만, 요즘 셰프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졌다. 10년 이상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던 훈장 같은 타이틀이었는데, 요즘은 유행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권숙수는 뉴코리안을 콘셉트로 해요. 정통 한식을 베이스로 양식의 터치를 가미하죠. 요리사가 한국 재료를 가지고, 한국 사람의 문화가 담긴 요리를 하면 한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종종 정통 한식을 하시는 분들이 제 레스토랑에 와서 ‘틀렸다’고 하세요. 하지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발전하는 한식의 한 범주인 거죠.”

그는 한식의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꾼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그러한 셰프가 되길 바란다. “일식이나 양식은 책도 있고, 롤 모델이 될 셰프들도 있잖아요. 자비를 들여서라도 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볼 수 있는데, 한식은 그런 곳이 턱 없이 부족하죠. 따뜻한 그릇에 디테일한 가니시, 그러한 음식을 한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말만 하면 뭐하나요. 직접 가서 먹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직원들을 도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연수 보내요.” 한식 셰프를 꿈꾸던 그도 어릴적 롤모델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한 점이 아쉬웠던 그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목표는 권숙수를 한식계의 라르페주L’arpege로 만드는 것. 알랭 파사드 셰프뿐 아니라 그 밑의 제자들도 함께 주목받은 것처럼, 그 역시 그런 셰프가 되고자 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발전하며, 한식의 돌풍을 일으키는 셰프 그룹이 되는 것. 이토록 욕심 많은 그이기에 분 단위로 살 수밖에 없다. 그는 참 바쁘게 살고, 덕택에 한식의 미래는 밝다.


DINNER AT KWON SOOK SOO
디너 코스 © 심윤석,정지원
디너 코스 © 심윤석,정지원

Course1
우리 술과 6가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

Course2
400년 된 레시피의 무만두와 가평 잣 국물

Course3
훈연한 방어회와 게걸무 오일에 버무린 그린 샐러드

Course4
고소한 맛 가득한 가을 참게찜

Course5
제철 굴과 함께 구워낸 버크셔 K 목살과 칠게장 소스

Course6
그 유명한 한우 떡갈비 구이

Course7
꿀 밤송이 : 밤꿀 아이스크림, 헤이즐넛 가나슈, 얼그레이 크렘뷜레

권숙수 INFO
한국의 음식 문화 중 가장 고급스러운 ‘독상 문화’를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까치버섯, 투석식으로 채취한 자연산 소굴 등의 독특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셰프의 개성이 담긴 한식 메뉴를 낸다.
• 런치 코스 3만8000원, 5만5000원 디너 코스 8만5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7 2층
• 02-542-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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