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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1월의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6년 1월 6일 — 0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셰프들이 차려낸 신상 레스토랑을 찾았다. 맛에 충실한 파스타와 색다른 단품 메뉴,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와인까지 소개한다.

edit 문은정, 이지희 — photograph 양성모

이관우파스타
© 양성모
© 양성모

월급쟁이였던 이관우 대표는 여느 사람들처럼 스트레스로 점철된 현실에서 돈보다 ‘재미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문득 친구들에게 취미로 파스타와 요리를 만들어주며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31살, 선택이 쉽지 않은 나이였지만 파주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연남동 골목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파스타집을 열기에 이르렀다. 중앙에 위치한 긴 바가 특징인 이곳의 파스타 메뉴는 13가지로, 메뉴 이름에 걸맞은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맛과 부담없는 가격의 ‘즐길 수 있는’파스타를 내는 데 주력한다. 봉골레 파스타는 8시간 이상 해감시킨 바지락과 소금만으로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이 나며, 안초비와 올리브유로만 소스를 만든 쵸비쵸비는 안초비가 지닌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입안에 척척 붙는 짭조름한 맛에 저절로 손이 간다. 까누보나라는 카르보나라를 변형시킨 메뉴로, 화이트소스는 고소하면서도 매콤하다. 파스타와 식빵이 같이 나오는데, 식전빵의 개념보다는 소스와 파스타를 얹어 먹으면 잘 어울린다. 모든 메뉴는 주문받을 때마다 닭뼈와 소잡뼈로 우린 육수로 소스를 바로 만들어 깔끔한 맛을 내며, 얇은 스파게티니 면도 주문 받을 때마다 생면의 식감을 느낄 수 있게 삶아낸다. 평일 오후 6시 즈음에 오면 창밖에 켜지는 가로등 불빛에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난다.

• 까누보나라 1만3000원, 봉골레파스타 1만4000원 쵸비쵸비 1만5000원
•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46길 29 2층
•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10시(월요일 휴무)
• 02-333-8646

© 양성모
(왼쪽부터)까누보나라, 봉골레파스타, 쵸비쵸비 © 양성모

1. 자신의 이름을 빠르게 불러서 지은 ‘까누(관우)’보나라. 매콤하고 고소한 화이트소스와 식빵이 아주 잘 어울린다.
2. 가장 기본 메뉴지만 봉골레의 맛을 오롯이 내기 위해 바지락을 듬뿍 넣었다.
3. 쵸비쵸비는 비리지 않은 짭조름한 안초비의 맛과 먹기 좋게 발라진 타이거 새우 3마리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블랙스완
© 양성모
© 양성모

격식 있는 곳보다는 편안한 레스토랑이 좋다. 최승관 셰프와 정호균 셰프의 생각도 비슷했나 보다. 최근 단품 메뉴로 구성된 캐주얼 레스토랑 블랙스완을 오픈했으니 말이다. 기존 쉬떼르가 있던 곳에 자리 잡은 블랙스완은 서래마을에서 주목받는 두 셰프가 만나 더욱 뜻깊은 레스토랑이 되었다. “블랙스완이 상반되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잖아요.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걷자해서 정호균 셰프가 지은 이름이죠.” 최승관 셰프가 설명했다. 샐러드와 파스타, 스테이크 등의 메뉴에서 취향껏 골라 코스를 구성하거나 술과 함께 단품 메뉴를 즐겨도 좋다. 대표 메뉴는 5주간 웨트에이징한 스테이크와 슈크르트, 테린이다. 슈크르트는 독일의 사워크라우트가 프랑스 알자스 지방으로 넘어가며 변화한 음식으로 발효한 사보이 양배추에 소시지, 감자 등을 곁들였다. 와인 리스트 역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었다. 레드, 화이트, 로제, 스위트&주정강화 등 총 9종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그에 어울리는 음식까지 매칭해놓았다. “와인 애호가라도 모든 와인을 다 알지는 못하잖아요. 좋아하던 와인의 한 카테고리 안에서 비슷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믈리에가 아이디어를 낸 거에요.” 볕 좋은 날 창가에 앉아 와인 한 잔에 슈크르트를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돼지고기테린 2만4000원, 양갈비오일파스타 3만2000원, 한우안심스테이크 4만9000원
•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26길 24
• 오전 11시~오후 3시 30분, 오후 5시 30분~자정(라스트 오더 9시 30분)
• 02-532-1021

© 양성모
(왼쪽부터)슈크르트, 테린 © 양성모

1. 슈크르트는 사보이 양배추와 알자스 리슬링을 사용해 만든다. 본래 감자와 소시지, 육류, 햄 등이 들어가지만, 햄 대신 툴루즈 소시지를 넣었다.
2. 테린은 돼지고기 목살과 오리 가슴살을 섞어 만들었다. 푸아그라와 표고버섯, 피스타치오를 넣어 잡내를 잡았다.


마렘마
© 양성모
© 양성모

이탤리언 선술집 분위기의 핫한 레스토랑 쿠촐로의 2호점 마렘마가 한남동에 등장했다. 애견가인 김지운 오너 셰프는 이탈리아어로 쿠촐로는 작은 강아지, 마렘마는 흰색 개라는 뜻도 갖고 있다며 귀띔했지만, 이탈리아 토스카나 남부에 있는 시골 지역명이 마렘마의 콘셉트다. 점심과 저녁 모두 이탤리언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데, 그가 다양한 재료로 주저 없이 만들어내는 메뉴는 간단하면서도 창의적이다. 우선 닭 간을 갈아 만든 파테, 로스팅한 포도와 숙성된 바질토마토,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 염장한 대구와 마늘 그리고 올리브유를 한 데 넣고 간 바칼라만테카토 등 5가지 브루스케타로 시작하자. 다양한 스타일의 식재료를 한번에 맛볼 수 있으며, 식전주인 이탈리아 스파클링 프로세코와 잘 어울린다. 캄파니아트리니티는 그라파와 잣 크레마, 안초비와 가지, 브레드 크럼을 넣은 파스타로, 안초비의 짭짤한 맛과 그라파의 절묘한 간과 브레드 크럼의 바삭바삭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으며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짠맛을 덜어준다. 평창동 가빈소시지와 뇨키,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 가빈소시지뇨키는 말 그대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뇨키와 쫀득한 소시지가 절로 라이트한 레드 와인을 부른다. 이외에도 직접 뽑은 펜네와 생 블랙 트러플을 얹은 밀크리소토 등 다양한 맛과 식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메뉴가 많아 와인이 헤퍼진다. 느릿한 음악, 어둑한 조명에 오픈 초기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예약은 필수다. 점심에 맞춰 방문하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

• 브루스케타 5종 7000~9000원, 캄파니아트리니티 2만9000원, 가빈소시지뇨키 2만7000원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8
•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자정
• 02-790-5633

브루스케타, 캄파니아트리니티, 뇨키 © 양성모
브루스케타, 캄파니아트리니티, 뇨키 © 양성모

1. (왼쪽부터) 대구를 염장한 뒤 무를 갈아 넣어 염분기를 뺀 다음 올리브유와 마늘 크레마를 넣어 간 베니스식 브루스케타.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에 얹은 숙성시킨 바질토마토. 부라타 치즈 위에 올린 헤이즐넛과 트러플 허니. 고다 치즈에 얹은 로스팅한 포도. 닭 간을 갈아 넣은 파테. 5가지 브루스케타 하나면 식전주는 금세 사라진다.
2. 캄파니아트리니티는 바삭한 빵가루의 식감이 재미있으며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3. 뇨키는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가빈소시지와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까지, 레드 와인을 절로 부른다.


도우룸
© 양성모
© 양성모

궁금했지만 아쉽게 놓친 곳이 많다. 팝업 레스토랑 ‘준 더 파스타’도 그중 하나다. 미적대는 사이 사라졌고, 이준 셰프는 실험적인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열었다. 그런데 최근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스와니예팀이 준 더 파스타의 연장선상 격인 도우룸을 오픈했다는 것. “정육식당에 가면 고기를 살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잖아요? 도우룸도 직접 만든 생면 파스타를 살 수도 있고 맛볼 수도 있는 곳이죠.” 총괄을 맡은 윤대현 셰프가 설명했다. 그는 스와니예 수 셰프 출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파파델레파스타를 맛봤고, 순식간에 접시 바닥까지 긁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면 안 되는데, 그냥 매우 맛있다. 파스타는 이탤리언 방식으로 만들지만 소스와 식재료는 미국 스타일에 가까웠다. “이탈리아가 올리브유를 베이스로 사용한다면, 도우룸은 버터를 쓰는 식이죠.” 카펠리니, 가르가델리, 카바델리, 라비올리, 아뇨로티…. 매일 만드는 생면 파스타는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후추, 먹물, 허브 등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변주도 줬다.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지만 티본스테이크, 유럽 스타일의 농어 요리인 브란지노 등 다양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스와니예팀이 만드는 것이라 맛은 보장한다.

• 오르키에테파스타 1만8000원 탈레지오아뇨로티파스타 2만2000원
•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99 2층
• 정오~오후 2시 30분 오후 6~11시(라스트 오더 9시)
• 02-535-9386

파파델레파스타, 오르키에테파스타 © 양성모
파파델레파스타, 오르키에테파스타 © 양성모

1. 파파델레파스타는 허브를 압착시켜 만들었다. 양 어깨살을 이틀 이상 브레이징한 뒤 육수를 농축해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 향이 풍부하고 매콤한 맛이 난다.
2. ‘귀’라는 뜻을 지닌 오르키에테파스타. 시금치 퓌레를 넣어 녹색을 띤다. 취나물 페스토를 버무려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