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

2박 3일 교토 미식 여행 PART1

2015년 11월 9일 — 0

교토의 맛은 도처에 있었다. 고급 가이세키 요릿집에도, 오래된 사바즈시집에도, 심지어 길가의 과자점에도. 그리고 그 맛은 교토의 사람에게서 나온다. 교야사이와 다시를 논하며 전통을 지켜가는 교토의 사람들 말이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교토시, 교토문화교류컨벤션뷰로 — reference <셀프트레블 교토>,상상출판

LUNCH
이즈주 いづ重
© 김재욱
이즈주의 사바즈시.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 김재욱

가을이라 그런지 비릿한 게 당겼다. 며칠 전 꿈에는 고등어도 나왔다. 바다에서 기름진 고등어를 다발로 낚아 올리는 꿈이었다. “월척이야!” 밤샘 노동의 결과는 허무했다. 깨어나니 빈손이었다. 안 되겠다, 고생하는 나를 위해 고등어를 선물하기로 했다. 교토 여행을 계획 중 이었기에 근사한 사바즈시サパジュ市집을 열심히 찾았다. 추천도 받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뒤졌다. 그런데 모두 한결같이 교토의 ‘이즈주’를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1시간 25분, 교토역에서 공항에서 JR트레인을 타고 70분, 교토 역에서 다시 10분간 택시를 탔다. 번거로운 캐리어는 지하철 물건보 관함에 구겨 넣었다. 그렇게 기온에 위치한 이즈주에 도착했다. “운이 좋네요. 오늘은 고등어 들어오는 날이에요.” 이즈주의 키타무라 노리오 대표는 푸른 고등어를 손질하며 말했다. 주방 창문으로 엿본 주방은 한마디로 진풍경이었다. 사방에 고등어가 지천이었다. 노련한 할 배들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뼈와 살을 분리했고, 손질된 고등어는 켜켜이 나무 박스에 담겼다. 주방 한쪽에 놓인 일본 전통 가마솥에서는 고소한 밥 냄새가 피어올랐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일본의 3대 초밥은 에도니기리, 오사카 하코즈시, 교토 사바즈시를 꼽는다. 에도니기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초밥, 하코즈시는 나무틀에 넣어 만든 초밥을 뜻한다. 사바 즈시는 고등어로 만든 초밥으로 교토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교토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분지로, 고등어가 싱싱한 상태로 도착할 수 없었다. 교토 사람들은 갓 잡아 소금에 절인 고등어(사바)를 식초에 절여 김밥처럼 말아 먹었다. 와사비는 곁들이지 않았고 그 자체의 맛과 식감을 즐겼다.

주문한 사바즈시와 계절 한정 메뉴인 꽁치초밥, 된장 없이 다시만 넣어 만든 국물인 오스마시가 나왔다. 수분이 적절히 빠진 사바는 결이 하나하나 살아 있었다. 사리는 밥알이 알알이 느껴지며 윤기가 돌았는데, <미스터 초밥왕>의 실사판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두둑히 배를 채우고 기온의 거리로 나섰다. 시작이 좋았다.

고등어 손질중인 이즈주의 주방. © 김재욱
고등어 손질중인 이즈주의 주방. © 김재욱

가기젠 요시후사 鍵善良房

비린 것을 먹은 뒤 디저트는 필수다. 쇼핑을 부르는 상점이 기온 거리 도처에 있었지만, 재빨리 가기젠 요시후사로 향했다. 이즈주에서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위치였다. 가기젠 요시후사는 생긴 지 벌써 300년이 넘은 전통 과자점이다. 가만 보니 교토는 노포가 참 많다. 우리나라는 40~50년 된 가게에 ‘노포’ ‘장인’ 등의 수식어를 남발하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교토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거다. 마음속으로 ‘전통’을 읊조리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사람들이 면발을 들이켜고 있었다. 과자집에 웬 면발이?

“면발이 아니라 크주키리くずきり는 전통 과자입니다. 크주는 칡, 키리는 자르다는 뜻이에요. 칡가루 면처럼 길게 만들어 흑조청에 찍어 먹어요. 흑조청은 오키나와산 흑설탕으로 만듭니다. 6세기 나라 시대부터 있던 과자예요.” 에디터의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가기젠 요시후사의 대표는 거듭 ‘과자’임을 강조하며 말했다. 크주키리는 그 모양새가 쯔유에 찍어 먹는 소바와 흡사했다. 심지어 젓가락으로 먹었다. 할아버지가 준 칡차, 숙취 해소로 마셔본 칡음료가 떠올랐다. 냉면을 제외하곤 칡에 관한 기억은 언제나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 편견이 가기젠 요시후사에서 깨졌다. 칡으로도 맛있는 음식, 아니 간식을 만들 수 있었다. 칡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흑설탕의 묵직한 단맛이 근사한 조화를 이뤘다. 가게를 나오는 길, 쇼윈도에 전시된 와산본わさんぼん(일본의 설탕)으로 만든 과자도 샀다. 단풍, 벚꽃 등 계절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바꾼다 했다. 아름다운 것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가방에 넣었다.
거리를 나서자 바람이 살랑거렸다. 기온 거리를 지나 한큐 가와라마치 역 방향으로 걸었다. 하천을 건너다 다리 밑을 내려다보았다.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점에서 갓 산책의 냄새를 맡는 남자, 담배를 태우며 거리를 구경하는 외국인, 게이샤 옷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는 소녀들까지.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도심을 잊었다. 도심에서 도심을 잊을 수 있는 공간이라니, 이곳은 교토 사람들에게 한강 같은 곳처럼 보였다. 늦가을의 바람은 차가웠고 금세 출출해졌다. 저녁에 갈 소바집의 라스트 오더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탔다.

크주키리는 흑조청에 담궈 먹는 칡으로 만든 과자다. © 김재욱
크주키리는 흑조청에 담궈 먹는 칡으로 만든 과자다. © 김재욱
DINNER

혼케오와리야 本家尾張屋

혼케오와리야 역시 550년 된 노포다. 메밀 소바를 전문으로 한다. 정원이 있는 전형적인 일본 전통 가옥으 로, 현재 위치로 옮긴지는 130년 됐다고 했다. 대표 메뉴인 호라이소바를 주문했다. 호라이소바의 ‘호宝’는 ‘보물’, ‘라이来’는 ‘온다’를 뜻한다. 즉, ‘메밀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다. 복이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어 보니 만족감은 확실히 왔다.
혼케오와리야의 면은 메밀 80%를 사용해 만든 니하치 소바다. 메밀 특유의 쌉쌀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접시 에 쯔유를 부어 메밀을 담근 뒤 함께 나온 새우튀김, 무, 버섯조림 등을 곁들였다. “공기를 넣어가며 먹어보세요. 더 맛있어요.” 조금 부끄러웠지만 주인의 말대로 ‘후루룩, 후루룩’소리를 내며 공기를 넣어 먹었다. 맛의 차이는 모르겠으나, 적극적으로 먹는 기분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막간을 이용해 셰프를 붙잡고 맛의 비법을 물었다. 그는 메밀도, 반찬도 아닌 ‘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교토는 다시だし(다시마 가다랑어포 등을 우려 낸 것)가 중요한 곳이에요. 교토의 연수를 사용해 네 가지 채소와 니시리 다시마를 넣어 다시를 냅니다. 저희 집 맛의 핵심이죠.” 교토의 맛이 다시 맛이라고?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의문을 품고 가게를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는 저물고, 그렇게 다시 도심 속에 묻혔다.

혼케오와리야의 소바. 공기를 넣어 '후루룩' 먹는다 © 김재욱
혼케오와리야의 소바. 공기를 넣어 ‘후루룩’ 먹는다 © 김재욱
1에서 2까지는 걸어서 2분. 2에서 3까지는 택시로 5분 소요. © 올리브매거진코리아
1에서 2까지는 걸어서 2분. 2에서 3까지는 택시로 5분 소요. © 올리브매거진코리아

혼케오와리야
• 호라이소바 ¥2160(세금 포함)
• 京都市中京区車屋町通二条下る
• 075 231 3446
•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www.honke-owariya.co.jp

가기젠 요시후사
• 크주키리 ¥900
• 京都市東山区祇園町北側264番地
• 075 561 1818
• 오전 9시~오후 6시
www.kagizen.co.jp

이즈주
• 사바즈시 ¥2160, 마키스시 ¥864
• 京都府京都市東山区祇園町北側292-1
• 075 561 0019
•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izujugion.wix.com/izuju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베이커리 카페 선두 주자 3곳 최근 빵과 커피에 모두 특화된 베이커리 카페가 뜨고 있다. 현재의 베이커리 카페 문화를 이끈 선두 주자 3곳을 찾아가보았다. 성수동 어니언 성수동의 대표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어니언은 1970년대 지어진 금속...
음식과 인문학 @윤석준 커틀러리의 유래와 역사에는 세계 각국의 식문화가 담겨 있다. text 윤석준 우리가 식사를 할 때 동양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 그리고 서양에서는 포크와 스푼 그리고 나이프가 주로 사용된다. 필자는 한국, ...
캠퍼의 장바구니 아웃도어 쿠킹을 즐기기 좋은 지금, 야외에서 요리하는 캠퍼들의 장바구니를 엿보았다. edit 권민지 / photograph 박재현    박지호 아웃도어 용품을 판매하는 썸띵아웃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