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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디저트 @이용재

2015년 12월 16일 — 2

평소에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일년 중 가장 많은 양을 먹게 되는 시기가 바로 12월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저트 숍들에 대한 평가를 전한다.

text 이용재 — illustration 이민진

디저트는 철저하게 인위적인 음식이다. 큰 덩어리에서 잘라내는 일반 음식(Savory Food)과 정반대로, 빚거나 녹여 붓거나 짓는다.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맛과 질감, 조형의 조작이 가능하다. 프랑스 요리의 문법을 19세기 처음 정리한 마리앙투안 카렘이 페이스트리 셰프였다거나, 멕시코 요리를 현대화한 알렉스 스투팩이 자율성에 이끌려 디저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식이 거의 자동적으로 품고 있는 단맛 때문에 여전히 개념 정립이 순조롭지 않지만, 그래도 식사의 끝에서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디저트는 존재한다. 12월, 디저트가 어울리는 달에 그 지평을 살펴보자.

출발점은 역시 메종 엠오, 오늘의 서울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장식에 헛심 빼지 않는 현대적 조형에 한국에서 잘 통하지 않는 맛을 담았다. 소심하지 않은 소금간과 시트러스를 적극 활용한 신맛 말이다. 덕분에 맛의 여운이 짧거나 허무하지 않고, 가운데가 확 도드라진다. 시그너처 디저트인 몽블랑이나 유자브리오슈 등도 좋지만, 개성은 한 점 1000원짜리 기모브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액체를 간신히 잡아놓은 듯한 속의 부드러움과 설탕을 입은 것의 바삭함이 절묘하다. 그 둘의 실랑이 사이로 신맛과 단맛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고 들어온다. 미니멀한 정육면체에 맛의 경험이 빽빽하게 들어차, 가벼운 착시 현상마저 느낀다.

카페 디오르에서도 이런 맛을 제안한다.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를 내는 그곳 말이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맛은 있되, 설정과 구성은 없다. 와인잔에 담아내는 플레이팅 디저트는 90년대 카페 메뉴였던 파르페의 재림이다. 한가운데에 들어찬 생크림에 말문이 막힌다. 아이스크림, 튀일 등 쉬운 요소의 구축이 너무 안전하고 쉽다. 프티 가토류처럼 높은 기술 수준으로 미리 완성하는 제품군이 아니고, 2만원대 디저트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맛있되 평범한 파운드케이크까지, 피에르 에르메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카롱이야 완제품 수입이니 괜찮지만, 높은 수준의 제품을 꾸준히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는 시각 말이다. 너무 노골적이다.

이해는 한다. 디저트는 많은 요소를 구축해 만드는 음식이라고 했다. 각 요소마다 아주 미세하게 떨어지는 디테일이 모여 완제품의 결함이 될 수 있다. 이를 막는 역량은 기술이나 실력보다 문화나 인식의 문제일 수 있다. 제2 롯데월드 에비뉴엘의 카페 제르보가 보여준다. 현지의 레시피를 엄수해 서울에서 만든다는데,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만족스럽지도 않다. 감지하되 꼭 집어낼 수 없는 간극이 있다. 머뭇거리는 질감이 특히 그렇다.

이런 디저트 덕분에 비 스위트 온의 의미를 새삼 되새긴다. 참신하지는 않지만 견고하고 완성도 높다. 그 힘으로 황폐한 한국 요식업-디저트의 토양에서 7년간 버텨왔다. 그만하면 장수다. 비슷한 시기 등장했던 가게들을 기억하는가? 함께 플레이팅 디저트의 선구자였던 저스트 어 모먼트는 단명했고, 무스류의 질감이 빼어났던 이스트와르 당쥬는 광채를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 있다. 언제나 한결같다. 운영진은 이제 가로수길로 완전히 넘어와 라 뽐므를 운영한다. 완성도의 레퍼런스로서 의미 있다.

완성도, 그것이 가로수길에 있는 소나의 고민이다. 계절별로 바뀌는 테이스팅 코스는 요즘 경향의 한 페이지를 성실하게 학습했다. 원형 설탕 껍데기에 담은 거품의 조형 또는 공예미와 극적 효과, 파슬리나 고수 등이 싱그러운 그라니타와 완벽하게 부드러운 판나코타의 맛과 질감의 조합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완성도가 조금씩 아쉽다. 집중력의 분산이 원인이다. 프티 푸르로 내는 미니어처 디저트-에클레어, 카눌레 등-는 별도의 브랜드와 지구력이 필요한 아이템이다. 이 둘을 한꺼번에 내려니 힘에 부친다. 특히 몽블랑에서 착안한 가을 코스 주 디저트는 완성도가 여름보다도 떨어졌다. 많은 요소와 그 결합을 소화해 내야 할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묻어난다.

한편 디저트 와인의 부재는 음식과 별개로 오래 곱씹어봐야 할 과제다. 전문 매장 두 군데 모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2005년 맨해튼의 디저트 카페 치카리셔스에서 페어링을 맛본 지 10년이 지났다. 한국에서는 아직이다.

프티 가토는 ‘축소 지향’의 디저트다. 큰 케이크의 맛과 단면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작은 개체에 오롯이 담는 기술을 요한다. 조각 케이크와는 다른 차원의 개체고, 디저트의 인위적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래서 여태껏 드문 가운데, 일본의 브랜드 몽상클레르가 모범적이다. 초콜릿 무스를 위시한 지방과 단맛에 열대 과일 위주의 신맛 등을 똑 떨어지게 담아낸다. 여운이 짧고 다소 밋밋한 전형적 일본풍 맛이지만, 일반적인 프티 가토의 2⁄3 크기에 압축시켜 담아내는 완성도는 훌륭하다. 특히 함께 파는 발효빵의 평범함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고급스러움은 좀 처지지만 몽슈슈도 모범적이다. 공업과 대량생산의 손길은 묻어나지만, 일본의 완성도와 품질 관리 등을 위한 예로는 전혀 손색없다. 이제 막 등장한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의 프티 가토에서는 꼼수가 엿보인다. 안전을 택한 구성을 다소 화려한 가니시로 가린다. 신세계 본점의 페이야드처럼 바닥 크러스트를 따로 만들어 결합하는 타르트형으로, 틀에 담은 채 모든 요소를 완성하는 반구형(Bombe)과 조금 다르다. 심지어 반구형마저 바닥은 따로 만들어 결합한다. 이를 마카롱이나 화이트 초콜릿, 머랭 과자 등의 현란한 장식으로 가린다. 심지어 크러스트는 딱딱하다. 현지 인력 부재시 ‘사후관리’를 염두에 둔 설계로 보인다. 유자나 산딸기 등 과일 신맛이 두드러지는 맛의 균형은 좋다. 굳이 비교하자면 안국동 아몬디에가 외국인 파티셰로 출발할 때 완성도 의 85% 수준이랄까.

강남구청 사거리의 카페 리틀 앤 머치도 프티 가토를 낸다.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대적 공간에서 맺히는 곳 하나 없는 무스의 질감이 돋보인다. 다만 발전의 의미가 남아 있다는 의미에서 ‘교과서적’이다. 마지막으로 신라호텔의 페이스트리 부티크. 형용모순적 프티 가토를 맛볼 수 있다. 가격(1만1000원)의 정당화를 의식해선지 크고 또 무겁다. 작지 않은 작은 케이크다. 또한 호텔의 다른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디테일이 떨어진다. 케이크 자체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포장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습관처럼 아이스팩은 곁들이지만 소요 시간을 묻지 않으며, 케이크를 담고 남는 공간을 메우지도 않는다. 덕분에 케이크는 상자 안에서 처참하게 뭉개졌다. 호텔은 라이프스타일 시뮬레이션의 장이고, 이를 깨는 가장 큰 적은 디테일의 부족 또는 무신경함이다. 신라호텔의 음식 문화에서는 고질적인 무신경함이 거슬린다.

마지막으로 맥락에 속하지 않는 디저트 2종이다. 첫 번째는 초콜릿. 리큐어를 머금은 봉봉류는 밸런타인데이가 아닌 12월의 디저트다. 내수동의 쇼콜라 디제이는 모든 초콜릿에 적극적으로 리큐어를 개입시킨다. 국산 희석식 소주 화요부터 럼, 싱글 몰트 등이 파베, 봉봉, 핫초콜릿 등과 만난다. 코스로 먹을 때의 완급 조절은 미완이지만 각 단품의 완성도는 빼어나다. 마지막으로는 서교동의 카페 아이들 모먼츠의 푸딩이다. 인스턴트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공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드러움을 순간 포착하는 푸딩이나 젤리류를 만들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주재료인 달걀과 크림의 황폐한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프랜차이즈의 물결 속에서 드물게 주인의 개성이 묻어 있는 공간도 좋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홈페이지(www.bluexmas.com)에 음식 관련 글을 올리는 한편 <철학이 있는 식탁> <뉴욕의 맛 모모푸쿠> 등의 책을 번역했다. 올해 출간 목표로 <외식의 품격>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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