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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3박 4일 로마 미식 여행 – 셋째 날

2015년 10월 8일 — 0

로마 미식 여행 셋째 날
3RD DAY – Vatican

edit 김옥현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호텔엔조이(www.hotelnjoy.com)

콜로세오에서의 아침 산책

아직 시차가 익숙해지지 않은 탓일까, 다시 새벽에 눈이 떠졌다. 잠이 깬 김에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오를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테르미니 역에서 B라인 메트로를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콜로세오(Colosseo) 역이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눈앞에 있는 콜로세오의 웅장함에 먼저 압도 되었다.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의 위엄 탓일까. 콜로세오 주변으로 해가 떠오르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에서 알렉 볼드윈은 관광 명소에 가는 것을 거부한다. 유물을 보면 ‘인생무상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생각나 싫다고. 제행무상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마음 깊이 와 닿았다. 단지, 복원 공사 중이라 완전한 상태로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콜로세오와 개선문까지 천천히 돌아본 뒤 팔라티노 언덕으로 향했다. 포로 로마노를 다시 한 번 보기 위함이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궁전의 스타디움, 황궁의 스타디움, 로물루스의 집 등이 모두 포로 로마노 안에 있다. 어제보다 로마에 조금 더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대전차 경기장과 포로 로마노에서 보는 콜로세오의 모습도 다른 뷰를 선사한다. 산책 삼아 팔라티노 언덕을 구경하고 나왔더니 다시 콜로세오 앞이었다. 꽤 많이 걸었음에도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유서 깊은 카페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

다시 테르미니 역에서 출발해 A선 메트로를 타고 플라미니오(Flaminio) 역에서 내렸다. 포폴로 광장 바로 앞에 있는 카노바(Canova)는 1948년 오픈 이후 예술가들의 집합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카노바는 조각가의 이름으로, 근처에 그의 작업실이 있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사랑하는 카노바는 커피, 크루아상과 함께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로마인들로 항상 만원이다. 디렉터인 안드리아노 데산티스(Adriano Desantis)는 꿈꾸듯 좋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1964년부터 여기서 일했어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집처럼 드나들어서 항상 예쁜 여배우들을 볼 수 있었죠. 소피아 로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카노바의 트라메찌니 세 가지. (위로부터)시금치와 모차렐라, 달걀과 생햄, 살라미와 아티초크. ©김재욱
카노바의 트라메찌니 세 가지. (위로부터)시금치와 모차렐라, 달걀과 생햄, 살라미와 아티초크. ©김재욱

로마식 샌드위치인 트라메치니(Tramezzini, 얇은 식빵 안에 속재료를 채운 것)를 주문했다. 시금치와 모차렐라, 살라미와 아티초크 식초 절임, 달걀과 생햄이 든 것을 골랐다. 보기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간 것이 아닌 데도 단순한 재료에 집중해서일까, 그 어떤 고급스러운 재료를 넣은 것보다 맛이 있었다. 아티초크를 식초에 절이고 살라미와 곁들인 것은 짭조름하고 새콤한 맛이 잘 조화되어 자꾸 손이 갔다. 카노바에서는 트롬베타(Trombetta) 커피만 사용한다. 우유 거품은 풍성했으며 쌉쌀하고 풍미 짙은 커피와 잘 어우러져 기분좋은 아침이 되었다.

Tip 플라미니오 역에서 나오면 바로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과 포폴로 광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잠시 거닐며 산책을 해도 좋고, 카노바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다. 카노바 맞은편에는 1950~60년대 작가들이 즐겨 찾던 카페 로사티(Rosati)가 있다. 카노바가 영화 관계자와 배우들이 찾던 곳이라면 로사티는 문인이나 지식인이 찾던 곳이라고 하니, 당시에 길을 마주하고 경쟁 관계였던 이들 카페의 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들러봐도 좋을 듯.

바티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거닐다

바티칸을 돌아보려면 하루 일정을 꼬박 할애해야 하기에 짧은 일정에 넣기엔 쉽지 않다. 11시에 도착했을 때는 바티칸 박물관과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입장하는 대신, 바티칸의 붉은 벽돌과 산 피에트로 대성당, 산 피에트로 광장의 외관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광장에 서니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대성당이 두 팔을 벌려 감싸 안는 듯한 느낌. 가만히 보고 있자니 위로가 되는 듯했다. 베르니니가 설계한 이 광장은 오벨리스크, 분수 등에서 바로크 건축의 특징인 거대함과 화려함, 극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박물관으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좋았다. 보기만 해도 경이로운 것들이 눈앞에 가득했으니까.

바티칸 맛집에서 가벼운 런치

바티칸은 A선 메트로 오타비아노(Ottaviano)와 치프로(Cipro) 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어느 쪽으로 나가더라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치프로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조각 피자 전문점 피자리움(Pizzarium)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3년에 오픈한 이곳은 피자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셰프인 가브리엘레 본치(Gabriele Bonci)는 이곳에서 피자를 만드는 스타 셰프다. 입구에 들어서니 ‘본치 비교 금지’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는 처음 요리사로 시작해 제빵사를 거친 뒤 피자욜로(피자를 만드는 사람)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요리와 빵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피자라고 생각한 그는 피자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곳의 도우는 다소 두껍다. 로마식 반죽은 얇지 않느냐는 질문에 “로마식과 무게가 같습니다. 단지 두께를 부풀린 것이죠”라고 답했다. 5분마다 끊임 없이 다른 피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의 시그너처 메뉴인 감자피자를 주문했다. 빵은 입에서 바삭하게 부서졌으며 그 사이로 감자와 모차렐라가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간이 잘 맞은 감자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던 사진가는 적양파와 돼지목살을 얹은 피자를 연거푸 먹으며 “인생 최고의 피자 맛”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피자리움의 인기 피자 5종. (위로부터)감자, 포르케타, 안초비, 송아지고기, 토마토 소스의 피자 로사 ©김재욱
피자리움의 인기 피자 5종. (위로부터)감자, 포르케타, 안초비, 송아지고기, 토마토 소스의 피자 로사 ©김재욱

오타비아노 역에서 바티칸 박물관 가는 길로 걷다 보면 카스트로니(Castroni)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일종의 식품점으로, 파스타나 쌀, 과자, 커피, 소스, 그릇 등 다채로운 상품을 취급한다. 눈에 띄는 것은 매장 중앙에 위치한 긴 바. 나이 지긋한 바리스타 두 사람이 쉴새 없이 커피를 내리며 크루아상을 접시에 얹어주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의 90%는 여기서 아침을 해결한다. 카푸치노에 크루아상이 합쳐서 단돈 €2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중 90%는 이곳에서 카푸치노를 마신다. 커피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가격이 너무 싸지 않냐”는 물음에 오너인 로비 카스트로니(Roby Castroni)는 “싼 가격에 품질 좋은 것을 먹고 다시 이곳을 찾아와 식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 목적” 이라고 답했다. 12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으며 어느덧 3대에 걸쳐 운영 중이다.

카스트로니의 커스터드가 든 크루아상과 카페라테. 이 세트를 €2에 맛볼 수 있다. ©김재욱
카스트로니의 커스터드가 든 크루아상과 카페라테. 이 세트를 €2에 맛볼 수 있다. ©김재욱

Tip 조각 피자와 아란치니(주먹밥의 일종)를 맛보고 싶다면 레판토 역 근처의 몬도 아란치나(Mondo Arancina)도 가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시칠리아의 대표 디저트인 칸놀 리(반죽을 튀긴 뒤 리코타 치즈와 설탕을 섞은 믹스로 속을 채운 것)를 맛볼 수 있다. 호박꽃과 물소젖 치즈를 넣은 아란치니는 인기 메뉴. 방문한 날은 실내외 모두 만석이었는데, 유명 방송인이 먹고 갈 정도로 로마인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몬도 아란치나의 아란치니 ©김재욱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몬도 아란치나의 아란치니 ©김재욱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캐주얼한 디너

오타비아노 역에서 5분 정도 걸었다. 날은 여전히 무더웠고, 길을 걷는 동안 종종 키 큰 무궁화 나무가 눈에 띄었다. 유일한 여성 미슐랭 스타 셰프인 크리스티나 보워만(Cristina Bowerman)이 운영하는 세컨드 레스토랑, 로메오 셰프 앤 베이커리(Romeo Chef&Bakery)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마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트렌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레드와 블랙으로 포인트를 준 장식, 테이블클로스 없는 테이블 등이 시크했다. 셰프 크리스티나는 “로마에서 최초로 테이블클로스가 덮이지 않은 레스토랑을 열었죠. 지금은 물론 많은 레스토랑들이 따라 하고 있지만”이라고 말을 건넸다. 오늘 아침 인도에서 막 도착한 그녀는 밀라노 엑스포 일로 무척 분주하다고 했다. 이곳은 이탈리처럼 복합적인 공간으로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하지만 전통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식재료 구입이 가능하며 쇼케이스에서 페이스트리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고, 올데이 다이닝을 즐길 수도 있다. 셰프가 추천한 오징어먹물파스타를 맛보았다. 자잘하게 잘린 오징어가 파스타면과 잘 어우러졌고, 오징어먹물소스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듯 접시에 발라 플레이팅을 했다. 짠맛이 조금 강했지만 면의 식감이나 식재료 간의 조화가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에 인터내셔널한 터치를 더한, 스타일리시한 셰프의 외모만큼이나 독특한 접시였다. 천천히 술을 마시며 파스타와 셰프가 내온 피자를 맛보았다. 프로세코 한 잔을 청했다. 커다란 레드 장식 위로 까만 밤하늘이 보였다. 로마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로메오 셰프 앤 베이커리의 트렌디한 인테리어 ©김재욱
로메오 셰프 앤 베이커리의 트렌디한 인테리어 ©김재욱

카노바
• 트라메치니 €5~6, 커피(또는 주스)와 크루아상(또는 토스트) 세트 €12 
• 오전 10시~자정, 연중무휴
• Piazza Del Popolo 16 Roma  pin
• 06 3612231

피자리움
• 안초비와 부라타 치즈 €35.50(1kg), 적양파와 돼지목살감자 €25.50(1kg), 감자와 모차렐라 €12.50(1kg), 호박꽃수플리 €2  
•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일요일 정오~오후 4시, 오후 6~10시
• Via Della Meloria 43 00136 Rome pin
• 06 39745416

카스트로니
• 카푸치노·카페라테 €1.4, 크루아상 추가 시 €2
• 오전 8시~오후 8시, 크리스마스 휴무, 6월 중순~9월 중순 일요일 휴무
• Via Cola Di Rienzo 196 Roma pin
• 06 6874383

로메오셰프앤베이커
• 라비올리 €12, 가스파초 €10, 스파게티 파스티피치오 데이 캄피 €14, 로컬 피시와 베지터블 카포나타 €18
• 오전 7시 30분~새벽 1시, 연중무휴
• Via Silla 26/A 00192 Roma pin
• 06 32110120

몬도 아란치나
• 아란치니·칸놀리 €2.5, 피자 €15(1kg)
• 오전 10시~정오, 연중무휴
• Piazzale Clodio 50 Roma pin
• 06 37513959

아시아나항공은 서울(인천)↔로마를 주 3회(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역사와 패션, 음식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