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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3박 4일 로마 미식 여행 – 넷째 날

2015년 10월 9일 — 0

로마 미식 여행 넷째 날
Pantheon — Trastevere

edit 김옥현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호텔엔조이(www.hotelnjoy.com)

로마에서 맛보는 색다른 브런치

며칠간의 강행군 탓일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식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조금 늦게, 가볍게 먹고 싶었다. 그동안 로컬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트라피치노(Trapizzino)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트라피치노는 트라피치니 전문점으로, 가볍게 들고 먹기 좋은 피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인들의 다리’로 통하는 폰테 밀비오 다리 앞에 위치한 트라피치노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가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멀리서 수고를 감수하고 올 정도로 이곳을 좋아한단다(로마에서 심쿵한 유일한 남자도 여기서 보았다!). 토마토 소스가 잘 밴 촉촉한 미트볼 트라피치노가 입에 잘 맞았다. 빵과의 궁합도 좋아서 얇고 바삭한 로마식 피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내렸다. 주문을 하던 연인은 포장 봉투를 들고 서둘러 뛰었고, 입구에 서서 먹던 사람들은 재빨리 입에 털어 넣었다. 로마에서 처음 맞는 비였다. 얼른 모레타 맥주 한 잔을 들고 입구 건너 편에 마련해놓은 테이블로 뛰었다. 식욕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트라피치노의 트라피치니(위로부터) 소혀, 닭고기, 미트볼 맛 ©김재욱
트라피치노의 트라피치니(위로부터) 소혀, 닭고기, 미트볼 맛 ©김재욱
유서 깊은 피자로 한 번 더 점심

로마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피자집으로 꼽는 로치올리(Roccioli)의 맛이 궁금해 다시 피자를 먹기로 했다. 로치올리는 1824년에 베네치아 광장에서 빵집으로 시작했으며 1972년에 지금의 형태를 갖춘, 유서 깊은 곳이다. 피자욜로 중에는 이곳 출신이 많다고 한다. 피자욜로에게 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피자를 물었다. 피자 모차렐라. 마르게리타피자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피자가 로마, 아니 이탈리아에서 1년 내내 가장 많이 팔린 메뉴다. 두꺼운 피자는 여름 피자로, 차갑게 먹는다고 했다. 얇은 피자는 로마식 피자로, 따뜻하게 데워 먹는다.

매일 반죽한 도우는 매장에 있는 오븐실에서 270°C의 고온에 굽는다. 모두 천연 발효한 빵만 만든다. 바 테이블에 앉아 차가운 버팔로 모차렐라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치즈와 토마토, 바질의 신선함이 입안에 확 퍼졌다. 와인을 부르는 맛이다. 남은 피자는 포장을 부탁했다.

연거푸 피자를 먹었더니 조금 걷고 싶었다. 15분 정도 걸었을까, 판테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 광장만큼이나 관광객들은 많았으며 특히 오벨리스크 주변과 신전 내·외부는 인산인해였다.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고 보존이 잘된 이곳을 본격적으로 둘러 보기로 했다.

로치올리에서는 피자를 크게 구운 뒤 잘라서 판매한다. 올리브유와 소금으로 반죽한 피자비앙카도 인기다. ©김재욱
로치올리에서는 피자를 크게 구운 뒤 잘라서 판매한다. 올리브유와 소금으로 반죽한 피자비앙카도 인기다. ©김재욱
디저트 맛집의 집성지, 판테온

판테온 주변에는 먹거리가 많다. 관광지 근처에는 맛집이 없겠지, 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깝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타차 도로(Tazza D’oro),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문을 연 벵키, 그리고 졸리티(Giolitti)가 특히 유명하다.

판테온 뒤쪽 미네르바 광장 쪽에 위치해 있는 졸리티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득 담고 있다. 유제품을 판매하던 졸리티 가족이 로마에 자리를 잡은 뒤 1930년 이 자리에 지금의 가게를 열었는데 4대째인 아버지 세대에서 가게가 확장되며 젤라토가 인기를 얻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속 오드리 헵번이 먹던 젤라토가 바로 졸리티의 젤라토라는 것을 아는가. 오너인 나자레노 졸리티(Nazzareno Giolitti)는 “그레고리 펙이 우리 집 젤라토에 반해 영화를 찍을 때 졸리티만 고집했습니다. 아버지가 콘을 만들어 스페인 광장까지 배달을 가셨죠. 연기를 잘한 탓에 여러번 배달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라며 웃었다. 졸리티의 단골 리스트도 어마어마하다. 캐머런 디아즈, 샤론 스톤, 오바마 대통령도 있으며 두바이의 한 재벌은 파티 때 케이터링으로 젤라토와 서비스 인원을 모두 로마에서 초청할 정도다. 이야기를 듣자 점점 맛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었다. 두 가지 맛의 젤라토를 청해 입에 넣었다. 풍미가 진하고 부드러우며 고급스러운 맛. 피스타치오는 고소했으며, 쌀은 뭉개지지 않고 적당한 질감으로 씹혔다. 쌀을 우유에 익힌 뒤 설탕을 넣고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달지 않았으며 느끼하지도 않았다. 맛있다는 표현 위에 더 이상 무엇이 있을까. 지방, 설탕, 액체, 공기의 균형이 잘 맞아야 내추럴한 아이스크림이 된다. 잘 만들어진 젤라토는 차갑지 않고 쉽게 녹지 않으며 잘 발라지고 펴진다. 얼음이 느껴지면 셔벗이다.

천연 재료로 만든 졸리티의 젤라토는 하루에 최소 40가지 종류를 만들며 모두 120~125가지의 맛이 있다. 이곳은 로마시에서 주는 인증마크를 받은 곳이다. 인증 마크를 받으려면 3세대 이상 같은 이름으로, 60년 이상 같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 로마 시에서는 20개 가게가 있는데 졸리티를 비롯해 펜디, 카페 그레코 등이 이에 속한다. 현재 이스탄불에 2개의 지점이 있으며 내년에는 두바이에 문을 연다. 곧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고 하니 이곳을 떠나는 아쉬움이 조금 덜했다.

졸리티의 젤라토 ©김재욱
졸리티의 젤라토 ©김재욱

Tip 판테온 바로 앞에 있는 타차 도로는 국내에도 애호가가 많다. 이곳에서는 바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오후가 되면 모두 카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식사라고 생각해 아침에 마신다고. 원두를 사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생크림을 올린 시칠리아식 디저트인 그라니타도 인기다.

타차도로의전경.판테온을찾은관광객이들리는필수코스중하나다. ©김재욱
타차도로의전경.판테온을찾은관광객이들리는필수코스중하나다. ©김재욱
로마에서도 핫한 수제 맥주

마지막 밤은 요즘 가장 핫한 구역인 트라스테베레에서 보내기로 했다. 트라스테베레가 위치한 테베레 강 주변은 산책하기 좋다. 다리 위에서 산 피에트로 대성당, 산 탄젤로 성을 배경 삼아 멋진 야경을 담을 수도 있다. 트라스테베레는 밤이 깊어갈수록 활기가 넘친다. 먼저 수제 맥줏집을 찾았다. 비르 앤 푸드(Bir&Fud)는 ‘맥주와 푸드’라는 뜻의 이탈리아식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 이다. 2007년 크래프트 비어로 시작한 이곳은 26가지 종류의 생맥주와 빈티지 병맥주를 취급하고 있다. 자체 브루어리에서 만들기도 하며 영국, 미국, 독일, 벨기에 등지를 찾아가 직접 테이스팅 후 구매해 오기도 한다. 맥줏집이지만 음식도 소홀하지 않다. 레스토랑 못지 않은 요리를 선보이며 피자도 화덕에서 굽는다. 피자리움의 셰프 본치가 피자 만드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니, 말 다했다. 도우는 이 지역 밀가루를 선택해 24시간 이상 발효해 만든다.

오너는 이곳을 ‘맥주와 피자를 파는 이탈리아 펍’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바 위에 세계 각국의 언어가 적힌 ‘맥주’라는 단어가 보였다. 손님들에게 부탁한 거라고 했다. 비뚤배뚤한 글씨체로 적힌 ‘맥주 및 음식’이라는 단어도 보였다. 예쁘게 ‘맥주와 음식’이라고 다시 써주고 싶었다.

비르 앤 푸드에서는 세계 수제 맥주를 요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 ©김재욱
비르 앤 푸드에서는 세계 수제 맥주를 요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 ©김재욱
마지막 밤은 트라스테베레에서

밤이 깊자, 트라스테베레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로마에서 맞는 마지막 밤이라 조금 더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작고 아담한 가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벽에 걸린 돼지그림 액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 프로슈테리아(La Prosciutteria). 천장에 햄이 매달려 있는 비주얼에 이끌려 입구로 들어섰다. 인테리어는 더욱 재미있었다. 화장실 문에 도마를 달아놓은 것이며, 곳곳에 위트가 넘쳤다. 3년 전 문을 연 이곳은 로마 및 이탈리아에 7개의 지점이 있는데 트레비 분수점도 유명하다. 인기 메뉴는 셀렉션. 나무 도마에 14가지 종류의 햄과 프로슈터를 담아준다. 이곳의 포르케타는 로마에서 20km 떨어진 아라치아 지역에서 오며, 햄, 치즈, 과일 등은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질 좋은 것들을 가져온다. 와인은 토스카나 지역에 와이너리가 있어 직접 프로듀스해서 준비한다. 빅 플래터가 나왔다. 풍성한 햄과 과일, 올리브, 빵이 도마에 가득 차려졌다. 요즘 제철이라는 무화과와 멜론에 햄을 곁들여 먹었다. 짭조름하고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조화로웠다. 포르케타는 올리브와 함께 먹었다. 공간, 음식, 서비스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다가왔고, 기분 좋게 취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하는 줄이 길어졌다. 안주가 좋아 프로세코를 자꾸 마시다 보니 어느덧 다음 날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도 점차 잊혀져 갔다. 그렇게 프로슈테리아에, 트라스테베레의 밤에 물들어갔다.

베레에 위치한 라 프로슈테리아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김재욱
베레에 위치한 라 프로슈테리아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김재욱
라 프로슈테리아의 빅 플래터. 네 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김재욱
라 프로슈테리아의 빅 플래터. 네 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김재욱

Tip 전날 방문했던 크리스티나 셰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글라스 호스타리아(Glass Hostaria)가 궁금해졌다. 마침 이곳은 트라스테베레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인 비프타르타르와 푸아그라 등을 맛볼 수 있다. 명성에 비해 인테리어는 다소 투박하고 소박했다. 잠시 이곳에 머무니, 진정 요리를 즐기기 위해 찾는 손님들과 언제 피곤했냐는 듯 활기차게 주방과 홀을 돌아다니는 셰프의 모습이 보였다. 열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자 투박한 공간도 어느새 정감이 갔다.

글라스 호스타리아의 양고기 요리. ©김재욱
글라스 호스타리아의 양고기 요리. ©김재욱

트라피치노
• 1개당 €3.50, 수플리 스페셜 €1  
• 
월~목요일, 일요일 오전 11시~새벽 1시, 금~토요일 오전 11시~새벽 3시, 연중무휴
• 
P.le Ponte Milvio 13 00135 Roma pin
• 
06 33221964

로치올리
• 버팔로모차렐라피자·시금치버섯피자 €18(1kg), 피자모차렐라 €13(1kg) 
• 오전 6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 Via Dei Chiavari 34 00186 Roma pin
• 06 6864045

졸리티
• 컵 레귤러 €7, 라지 €9(자리에서 먹을 경우)
• 오전 7시~새벽 12시 30분, 연중무휴
• Via Uffici Del Vicario 40 00186 Romapin
• 06 6991243

비르 앤 푸드
• 밀라노 이탈리아 흑맥주 €6, 벨기에 스타일 브론즈 맥주 €5, 광어참깨구이 €12 
• 오후 12시 30분~새벽 1시,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휴무
• Via Benedetta 23 Roma pin
• 06 5894016

라 프로슈테리아
• 빅 플래터 €30, 셀렉션 €5(S), €10(M), €15(L), 하우스 와인 €17(병), 프로세코 €14(병) 
• 오전 10시~새벽 1시, 연중무휴
• Via Della Scala 71 00153 Roma pin
• 06 64562839

타차 도로
• 카페 에스프레소 €0.90, 그라니타 카페 콘 판나 €3
• 월~토요일 오전 7시 30분~새벽 1시, 일요일 휴무
• Via Degli Orfani 84 00186 Roma pin
• 06 6789792

글라스 호스타리아
• 모던 메뉴(크레이이티브 테스팅 8 코스) €100, 베지테리안 메뉴 €80, 트래디셔널 메뉴 €75 
• 오후 7시 30분~11시, 월요일 휴무
• Vicolo Del Cinque 58 Roma pin
• 06 5833.5903

아시아나항공은 서울(인천)↔로마를 주 3회(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역사와 패션, 음식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