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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샌프란시스코 3박 4일 미식여행 PART1

2015년 12월 8일 — 0

이른 아침 줄 서서 먹은 브런치부터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며 즐긴 프렌치 요리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맛본 다양한 음식들은 그곳을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edit 권민지 — photograph 박정우 — cooperation 캘리포니아관광청(visitcalifornia.co.kr), 델타항공(ko.delta.com)

Day1 Dinner
바다를 보며 해산물 요리
프랜시스칸 크랩 레스토랑의 크랩피스트는 푸짐한 양에 게살도 실하게 들어 있어 여럿이서 먹기 좋다. © 박정우
프랜시스칸 크랩 레스토랑의 크랩피스트는 푸짐한 양에 게살도 실하게 들어 있어 여럿이서 먹기 좋다. © 박정우

늦은 저녁, 긴 비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젖은 땅에는 도시의 불빛만 반짝였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고민 끝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맛보는 첫 끼는 해산물 요리로 하고 싶었다. 서둘러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부근의 프랜시스칸 크랩 레스토랑(Franciscan Crab Restaurant)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음악 소리 대신 사람들의 대화 나누는 소리, 포크와 그릇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들로 가득했다. 밤바다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창가에 앉아 찬찬히 메뉴판을 살펴본 뒤 메뉴를 골랐다. 블루문(Blue Moon) 맥주 한 잔도 주문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던지니스크랩케이크. 크로켓 정도의 크기지만 통게살과 잘게 찢은 게살을 듬뿍 넣은데 다 튀김옷이 얇아 게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메뉴 선택이 훌륭했다며 뿌듯해하는데 메인 요리인 크랩피스트가 등장했다. 평소 게 요리는 먹기가 번거로워 즐기지 않았지만 크고 실한 게를 보니 입맛이 동했다. 본격적으로 게를 맛보기 위해 전용 가위로 살을 발랐다. 통통한 게살을 한 입 먹자 입안 가득 온기가 느껴지며 부드러운 게살이 씹혔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서 주변을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우산은 쓰지 않고 걸었다. 추운 날씨에 길을 걷던 중 부에나 비스타(The Buena Vista) 간판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잠시 몸을 녹여야겠다 싶은 마음에 얼른 바에 앉아 아이리시 커피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알코올 향과 커피의 쌉싸름 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달콤했다. 따뜻한 칵테일을 마시다 보니 금세 몸이 노곤해졌다. 여행 첫날, 비 내리는 샌프란시스코를 본 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프랜시스칸 크랩 레스토랑
• 던지니스크랩케이크 $17.95, 크랩피스트 $114.95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 Pier 43 1⁄2 Fisherman’s Wharf San Francisco
• 415 362 7733
www.franciscanrestaurant.com

부에나 비스타
• 아이리시 커피 $8.95
• 월~금요일 오전 9시~새벽 2시, 주말 오전 8시~새벽 2시
• 2765 Hyde Street (At Beach) San Francisco
• 415 474 5044
www.thebuenavista.com


day2 Breakfast
줄 서서 먹는 베이커리에서 브런치
타르틴 베이커리의 따뜻한 카푸치노와도 잘 어울리는 레몬크림타르트는 타르틴 베이커리의 인기 디저트 메뉴 중 하나다. © 박정우
타르틴 베이커리의 따뜻한 카푸치노와도 잘 어울리는 레몬크림타르트는 타르틴 베이커리의 인기 디저트 메뉴 중 하나다. © 박정우

시차 때문인지 아침이 오기 전부터 잠에서 깨 있었다. 창문을 열어 보니 다행히 비는 그쳤고 푸르스름한 하늘에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샌프란시스코 여행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조금 일찍 호텔을 나섰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에서 이곳의 초콜릿 크루아상을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음식 25’에 꼽았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간판이 없는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길게 줄 선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고소한 빵 냄새가 거리에 진동해 눈 감고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커피 한잔을 즐기는 사람 등 서울과 비슷한 듯 다른 아침 풍경을 관찰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할 차례가 되었다. 브런치 메뉴인 크로크무슈와 레몬크림타르트를 주문했다. 물론 크루아상도 빼먹지 않았다. 크루아상은 식은 상태여서 아쉬웠지만 겉은 바삭했고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크기도 꽤 큰 편이라 카푸치노와 크루아상 하나로도 든든한 아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양이 예뻐 주문한 레몬크림타르트는 맛까지 좋았다. 얇은 타르트지에 크림 상태의 상큼한 레몬 커드와 생크림을 얹어 더 부드러웠다. 줄 서는 것은 기본, 내부가 좁고 사람들로 북적거려 낯선 사람과 합석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맛은 물론이고 이곳만큼 건강한 재료와 천연 효모를 활용해 빵을 굽는 곳도 흔치 않으니 그런 것쯤은 눈감아줄 수 있었다.

Tour – 자전거 타고 금문교 건너기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금문교를 건넌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한 수다. © 박정우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금문교를 건넌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한 수다. © 박정우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제대로 보고 소화도 시킬 겸 자전거를 빌렸다. 금문교를 건너면 작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마을 소살리토(Sausalito)를 만날 수 있다. 풍경이 워낙 예쁜 곳이라 사람들이 페리를 타고도 많이 방문한다. 소살리토까지 가는 코스는 약 13km로 가장 무난했다. 비장한(?) 각오로 헬멧을 쓴 후 안전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어디로 향할지 방향을 가리키는 간단한 몸짓 신호들을 배웠다.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 차가 다니는 도로로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달리자 다양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애완견 호텔이 생겨났단 말이 있을 정도로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은 흔했다. 해안가에서 단체로 젊은 엄마들이 아기와 함께 요가를 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왼편으로는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있었는데, 지붕 형태가 대부분 반원형의 스페인 양식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과거에 스페인 점령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작은 버드나무’라는 뜻의 소살리토를 비롯해 스페인식 명칭을 유지하는 곳들이 많은 것이다.

금문교를 건널 때는 길이 좁아 속도를 많이 늦추거나 멈출 경우 위험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바다 너머 출발했던 지점이 어렴풋이 보였다. 금문교를 지나자 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져 잔뜩 긴장하며 내려 오는데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높지 않은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멀리 소살리토의 자전거 전용 주차장도 보였다. 다양한 풍경이 주는 즐거움 때문인지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DAY2 Lunch
건강한 재료로 만든 수제 버거로 점심

소살리토에는 유명한 수제 버거 전문점이 두 곳 있다. 그중 좌석이 마련되어 있고 현지인들이 더 많이 방문한다는 나파밸리 버거 컴퍼니(Napa Valley Burger Company)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서인지 뭘 먹어도 맛있겠다 싶을 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4종류의 치즈와 트러플 오일로 맛을 낸 버거, 버거만큼 인기가 많다는 튀김도 모두 맛보기로 했다. 동행한 지인 중 한 명이 “샌프란시스코에 왔으면 앵커 스팀(Anchor Steam)을 마셔줘야지!” 하며 주문하는 소리가 들려 얼른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생산하는 맥주로, 마셔보니 산뜻한 산미가 느껴져 버거와 함께 즐기기 좋았다. 수제 버거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호르몬, 항생제 등을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사육한 소고기를 사용해서인지 확실히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했다. 무엇보다 버거의 온도가 마음에 들었다. 버거를 반으로 자르자 그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는데, 고기는 따뜻하고 채소들은 차가운 상태로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버거에 넣은 두툼한 토마토도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감탄을 자아낸 메뉴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갓 튀겨져 나온 트러플감자튀김과 고구마튀김이었다. 저민 마늘과 트러플 오일을 뿌려 그동안 우습게(?) 여겼던 감자튀김에서 풍미가 느껴졌고 달콤한 맛의 고구마튀김은 감자튀김만큼이나 식감이 부드러워 자꾸 집어 먹게 되었다.

나파밸리 버거 컴퍼니는 친환경적으로 사육된 고기만을 사용해 건강한 맛이 특징이다. © 박정우
나파밸리 버거 컴퍼니는 친환경적으로 사육된 고기만을 사용해 건강한 맛이 특징이다. © 박정우

배불리 식사했는데도 희한하게 디저트는 언제나 당긴다. 특히 날씨 좋은 날에는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점심을 먹은 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작은 아이스크림집이 보였다. 1981년에 문을 연 곳으로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유명한 메뉴 중 하나인 코나커피를 콘으로 주문한 후 소살리토 근처를 구경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현지인과 해외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래도 눈앞에 탁 트인 바다가 보여 답답하지는 않았다. 물론 달콤하고 진한 커피 맛의 아이스크림도 청량한 기분에 한몫했다.

 바다를 보며 맛본 래퍼츠 아이스크림의 시그너처 메뉴인 코나 커피 맛 아이스크림. © 박정우
바다를 보며 맛본 래퍼츠 아이스크림의 시그너처 메뉴인 코나 커피 맛 아이스크림. © 박정우

Tour – 트윈 픽스에서 내려다본 도시

오전에 자전거를 대여할 때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페리 티켓을 함께 끊었다. 페리가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으로 향한 뒤 자전거를 끌고 탑승했다. 멀어지는 소살리토를 바라보며, 짧게 머무는 동안 보고 맛보면서 느꼈던 방금 전까지의 기억을 곱씹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어느덧 늦은 오후였다. 해가 지기 전에 롬바드 거리(Lombard Street)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수국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니 겨울을 지나 벌써 봄이 온 것만 같았다.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 트윈 픽스(Twin Peaks)도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마침 슬슬 어둑어둑해질 때라 타이밍은 완벽했다. 서둘러 차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 서서히 불이 켜지는 도시를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가로등과 퇴근길 자동차의 불빛들이 도시 전체에 반짝이는 모습 때문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DAY2 Dinner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

샌프란시스코 이곳저곳을 구경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피로가 몰려오며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저녁을 예약한 레스토랑이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 있어 그 안으로 들어섰는데, 마침 블루 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의 심플한 마크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유기농 생두만을 고집하며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로만 만든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어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뉴올리언스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살짝 밍밍했지만 신맛이 적당히 돌고 마일드해 산뜻하게 마실 수 있어 피곤한 몸에는 최적의 커피였다.

슬랜티드 도어의 닭고기 요리. 건포도와 견과류, 쫀득한 식감의 은행도 들어있어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다. © 박정우
슬랜티드 도어의 닭고기 요리. 건포도와 견과류, 쫀득한 식감의 은행도 들어있어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다. © 박정우

저녁식사를 예약한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근처를 거닐었다. 그런데 거리 여기저기서 오늘 예약한 베트남 레스토랑의 이름인 슬랜티드 도어(The Slanted Door)를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평일에도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찰스 판(Charles Phan)이 미국의 유명 요리 대결 프로그램인 <아이언 셰프(Iron Chef)>에 출연하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반해 분위기는 캐주얼하고 꽤 시끄러운 편이라서 차분한 저녁 식사를 원한다면 꺼려질 수 있겠다. 그러나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베이 브리지(Bay Bridge)의 야경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은 이곳만의 매력이다. 스프링롤과 오이스터를 비롯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와 함께 직원으로부터 추천받은 베트남식 소고기 요리 등 여러 메뉴를 주문했다. 새우, 돼지고기와 함께 민트잎을 넣고 만든 스프링 롤은 그냥 먹었을 때는 평범한데 소스에 찍어먹으니 얘기가 달랐다. 셜롯을 더해 만든 마요네즈에 땅콩소스를 섞은 소스로 텁텁하지 않아 스프링롤과 궁합이 좋다. 두툼하게 한 입 크기로 썬 소고기 요리는 함께 나온 양파를 곁들이니 양파의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아시안 레스토랑이라서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맛의 요리들이 많았는데, 조금 더 기름진 편이었다. 새로운 음식을 기대하고 가기보다는 여행 중 적당히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을 세련된 공간에서 즐기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듯했다.

도로 위 레일을 따라 전차가 다니는 풍경을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박정우
도로 위 레일을 따라 전차가 다니는 풍경을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박정우

타르틴 베이커리
• 레몬크림타르트 $7, 크로크무슈 $10.75
• 월요일 오전 8시~오후 7시, 화·수요일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목·금요일 오전 7시 30분~오후 8시, 토요일 오전 8시~오후 7시, 일요일 오전 9시~오후 8시
• 600 Guerrero Street San Francisco
• 415 487 2600

나파밸리 버거 컴퍼니
• 빈티지버거 $14.50, 트러플감자튀김 $9.50 고구마튀김 $8.50
• 오전 11시 30분~오후 6시
• 675 Bridgeway Sausalito
• 415 332 1454

래퍼츠 아이스크림
• 레귤러 $3.90, 밀크셰이크 $6.85
• 일~목요일 오전 9시 30분~오후 9시(금·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 689 Bridgeway Sausalito
• 415 332 4575
www.lapperts.com

블루 보틀 커피
• 카페라테 $4.50, 뉴올리언스 $4
• 월~토요일 오전 7시~오후 7시(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 1 Ferry Bldg No.7 San Francisco
• 510 653 3394
www.bluebottlecoffee.com

슬랜티드 도어
• 스프링롤 $13, 베트남식 소고기 요리 $38
•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30분~10시,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0시(애프터눈 티는 매일 오후 2시 30분~4시 30분)
• 1 Ferry Bldg No.3 San Francisco
• 415 861 8032
www.slanteddo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