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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하노다찌 @김종관

2016년 1월 29일 — 0

하노다찌는 누하동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기네스와 간단한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가 있고 편안한 바 테이블에 앉아서 요리를 즐겨 하는 주인의 다양한 음식을 작은 접시로 즐길 수 있다.

© 김종관
© 김종관

누하동의 골목들이 흩어지는 기슭에 소바집이 생기고 술집이 생겼다. 그들은 길 걷기를 멈추고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편안한 불빛과 작은 바 테이블이 있는 그곳에서 남자 둘이 음식을 하고 있었다. 둘은 기네스를 시 켰다. 적당히 크림이 얹힌 검은 잔이 두 개 나왔다. 여자는 남자의 취직을 물었다. 남자는 눈곱을 떼며 괜찮다고 했다. 남자도 여자에게 물었다.
— 넌 준비 잘돼가?
— 뭘?
— 결혼?
— 모르겠는데?

여자는 신랑감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했다.
— 왜? 그 사람,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 아니었다니?
— 몰라. 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건지….
— 너를 다 잡는 사람이 어디있어?
— 내가 오빠한테 다 준다고 했었잖아.
— 설마?
— 진짜였어.
— 아깝네.
— 진짜 아까워?

남자는 여자의 눈치를 보고 말의 템포를 늦추었다. 여자는 가을 즈음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 날 좋은 봄에 하지. 왜 가을까지 기다려?
— 뉴욕에 몇 개월 가 있어야 한대. 같이 가자고 했는데 나는 싫다고 했지. 다녀와서 결혼하자고 했어.
— 그래. 조신히 있다가 사모님 해라. 네가 조신할지는 모르겠다만.
— 헤어지라면 헤어질게.
— 내가 너한테 왜 헤어지라 그래?
— 말만 해. 돌아갈게.
— 나 너 못먹여 살려.

바 너머 남자들은 스파게티 면을 삶았다. 희뿌연 서리가 창과 겨울의 거리 사이를 막았다. 남자는 창 너머로 지나는 행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같은 술을 하나씩 더 시켰다. 바의 남자들은 작은 접시에 담은 요리들을 계 속 내주었다. 다양한 드레싱의 좋은 식감을 가진 작은 요리들이 이어졌다. 여자는 베어물듯 맥주를 한 입 하더니 대화를 이었다.
— 나랑 만나.
— 뭔 소리야? 넌 결혼해야지.
— 결혼은 결혼이고…. 따로 만나.
— 그냥 조신하게 살어.
— 나 조신할 수 없다며. 그럼 바람피우지 뭐.
— 진심이야?
— 응.
— 됐어.
— 거절?
— 응.
— 그럼 결혼식 전까지…. 그때까지 바람피워. 어차피 그 사람 뉴욕가 있을거야. 싫으면 싫다고 말해.
— 안돼.
— 싫냐고 물었잖아.
— 응. 싫어.

여자는 웃었다.
— 내가 쓰레기 같지?

그리고 눈물을 닦았다.
—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다른지 모르겠어.
— 선택을 한 거잖아.
— 난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은 거 같은데. 그냥 내몰린거지….

문이 열렸고 손님들이 겨울과 함께 들어왔다. 작은 바의 테이블이 메워졌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거리에 섰다. 여자는 남자에게 물었다.
— 해줄 말 없어?
— 응.
— 됐다.
— 나….
— 응?

얼굴이 벌게진 남자는 입을 열었다.
— 어제도 너랑 자는 꿈 꿨어. 아직은 너랑 자고 싶어.
— 알아.
— 응.

여자는 미소 지었다.
— 다시는 연락 안 할거야.
남자도 미소 지었다.
—잘 생각했어.

둘은 작은 거리를 지났고 큰길에서 헤어졌다.

김종관은 영화감독이자 작가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등 단편 영화로 국내외 다수 영화제에서 입상했으며 장편영화로는 <조금만 더 가까이>가 있다. 저서로 <사라지고 있습니까>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