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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니끄의 셰프 류태환

2015년 10월 22일 — 0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World’s 50 Best Restaurants) 79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 27위. 2015년, 류니끄를 칭하는 수식어가 화려해졌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셰프 류태환
자기소개를 부탁했더니 다짜고짜 류니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소개라고 할 만한 게 있나요? 류태환보다는 류니끄가 잘되었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류니끄 안에 류태환이 있기 때문에 류니끄를 소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 뒤에 자신을 감추는 류태환 셰프의 겸손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류니끄도 벌써 오픈한 지 4주년이다. 컨템퍼러리라는 생소한 장르를 다루다 보니 오픈 초기 냉담한 반응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레스토랑이 적자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7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79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 올해는 정말 류니끄의 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놀라운 발상으로 창의적 메뉴를 선보이는 류태환 셰프가 있다.

류태환 셰프는 유수한 집안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재원 가득한 집안에서 태어나 셰프라는 길을 가고 있으니, 꽤 근사한 역경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 리에 빠져 외국으로 건너가 은사를 만나는 등등…. 하지만 머릿속으로 뻔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에디터를 향해 그는 예상 밖의 답변을 던졌다. “요리는 병석에 계신 아버지가 하라고 하신 거예요. 자신의 어릴 적 꿈이 셰프였다며, 네가 셰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영화감독, 작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의 류태환은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 그래서 23살, 일본의 핫토리 조리 학교에서 처음 칼을 잡았다. 남자는 요리하면 안 된다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주방에는 발길도 하지 않던 그였다.

“당신의 시대에는 셰프가 대우받지 못했지만, 곧 달라질 거라고 하셨죠.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거예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복되는 수업에 녹초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삼류가 될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정말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심지어 승부욕도 생겼다. “열정과 체력은 넘쳤지만 재능과 기술이 부족했죠. 그래서 많이 먹으러 다니고, 책도 많이 읽으며 공부하고. 가만 보니 제가 요리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긴자, 롯폰기 등의 고급 가이세키 레스토랑에서 일했으며 스시테이타 쿠미야에서 수 셰프도 거쳤다. 이후 호주의 스리 해츠 레스토랑인 록풀과 투 해츠 레스토랑인 벤틀리에서 일했다. 런던으로 간 뒤에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우무에서 일했고, 고든 램지 본점에서도 근무했다. 고든 램지 헤드 셰프의 추천으로 한 달간 팻덕의 환경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도쿄에서 5년, 호주에서 1년, 런던에서 2년. 총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월드 클래스 레스토랑 및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요리 학교의 시스템을 두루 경험했다. 그 환경에서 버티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요리사는 누구나 다 힘들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20시간 근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꺼내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류태환만이 선보일 수 있는 요리
류니끄는 일식과 프렌치에 근간을 둔 컨템퍼러리 퀴진을 선보인다. 분자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나 셰프의 생각은 다르다. “분자요리는 케미컬Chemical에 가깝죠. 맛보다 형태 변환에 집중해요. 류니끄는 코리안, 재패니스, 프렌치에 기반을 두고 20% 정도 분자요리의 테크닉을 씁니다. 분자요리보다는 컨템퍼러리에 기반을 둔 하이브리드 퓨전이라고 하는 것이 맞아요. 이 말은 제가 만들었는데, 기본과 기본이 만났을 때 새로운 잡종이 나온다는 하이브리드에 근거한 거예요.” 그는 퓨전이야말로 기본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그래서 그는 류니끄의 신메뉴 개발과 외부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는 테스트 키친을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테스트 키친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알려진 레스토랑인 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것 같아요. 명성을 듣고 왔는데 음식이 왜 이 모양이냐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류니끄의 음식은 평범한 것이 없다. 포크와 핀셋으로 음식을 집어먹게 하거나, 젤리화한 꿀을 식용 종이에 담아내기도 한다. 연평균 2회 정도 요리를 바꾸며 그의 색이 담긴 독특하고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테스트 키친을 오픈하며 이제 그 아이디어를 제대로 갖추어진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오래전부터 꿈꾸던 작은 프로젝트였고 드디어 현실로 이뤄냈다.

그렇다고 그의 음식에 아이디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검투사처럼 훈련하고 말처럼 먹고 아기처럼 자고 잡초처럼 자란다. 셰프로서의 제 인생 모토입니다.” 그렇게 반복, 숙달을 통해 습득한 테크닉과 셰프의 철학, 경험 이 세 가지를 더한 것. 그의 요리 전반에는 이러한 철학이 깔려있다. 그가 선보이고자 하는 것은 아르티장Artisan적인 레스토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 대한 동경심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좀 아쉬워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면 어설프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레스토랑의 근무 시간, 노동력 등을 보았을 때 절대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지난 4년간 지켜왔습니다.” 투자자 없는 개인 레스토랑이지만, 잘 버텨내며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직원들의 복지에 더욱 신경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류니끄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그렇게 한결같은 셰프였다.


류니끄의 테이스팅 메뉴

류니끄의 디너 코스 중 9가지 메뉴를 소개한다.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1. Eucaliptus-Fresh Bayleaf And Cream Cheese, Cheese Tuile
유칼립투스-생월계수잎과 크림치즈, 치즈튜일

2. Soymarinated Shrimp And Pink Aioli
간장새우와 핑크 아이올리

3. Fried Butternut Squash And Bluecheese
버터넛 스쿼시 튀김과 금잔화

4. Forest-Cucumber And Pollack Cream, Mushroom Cream And Black Olive Powder, Honey Gum And Crosne
포레스트-오이와 북어크림, 버섯크림과 블랙올리브파우더, 허니검과 초석잠

5. Walnut Shell-Dried Potato And Walnut Bechamel
호두껍질-말린감자와 호두 베샤멜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1. Fizzy Oriental Melon Soup, Cured Norwegian Salmon, Tomato Compote
탄산참외수프, 노르웨이연어, 토마토콩포트

2. Sauted Foie Gras, Choco Braised Anago, Burnt Carrot Puree, Amazon Cacao
구운 푸아그라, 초콜릿에 익힌 아나고, 태운 당근 퓌레, 아마존카카오

©심윤석, 정지원
©심윤석, 정지원

1. Seared Quail Breast, Quail Leg+Bacon, Beet Puree
팬프라이한 메추라기가슴살, 베이컨+메추라기다리, 비트퓌레

2. Beef Strip Loin Steak(1++), Black Rice And Sliced Brisket, Black Vinegar Mushroom Jus
한우채심스테이크, 흑미와 슬라이스한 우삼겹, 흑초버섯주

3. Seared Quail Breast, Quail Leg+Bacon, Beet Puree
팬프라이한 메추라기가슴살, 베이컨+메추라기다리, 비트퓌레

류니끄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일식과 프렌치를 근간으로 셰프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런치와 디너 모두 테이스팅 코스 메뉴 한 가지로만 구성된다.
• 런치 6만8000원, 디너 16만원
•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40
• 02-546-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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