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고 싶은 우리 엄마의 베스트 메뉴를 소개한다.
edit 이지희 — photograph 심윤석

시원한 해물미역국 — 문인영(파크 하얏트 서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과장)
엄마는 음식에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만들고, 장도 직접 담근다. 국물도 멸치 볶은 것과 건새우 볶은 것, 홍합 말린 것, 다시마 말린 것 등으로 낸다. 채식주의자인 엄마는 요리에 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베스트로 꼽는 요리는 미역국이다. 고기 대신 옥돔살과 홍합, 관자 등 해산물을 넣어 푹 끓여낸 미역국은 시원하면서도 단맛과 감칠맛이 난다.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엄마의 영향으로 나도 요리할 때 조미료 대신 직접 우린 국물을 사용한다. 또 유기농 재료를 꼼꼼하게 고르고, 깔끔한 음식을 내는 맛집을 즐겨 찾는다. 가장 트렌디한 일을 찾는 나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
고기 없는 김치찌개 — 이승우(라마르조코 코리아 이사)
오랜 해외 생활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엄마표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한인식당의 김치찌개와는 당연히 그 맛이 다르다. 우리 엄마의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밥에 넣어 쓱쓱 비벼 먹을 수 있게 김치와 참치를 넣고 푹 고아질 때까지 팔팔 끓여내신다. 특히 가족의 건강을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를 넣어 상을 차리신다. 요즘엔 어깨너머로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레시피를 조금씩 배운다. 김치찌개는 김치와 물, 참치만 넣으면 안 된다. 엄마의 비법은 바로 김치 국물. 여기에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간장 등의 간을 하는 것이다.
배가 가득한 김치 — 허진하(엔제리너스커피 대리)
우리 엄마의 베스트 요리는 김치다. 고향이 바닷가 근처인데,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생선과 같은 해산물을 넣어서 김치를 담그지만 엄마는 그 대신 배를 많이 넣어 시원한 김치를 담그신다. 나를 요리사로 키우고 싶었던 엄마는 다양한 요리 방법을 알려주셨다. 현재 커피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덕분에 엄마의 요리는 웬만하면 다 만들 수 있다. 특히 자랑하고 싶은 메뉴는 제육볶음이다. 매실액을 넣어 돼지고기를 연하게 만든 다음 올리고당과 간장, 채소,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면서 달달하게 만든다. 엄마의 집밥은 손맛도 손맛이지만 따뜻함이다. 집에 가면 항상 새로 해주시는 따뜻한 밥이 좋다.
담백 깔끔한 우거지갈비탕 — 이선희(국제성모병원 영양사)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엄마표 우거지갈비탕이 으뜸이다. 몇십 년 째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우거지갈비탕에는 매년 담그는 김치와 갈비, 우거지와 된장만 들어가는데 아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엄마의 손 맛은 이른바 ‘약간’씩 넣는 간의 정도다. 소금 약간, 된장 약간인 레시피는 내가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영양사로서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엄마의 집밥에서 우러나온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집밥과 비슷한 건강하고 낯설지 않은 환자식을 짜려고 노력한다. 엄마한테 배운 레시피로는 무저밈국이 있다. 무를 얇게 저며 들기름에 달달 볶은 뒤 새우젓 반 스푼과 고춧가루를 넣고 다시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인 다음 들깻가루와 소금을 넣고 팔팔 끓이면 완성이다.
칼칼한 꽃게장국 — 김대국(삼성전기 설비개발팀)
타지에 떨어져서 근무를 하고 있어 추운 계절에는 엄마의 꽃게장국이 유독 더 생각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싱싱한 꽃게를 넣어 칼칼하게 끓인 꽃게장국은 나름 귀한 아들이라고 엄마가 살을 발라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꽃게장국을 다시 끓여 먹으면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새우와 멸치, 양파, 다시마, 버섯을 넣어 만든 육수에 꽃게와 된장을 풀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지만 엄마의 손맛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엄마의 솜씨를 어슬프게나마 흉내내는 요리는 미역국 정도.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이는 건 동일하지만 나는 소고기나 조개, 어묵을 넣고 끓여 조금씩 응용해보고 있다.
자극적인 맛의 돼지갈비찜 — 이미리(푸드 파워 블로거)
우리 엄마는 전라도식 요리를 하신다. 전라도 분인 외할머니의 손맛을 따라 다소 자극적이지만 푸짐하며 맛이 좋다. 손맛이 일품이기에 음식점도 운영하셨다. 엄마의 베스트 메뉴는 돼지갈비찜. 고춧가루를 넣어 새빨갛게 만들고, 과일과 마늘을 많이 갈아 넣어 매콤하면서 달달하다. 매콤하고 칼칼한 집밥을 먹다 보니 요리를 할 때도 얼큰하고 토속적인 음식을 주로 만드는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엄마의 요리를 재현한다. 엄마에게 배운 레시피는 소고기뭇국이다. 맑고 기름진 일반적인 뭇국과 다르다.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 약간을 넣고 양지고기와 매운 고추를 썰어 넣으면 시원하고 얼큰한 국밥 같은 뭇국을 먹을 수 있다.
담백한 소고기미역국 — 김병기(프릳츠 커피컴퍼니 대표)
엄마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요리하셔서 맛이 담백하다. 다소 심심한 맛일 수도 있지만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집밥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역국이다. 특히 생일날 끓여주시는 미역국은 특별하다. 새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참기름에 볶아내어 소고기미역국을 한 솥 끓이시곤 가족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나에게 국자로 국을 크게 퍼서 대접에 담아주시기 때문이다. 갓 끓여낸 따뜻한 미역국이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 같다. 엄마의 미역국 레시피는 간단하다. 미역을 불려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넣고 볶은 뒤 물과 소고기 등의 재료를 넣고 팔팔 끓이면 된다.
도시락 반찬 콩비지찌개 — 류시형(김치버스 대표)
학창 시절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은 햄과 고기 반찬이 대부분이었지만 엄마는 콩비지찌개를 자주 싸주셨다. 곱게 간 콩비지와 고춧가루, 김치,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칼칼한 콩비지찌개는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엄마의 요리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짭짤해 입맛을 돋웠다. 엄마의 레시피 중 가장 잘 활용하는 메뉴는 칼칼한 파무침이다. 고춧가루와 설탕을 같은 비율로 넣고 식초를 그 절반 정도 부은 뒤 깨와 참기름을 적당량 넣어 파와 버무리면 끝이다. 고기나 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배추무콩국 — 김순하(숭의여자대학교 관광과 교수)
우리 집은 6남매에 종가 큰집이라 커다란 가마솥과 떡시루에선 항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사람이 많아 국 요리가 늘 준비돼 있었는데 김장이 끝나고 남은 무와 배추를 넣고 끓인 콩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조미료 없이 멸치로 시원하게 우려내 배추와 무를 가득 넣고 끓인 콩국은 그야말로 웰빙 밥상이었다. 넉넉한 인심에 늘 한 솥 가득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손님, 친척과 나눠먹곤 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배추무콩국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배추와 무를 넣고 끓이다가 날콩가루를 물에 개어 뿌린다. 절대 휘젓지 말아야 한다. 국 간장과 소금으로 담백하게 간을 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