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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강진, 지방 음식의 재발견

2016년 2월 10일 — 0

실용적인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사찰음식연구회 홍승스님이 강진 백련사에서 사찰 음식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다. 남도 답사 일번지 강진에서 차의 명인 여연스님과 홍승스님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음식 문화의 현장 답사기.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차의 명인. 백련사 여연 회주스님. “격식을 따지지 않고 편하게 마시는 차가 최고의 차”임을 강조한다 © 임학현
차의 명인. 백련사 여연 회주스님. “격식을 따지지 않고 편하게 마시는 차가 최고의 차”임을 강조한다 © 임학현

차와 동백이 아름다운 백련사
강진군康津郡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남쪽 남해안에 위치하며, 면적 500.96km2, 인구는 2014년 기준 3만9861명으로 옛부터 음식 맛이 뛰어난 미식의 고장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아름답고, 한반도 남쪽 땅끝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며, 사계절 부는 바닷 바람으로 공기가 깨끗하다. 규석 광산과 고령토가 있어 고려시대 때는 질 좋은 고려 청자의 최대 생산지였다. 남해 안에서 가장 넓은 탐진 강변의 비옥한 경작지에서는 각종 곡식과 채소가 재배되고, U자字 형으로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강진만의 넓은 갯벌과 바다에서는 각종 조개류와 해조류, 낙지, 조기, 갈치, 전어 등 사철 풍부한 해산물이 산출되어 전국 어느 곳보다 먹거리가 풍족하다. 넘치도록 다양한 먹거리를 바탕으로 음식 문화가 발전된 강진은 오늘날 대한민국 맛의 일번지로 불릴 만하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 잡은 백련사의 만경루에서 내려다보면 강진만의 그림 같은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구강포 갯벌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멀리 장흥 천관산이 건너다보인다. 바다 쪽에서 바라본 백련사는 활짝 핀 연꽃잎이 사찰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으로 차와 동백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신라시대에 만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고, 고려 말 혼란스럽던 시절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신앙 결사체인 백련결사 운동을 통해 백련사로 불리게 되었다. 조선 말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 왔을 때 백련사 혜장선사와의 친교는 종교와 나이를 뛰어넘은 망년지교忘年之交로 알려져 있다.

백련사의 자랑은 무엇보다 천연기념물(제151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다. 3000여 평에 달하는 숲은 수백 년 수령의 아름드리 동백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숲 속은 사시사철 푸르고 두터운 잎으로 대낮에도 고즈넉한 분위기다. 11월부터 동백꽃이 피면서 겨우내 눈 속에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다 3월 말에 활짝 피면 고즈넉한 숲은 붉게 물들고, 어느새 그 꽃이 일제히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땅 위에 동백이 핀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은 처연하고 가슴 저미는 감동을 안겨주는 곳이 동백나무 숲이다. 백련사 동백 숲에 새겨진 또 다른 역사는 숨겨놓은 듯 흩어져 있는 4개의 고려, 조선시대의 부도들이다. 그중 이름이 알려진 부도는 월인당 부도뿐이며, 다른 것들은 오랜 동백나무들처럼 이름도 없이 흔적만 남기고 있어 마치 무여無如의 이치를 설하는 큰스님들의 소리없는 가르침 같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 다산초당 가는 산책길에는 백련사에서 재배하는 차밭과 야생 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아암 혜장스님과 다산 정약용 선생은 서로 불교와 유학을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차 인연을 맺었다 한다.

작비제昨非濟 여연스님
작비제는 백련사의 회주 여연스님이 생활하는 집의 당호堂號. ‘어제까지의 모든 삶이 잘못되었다’고 성찰하는 의미의 당호는 늘 올바르고 새롭게 살겠다는 스님의 철학을 담고 있다(스님은 1970년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해인사에서 출가 후 진주의 효당 최범술 스님에게 차 공부를 사사받았으며 해남 대흥사 차의 성지 일지암에서 18년 동안 주석하며 초의스님의 선차 정신을 이어온 초의선사草衣禪師 5대 법손이자 한국 차의 명인으로 초의차 문화연구원 이사장, 동국대 불교대학원 차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부터 백련사에서 차와 사찰 음식이 만나는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음식과 차가 조화된 새로운 사찰 음식 문화 운동을 전파하고 있다.

“유럽, 미국은 차와 포도주가 음식군에 속해요. 음식이란 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차와 뗄 수 없어 같이 응용해보고,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의 차와 사찰 음식이 만나 조화로운 콘텐츠로 태어나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웰빙 건강 음식, 힐링 미래 음식으로 새롭게 창조되기를 바랍니다.”

사찰음식연구회 홍승스님

홍승스님 © 임학현
홍승스님 © 임학현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홍승스님과 선재스님을 비교하면, 두 분은 동갑내기이며 음식을 통해 불교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온 최고의 불교 포교사들이다. 다른점은 선재스님이 전통 방법을 고수하는 사찰 음식 전문가로 유명하다면 홍승스님은 간편하고 실용적인 음식의 대명사로 불린다. 1984년 동화사 부도암에서 출가한 홍승스님은 1994년 대구의 불우이웃돕기 행사에서 2000명 분의 음식을 만들면서, 사찰 음식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이후 불교TV에서 <홍승스님의 사찰 음식> 프로그램 진행, 총무원에서 사찰 음식 귀빈실 운영, 부산의 대학에서 사찰 음식 강의를 하면서 <홍승스님의 자연을 담은 사찰 음식> <아이좋아 가족밥상> 등의 저술을 하는 다채로운 경력을 쌓아온 사찰 음식의 명인이다.

그동안 속가제자로 120여 명이 넘는 사찰 음식 전문가를 양성했고 전국 12개 지역에 지회를 가진 사찰음식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는 홍승스님이 모든 번잡함을 털어내고 호젓한 강진 백련사에서 사찰 음식을 가르치며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음식은 한 생명의 희생으로 얻어지는 것이라,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싶다는 탐욕부터 끊어야 몸이 바뀌고 삶도 바뀝니다.” 홍승스님은 사찰 음식이 건강식이긴 하지만 사찰 음식만으로 건강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스님들이 건강한 것은 채식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제시 간에 맞춰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명상하는 올바른 생활 태도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홍승스님은 사찰 음식의 특성을 세 가지로 강조한다. 첫째는 무엇보다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小食, 둘째 제철 채소와 산나물 중심의 채식菜食, 셋째 가공하지 않은 천연 재료로 만든 자연식自然食. 현대 요리가 추구하는 제철 음식, 로컬푸드, 자연주의 정신과 일치하는 맥락이다. 속가의 대중들도 채소와 동물성 단백질을 8:2의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을 강조한다.

사찰 음식의 명인 홍승스님과 차의 명인 여연스님이 강진 백련사에서 만들어가는 사찰 음식과 차의 만남은 예사롭지 않다. 두 명인이 차와 사찰 음식을 통합한 새로운 문화 창조를 해내기를 기대하며, 남도 답사 일번지 강진이 ‘차+사찰 음식’의 전국 일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승스님의 사찰 음식 강의와 실습 © 임학현
홍승스님의 사찰 음식 강의와 실습 © 임학현

강진의 대표 음식 한정식
강진에는 예전부터 전국적으로 이름난 한정식 집들이 많다. 해태, 명동, 예향 등 강진의 유명한 정식집들은 오래 전부터 저마다 풍족하고 개성 있는 음식들을 자랑해 왔다. 최근 광주, 전주, 순천 등 호남 지역의 큰 도시 한정식 집들이 시대의 유행에 따라 퓨전화되고 개성을 잃어 버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강진의 한정식 집들은 저마다 옛 음식에 바탕을 두고 특색있는 강진 한정식을 지켜가고 있다.

강진 한정식 남문

© 임학현
© 임학현

조말자(75세) 씨가 시작한 강진의 한정식 음식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조씨는 공무원이었던 남편 직장의 회식 음식을 도맡아 준비했던 빼어난 음식 솜씨 소유자. 남편 친구들의 권유로 2002년 한정식 집을 차렸다. 조말자 씨의 음식 솜씨는 친정어머니로부터의 내림이고, 지금은 음식점 대표를 맡고 있는 딸 김희연(48) 씨에게 3대째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에 의하면 아버지 식성이 매우 까다로워 다른 곳에서는 식사를 못하고 어머니의 음식만을 즐기던 분이라 한다.

남문 한정식은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새벽 6시 30분부터 점심 상을 준비한다. 좋은 식재료들로 유명한 강진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철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과 비싸더라도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낙지 철에는 갯벌에서 낙지를 채취하는 현장으로 매일 찾아가 그날 잡은 낙지를 사오는 부지런함이 또 다른 맛의 비결이다. 때문에 이 집에서 먹는 산낙지는 그냥 먹어도 쫄깃하고 달콤하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맛의 감동이다.

다른 재료들도 모두 마찬가지. 굴, 전복, 제철 생선회, 새우, 육회, 삼합, 키조개, 연포탕, 낙지구이, 토하젓, 전, 더덕 등 한 상 가득히 차려진 음식을 먹은 후에 밥, 국과 함께 나오는 큼직한 보리굴비 또한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으로 환상의 밥도둑이다. 외지 사람들이 강진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가 들러보았던 좋은 음식점을 다시 찾아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라면, 남문의 주인은 “음식의 맛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들이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여유를 보인다. 음식에 관한 한 그만큼 자신 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태도일 터다.

남문의 한상 차림 한정식 © 임학현
남문의 한상 차림 한정식 © 임학현

남문 한정식
• 점심 모란 8만원, 다산 10만원, 저녁 청자 12만원, 남문 16만원
•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남문길 21-1
• 061-43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