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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청주, 지방 음식의 재발견

2015년 12월 4일 — 0

올리브 100인 클럽 멤버인 김범종 교수가 추천한 맛을 찾아 청주를 찾았다. 청주의 오정식당은 자연산 버섯만을 사용해 요리하는 지역 명품 식당이다.

text 김옥철 — photograph 현관욱

무색무취의 도시 청주

청주(淸州)는 대한민국의 중앙 충청북도에 위치한 면적 940km2, 인구 83만 명의 충청남북도에서 대전광역시 다음으로 큰 도시다. 면적은 서울보다 1.5배 크고 인구는 1/13 규모이니, 서울과 비교하면 1인당 19배 정도 넓은 면적에서 사는 셈이다.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터라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고려 태조 때(940년) 청주라는 지명을 얻었다. 따라서 청주라는 도시명은 천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이름이다.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수도권과 가까운 데다 예전부터 학교가 많아 교육 도시로 불렸다.

오정식당의 자연산 버섯찌개, 나물과 반찬들 © 현관욱
오정식당의 자연산 버섯찌개, 나물과 반찬들 © 현관욱

‘맑은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주는 그야말로 무색무취의 도시다. 이곳에는 인터넷, SNS에 알려진 유명 음식이 별로 없다. 애써 찾자면 올갱이국과 순댓국밥 정도가 전부로, 청주 음식이라고 하기엔 빈약하다. 그나마 전국적으로 알려진 곳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인 팔봉 제과점과 청주 서문시장의 삼겹살거리가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미식이 지역을 알리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행사로 이곳 상인들은 매달 3일을 ‘삼겹살데이’로 정해 평소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김범종 서원대학 인재개발처장
올리브 100인 클럽 김범종 교수 © 현관욱
올리브 100인 클럽 김범종 교수 © 현관욱

김범종(57) 교수는 1991년 서원대 경영학과에 부임한 이래 25년을 한결같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마케팅 전문가로서 기업 컨설팅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강의와 실천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기업 마케팅 관리자와 컨설턴트를 위한 실무 지침서인 <마케팅 전략계획 컨설팅 가이드(Tools)> <마케팅시스템 진단, 브랜드마케팅 진단 패키지> <교육훈련용 모의 마케팅 전략 시뮬레이션> <조사방법>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원리와 적용> 등 다수가 있으며, 전공 분야 외에도 로봇마케팅, 창업과 창직, 마케팅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원대학교의 기획처장, 평가관리실장, 창업보육센터장, 산학협력단장을 거쳐 현재는 인재개발처장을 맡고 있다.

결혼 29년째인 김 교수는 충주 건국대학(간호학과 최희정 교수)에 재직 중인 아내와 두 아들과는 주말 가족으로 만나고 있다. 마케팅의 핵심 원리가 ‘고객 만족’인 만큼,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위한 최고의 봉사는 주말에 사랑의 레시피로 손수 만든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대학생으로 결혼한 아내의 요리 솜씨가 젬병이어서 신혼 초부터 스스로 터득한 국적 없는 요리를 만들어주어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최고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김 교수가 25년 동안 청주에서 살면서 단골로 다니는 좋은 음식점으로 오정식당을 꼽았다.

자연산 버섯찌개 전문 오정식당
맛이 깊고 향이 진해 버섯 중의 최고인 능이버섯찌개 © 현관욱
맛이 깊고 향이 진해 버섯 중의 최고인 능이버섯찌개 © 현관욱

오정식당은 위치부터 남다른데 청주의 낙후된 구시가지 서운동에 자리 잡은 작고 소박한 음식점이다. 올해 68세의 식당 주인 오정재 씨가 1980년 두부와 막걸리를 파는 왕대폿집으로 시작한 곳이다. 안주거리로 내던 버섯찌개가 인기를 얻으면서 1995년부터 버섯찌개 전문집으로 바뀌었다. 홀로 식당을 운영하며 예약제로 점심과 저녁 손님을 받는데 예약한 사람 수도 정확해야 한다. 단골인 김교수가 예약을 해주면서 몇 사람인지 여러 차례 확인한 이유를 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알게 되었는데, 아침부터 그 날 예약한 손님 수에 맞춰 밥과 반찬, 버섯찌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쌀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진천 쌀로 손님 수와 도착 시간에 맞추어 커다란 냄비에 짓는다. 즉석에서 윤기 나는 갓 지은 뜨거운 밥은 맛도 일품이지만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을 떠올리게 한다.

버섯찌개에는 다섯 종류의 자연산 버섯(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밀버섯, 참나무버섯)이 푸짐하게 들어 간다. 모두 오정재 씨의 고향인 보은의 속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것들로 자연산 버섯이 귀한 만큼 수확철이나 특별히 많이 나오는 해에 다량으로 구입, 염장 저장 해놓았다가 염분을 빼고 요리한다. 은은한 버섯 향의 풍미가 더해진 진한 국물 맛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반찬으로 올라오는 10여 가지의 홋잎, 산취, 뽕잎순, 고사리, 명주잎, 고들빼기, 호박고지 나물과 밑반찬들은 보은에 사는 언니가 손수 농사지어 보내주는 것들을 쓴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김 교수는 오정식당의 경쟁력을 “차별화된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 “원재료, 생산과 품질을 한결같이 유지한다” “규모를 늘리지 않고 공급을 제한한다” 등 VVIP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초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했던 오정재 씨가 프리미엄 마케팅을 몸으로 실천하며 최상위 클래스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 찬사를 보낸다.

지금의 오정식당은 청주의 유명 인사들이 외지 손님들을 맞을 때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 사전에 예약을 해야 들를 수 있는 지역 명품 식당이지만, 35년 전 당시 한 살이었던 둘째 딸을 등에 업고 음식점을 열었을 때는 앞 길이 막막했던 시절이었음을 회고한다. 모진 어려움을 딛고 최고의 식당으로 일구어낸 밑바탕에는 두 딸을 혼자 키워낸 어머니의 위대함이 담겨 있다. 청주 오정식당의 음식은 어머니의 맛이고, 식당의 역사는 어머니와 두 딸의 삶이 담겨 있는 인문학이다. 사무치는 고마움을 딸들은 어머니에게 ‘오사임당’상을 바치며 감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손님들이 찾아오든 말든 무심한 모습의 오정식당. 오른편은 장의사집이고, 왼편은 공인중개사집이다. 35년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식당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고, 이곳에서의 식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린 시절로 되돌리고 몸을 청결하게 하는 영혼의 음식이다.

두 딸들은 어머니 오정재 씨를 ‘오사임당’으로 부르며 감사해한다. © 현관욱
두 딸들은 어머니 오정재 씨를 ‘오사임당’으로 부르며 감사해한다. © 현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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