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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비오 피에르안젤리니

2015년 12월 29일 — 0

풀비오 피에르안젤리니 셰프의 음식을 맛본 후 그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을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창조자(Creator)’가 아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이행자(Executor)’라고 말했다.

edit 권민지 — photograph 양성모 — cooperate 텐꼬르소꼬모10 CORSO COMO

© 양성모
© 양성모

텐꼬르소꼬모에서 이틀간 당신의 음식을 선보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친구인 텐꼬르소꼬모 밀라노 대표의 소개로 서울에 오게 됐지만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그곳에서 요리하는 것을 원래 좋아했다. 사실 비행기 타는 건 정말 싫어한다.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선보일 메뉴를 전혀 정하지 않았다. 도착 후 시장을 다니며 식재료를 살펴보고 이곳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고 나서 메뉴에 대해 생각했다. 서울이 주는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좋다.

이번 방문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식재료나 음식이 있었는가.
기억에 남는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곶감과 홍시는 정말 맛있어서 디저트를 만들 때 단감을 사용했다. 초콜릿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식감과 향은 독특해서 그야말로 마법 같았다. 시장에서 굴비를 줄줄이 엮어 파는 모습도 흥미로웠는데 가격이 굉장히 비싸더라(웃음).

당신 요리의 특징은 무엇인가.
‘Try To Be Come Simple’로 간결함이다. 음식은 기교를 부릴수록 생명력을 잃는다. 겉보기에는 불완전한 듯 보일지라도 식재료 본연의 맛이 잘 어우러지는 데 신경을 쓴다. 또한 눈으로 봤을 때보다 입안에서 화려하게 느껴지는 요리를 만든다. 어떻게 보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칼 사용을 자제한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칼질을 잘하는 셰프를 프로페셔널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어도 ‘좋은 셰프’라고 하기는 어렵다. 똑같은 스파게티를 백만 번 만들었어도 재료가 주는 느낌은 매번 다른 것처럼 재료와의 교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칼을 사용하면 이러한 교감이 방해를 받고 음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칼로 자른 단면과 손으로 자른 살짝 거친 단면을 비교해보면 모양뿐만 아니라 흡수력이 다르다. 자연적인 형태와 결을 따라 손으로 자른 토마토의 단면이 올리브유, 허브 등의 재료를 더욱 부드럽게 흡수해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끌어낸다.

셰프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재능도 중요하지만 요리 테크닉을 완벽히 익히는 것도 기본이다. 그래야 테크닉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한 태도도 중요하다. 셰프는 채소든 생선이든 한때 생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다루는 직업이다. 식재료는 물론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겸손한 태도는 음식에 반드시 드러나는 법이다.

미슐랭 2스타를 획득,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돌연 레스토랑 문을 닫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요리에 대한 나의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무기력한 기분이 들고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런 마음으로 요리할 수 없어 레스토랑 문을 닫고 셰프로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코 포르테 호텔(Rocco Forte Hotels)의 컨설턴트 겸 총주방장으로 복귀했다. 그때의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한국은 TV, 광고 등에서 셰프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스타 셰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셰프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디어 노출을 통해 셰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송을 만드는 PD나 작가들이 요리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트렌드에 힘입어 만든 것이라면 말 그대로 쇼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린 셰프 지망생들이 셰프란 직업과 요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부와 명성에 연연하게 될까봐 우려된다.

당신의 평소 일과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내 다이어리를 보면 알겠지만 시간이나 해야 할 일은 잘 적지 않는다. 머무를 곳만 적는다. 다음 행선지는 상하이와 베이징으로, 그곳에서도 로컬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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