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

2박 3일 교토 미식 여행 PART2

2015년 11월 10일 — 0

교토 미식 여행 둘째 날 – 건강식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교토시, 교토문화교류컨벤션뷰로 — reference <셀프트레블 교토>,상상출판

BREAKFAST

긴마타 近又

1801년에 오픈하여 8대째 운영 중인 긴마타. © 김재욱
1801년에 오픈하여 8대째 운영 중인 긴마타. © 김재욱

교토 전통 채소인 교야사이京野菜로 만든 오반자이와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가이세키懷石料理, 밀가루의 글루텐으로 만든 후麩요리까지, 교토의 음식은 먹을 때마다 몸에게 선물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교토의 건강식을 제대로 체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전 날, 가이 세키로 유명한 긴마타에 예약 메일을 보냈다. 긴마타 는 1801년에 오픈해 8대째 운영되고 있는 요리 료칸이다. 가이세키를 전문으로 한다. 아침 한정메뉴로 오반 자이를 내는데, 이게 참 가성비가 좋다. 오반자이는 교 야사이를 사용해 만든 교토의 가정식으로 칼로리가 낮고 영양이 풍부하다. 한국인 노쇼가 많다는 말에 7시반 쯤 길을 나섰다. 가와라마치역에 내려 걸으니 5분 정도가 걸렸다. 긴마타는 좁은 현관을 지나면 넓은 공간이 나오는 마치야 스타일의 전통 가옥으로 되어 있었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자 테이블 안쪽으로 아 침 햇살이 들이쳤다. 그 위로 셰프가 정성껏 준비한 오반자이가 차려졌다. 가지, 무, 고추 등 대부분 교야사이를 사용했다고. 군침을 닦고 재빨리 밥 한 수저를 떴다. 오오. 밥을 30년 넘게 먹어왔는데, 이런 고시히카리 밥은 난생처음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는 말은 이러한 밥에 줘야하는 훈장 같은 표현이었다. 밥알에 수분이 가득해서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달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다시마키 타마고(달걀과 다시 국물을 섞어 팬에 조리한 것)와 갯장어와 만간지고추 절임, 가지덴가쿠 (하얀 된장을 올려 구운 가지 요리), 하룻밤 말린 와카사 가자미 조림 등 8가지 반찬과 국, 과일이 나왔다. 단 한 가지도 맛없는 음식이 없었다. 심지어 후식으로 나온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까지 맛있었다.
“교토 맛의 핵심은 다시입니다.” 긴마타의 셰프 역시 혼 케오와리야 셰프와 같은 말을 했다. 다시는 가쓰오부시, 멸치, 다시마 등을 물에 우린 기본 국물을 말한다. 어젯밤 궁금했던 의문을 셰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물은 당연히 중요하죠. 교토는 다시를 우릴 때 다시마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도쿄는 가다랑어포를 더 많이 써요.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다시에 어울리는 물의 종류가 달라서 그래요. 교토의 물은 연수라 다시마가 잘 우러나고, 도쿄는 경수라 가다랑어포를 씁니다. 한국은 요리할 때 어떤 물을 쓰나요?” 할 말이 없었다. 지금껏 수많은 레스토랑 취재를 다녔지만, 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셰프는 거의 없었다. 아니,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았다.

긴마타의 7대 셰프인 우카이 하루지. © 김재욱
긴마타의 7대 셰프인 우카이 하루지. © 김재욱
© 김재욱
오반자이는 아침 시간에만 맛볼 수 있는 긴마타의 한정 메뉴다. 식기는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부터 사용해 온 것이다. © 김재욱

다시공방 소타쯔 だし工房 宗達

다시공방 소타쯔의 전경. 커피 드리퍼로 다시 국물을 우린다. © 김재욱
다시공방 소타쯔의 전경. 커피 드리퍼로 다시 국물을 우린다. © 김재욱

긴마타에서 아침을 먹고 난 뒤 ‘다시’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근처에 위치한 다시공방 소타쯔는 다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유명 다시마 전문점에서 낸 세컨드 숍으로 커피 드리퍼를 사용해 다시를 뽑는다고 했다. 긴마타에서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화이트 톤의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소타쯔에 들어섰다. 소타쯔의 스태프는 말도 없이 두 잔의 찻잔을 건넸다. 그러고는 각기 다른 미소를 따라주며 마셔보라고 했다. 밝은 갈색빛이 나는 물은 누가 봐도 일본 된장으로 끓인 미소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다. 두 잔의 맛이 달랐다. 하나는 담백하지만 깊이가 없었고, 또 다른 하나는 마시는 순간은 물론 그 후에도 진한 감칠 맛이 났다. 맛의 균형이 제대로 잡혀 있었다.
“다시는 요리의 기본입니다. 저희는 커피 드리퍼로 다시를 뽑아요. 일단 커피 드리퍼에 필터와 다시를 올리 고요, 커피를 드립하듯 천천히 다시를 뽑습니다. 1~2분 이상은 뽑지 않아요. 그 이상 우리면 국물이 탁해지고 잡맛이 올라오거든요. 그리고 다시마는 60°C 이상의 물을 쓰면 점액질이 나옵니다. 얼른 꺼내는 게 좋죠.” 가게 문을 열고 젊은 일본인 커플이 들어왔다. 커피잔이 등장하고 소타쯔의 스태프는 커피를 우리듯 다시를 우려 주었다. 자신을 셰프라고 밝힌 모토무라상은 “잡내 없이 맛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를 테이크아웃한 뒤 여자친구와 함께 가게 문을 나섰다.

다시공방 소타쯔의 스태프가 두 가지 미소를 내줬다. 다시를 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확연히 났다. © 김재욱
다시공방 소타쯔의 스태프가 두 가지 미소를 내줬다. 다시를 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확연히 났다. © 김재욱

니시키 시장 錦市場

다시공방 소타쯔 근처에 있는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데라마치도리에서 다카쿠라도리 사이에 위치한 400m 길이의 재래시장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 엄청 재밌다. 진귀한 식재료는 다 모인 것 같았다. ‘교토의 부엌’이라는 이름 뜻처럼 쌀가게, 달걀가게, 술가게 등 120여 개의 상점이 모여 있었다. 옛날에는 궁궐에 납 품하는 식재료를 담당하던 시장이었다고 했다. 고보(우엉), 다이콘(무) 등 교토의 채소인 교야사이뿐 아니라 교토식달걀말이, 유바, 교토 전통 술 등 전통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오래된 노포도 많았다.
새빨간 문어꼬치와 후시미산 잔술을 사들고 시장을 어 슬렁댔다. 시식용 음식만 맛봤는데도 배가 불렀다. 생 선가게에 전시된 맥주를 신기하게 보고 있는데, 상인 아저씨가 제보를 했다. “시장 음식을 사들고 가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몇달 전 오픈했는데 술 값만 내면 자리에 앉아 편안히 음식을 먹을 수 있죠.” 이것은 특급 정보다. 재빨리 메모장에 적어 넣었다. 다니다보니 닭을 전문으로 하는 정육점도 눈에 띄었다. 판매하는 부위가 상당히 다양하다. 닭다리, 닭가슴살, 닭날개 정도를 즐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닭똥집, 닭꼬리, 염통 등 닭의 다양한 부위를 판매하고 있었다. 선진화된 미식 문화를 따라가려면 맛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정육점 앞에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니시키 시장. © 김재욱
사람들로 북적대는 니시키 시장. © 김재욱

LUNCH

한베이후 半兵衛

본래 글루텐은 소화를 방해하는 ‘나쁜 음식’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느린 소화를 건강 음식으로 활용하 는 곳이 있다고 했다. 한베이후는 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후는 중국에서 유래한 식재료로, 무로마치 시대에 중국에 간 일본 스님이 가져왔다. 밀가루에서 단백질을 뽑아낸 것으로 과거에는 스님이나 황실에 있는 사람만 맛볼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말린‘후’의 경우 소화가 좀 더 편해요. 나마 후는 글루텐과 찹쌀을 섞어 만든 건데, 소화가 빠르지 않아 포만감을 오래 느낄 수 있죠.” 한베이후의 점장이 설명했다. 후는 ‘무시야 시나이無視林年’라는 뜻을 지녔는데, 이는 ‘배가 고플 때 조금씩 먹는다’는 말이다.
후로 만든 정식을 맛보았다. 같은 식재료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와 식감으로 변형해놓았다. 쫄깃하 면서도 담백한 것이 건두부와 흡사하게 느껴졌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편안하고 포만 감도 오래 남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한베이후에서 운영하는 도시락 박 물관도 구경했다. 아마 일본의 유일한 도시락 박물관이 아닐까싶다. 배, 바둑판 등 독특한 모양의 도시락이 즐비했다. 이렇게 독특한 디자인이 과거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일본인들의 창의적인 발상은 유전적 인 것인가, 조금 놀라운 기분이 되었다. 밖에서도 술을 따듯하게 데울 수 있는 용기 ‘슈캉도시’는 욕심나서 오래 바라봤다.
아침도, 점심도 거하게 먹어 오후는 교토의 산책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가장 교토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기요미즈데라 일대의 언덕길이 답이다. 기요미즈데라의 니넨자카를 오르는 길에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アラビカ京都東山에 들러 라테를 테이크 아웃했다. 훈남 바리스타는 한손으로 ‘슥슥’ 스냅을 돌리더니 순식간에 하트 모양 라테 아트를 만들어냈다. 교토는 어딜가나 이런 고수들만 있는 건가. 대체 뉘신지 정체를 물었다. 알고보니 라테 아트 세계 챔피언 출신이란다. 주문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맛보았다. 신선한 원두의 신맛이 올라온 뒤 고소한 여운이 입 안을 가득 감쌌다. 신맛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이런 신맛이라면 백 번이라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신맛이 강한 약배전이 유행이지만 저희는 강배전으로 커피를 볶아요. 커피는 커피처럼 커피 맛이 나야죠.” 지당하신 말씀이었다.
고조자카, 차완자카, 산네이자카, 니넨자카, 네네노미 치, 이시베코지…. 기요미즈데라우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베이후의 정식. 밀가루에서 추출한 글루텐으로 만들었다. © 김재욱
한베이후의 정식. 밀가루에서 추출한 글루텐으로 만들었다. © 김재욱

DINNER

사료 茶寮

저녁은 묵고 있는 프린스 호텔 내 사료에서 가이세키를 즐기기로 했다. 원래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은 가장 비싸고 좋은 걸 먹는 거다.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전통 가옥에서 즐기는 가이세키라니. 꽤나 기대되었다. 가이세키는 본 래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 가이세키懷石料理는 승려들이 수행할 때 배고픔을 달래려 돌을 품은 것에서 유래했다. 차 마시기 전 공복을 해소하기 위해 나오는 소량의 식사를 일컫기도 한다. 이 때문에 차카이세키茶懷石로도 불린다. 또 다른 가이세키會席料理는 일본의 정식요리인 혼젠요리本膳料理에 차카이세키를 가미해 만들어진 것. 예리한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두 가이세키는 한자가 다르다. 가이세키會席料理는 혼젠 요리의 형태를 받아 세 개의 상차림을 기본으로 하며 코스처럼 하나씩 음식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12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밥은 코스의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사료의 가이세키 역시 술과 함께 즐기는 연회식 가이세키다. 전채요리 다섯 가지가 순서대로 먼저 나왔다. 구운 송이버섯과 밤과 참깨를 넣어 만든 두부 등 가을 제철 재료를 넣어 만든 다시 국물을 맛봤다. 플레이팅에 벼이삭을 활용했는데, 그 자체를 튀겨 팝콘 같은 모양새를 냈다. ‘밭의 캐비어’라 불리는 톤부리Tonburi를 넣은 감자 만주는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전자에 송이버섯과 갯장어, 새우, 영귤 등을 넣어 푹 끓여낸 도빈무시 마츠타케다. 따끈한 국물을 들이켜니 있지도 않은 감기 기운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값비싼 제철 재료를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풀어낸 가이세키는 비싼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 정찬 코스였다. 음식을 하나하나 입에 넣을 때마다 가을이 입안에서 퍼져나갔다. 함께 즐긴 일본 술은 자연스레 여러 병 땄다. 7일 전 예약 필수, 4인 이상부터 가능하다.

사료의 가이세키. 가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 김재욱
사료의 가이세키. 가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 김재욱
© 올리브매거진코리아
1에서 2는 걸어서 3분, 2에서 3은 걸어서 5분 거리. 3에서 4는 택시로 10분, 4에서 5는 지하철로 30여분이 소요된다. © 올리브매거진코리아

긴마타
• ¥5000(서비스비, 세금 별도)
• 京都市中京区御幸町四条上ル
• 075 221 1039
• 오전 7시 30분~9시, 정오~오후 1시 30분, 오후 5시 30분~6시30분
www.kinmata.com/korea

니시키 시장
• 京都市中京区錦小路通 寺町西入←→高倉間
• 오전 9시~오후 6시
www.kyoto-nishiki.or.jp

다시공방 소타쯔
• 京都市中京区蛸薬師通堺町 東入雁金町375番地4
• 075 256 8752
• 오전 11시~오후 7시
www.soutatu.co.jp

한베이후
• 점심식사 ¥3000(서비스비, 세금 별도)
• 京都市東山区問屋町通五条 下ル上人町433
• 075 525 0008
• 오전 9시~오후 5시(식사는 예약 필수)
www.hanbey.co.jp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
• 카페라테 싱글 오리진 ¥550 (Tall Size)
• 京都市東山区星野町 87-5
• 075 746 3669
• 오전 8시~오후 6시
www.arabica.coffee

사료
• 런치 ¥1만2000, 디너 ¥1만5000
• 京都市左京区宝ヶ池
• 075 712 1111
• 오전 11시~오후 4시, 오후 5시~9시
www.princehotels.com/ko/kyoto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베지테리언의 장바구니 건강하게 길러지고 만들어진 먹거리를 깐깐하게 골라 담은 베지테리언의 장바구니를 공개한다. edit 권민지 — photograph 심윤석 — product 에잇컬러스(070-8654-3637) 이윤서(insta...
디너를 즐기기 좋은 런던의 레스토랑 최근 런던에 핫한 레스토랑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레스토랑 네 곳에서 맛본 디너 메뉴와 실패하지 않는 요령까지 제안한다. 글: 샤를로트 모건(Charlotte Morgan) / 사진: ...
발품 팔아 찾은 10월의 맛집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루프톱에서 칵테일을 즐기거나 두툼한 연어 사시미에 사케 한 잔을 곁들여도 좋다. 맛과 분위기를 모두 갖춘 신상 맛집들을 소개한다. edit 이지희, 권민지 — photograph 심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