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

3박 4일 로마 미식 여행 – 둘째 날

2015년 10월 7일 — 0

로마 미식 여행 2일째
Piazza di Spagna — Piazza Navona

edit 김옥현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호텔엔조이(www.hotelnjoy.com)

로마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둘째 날, 로마의 아침이 조금 일찍 시작되었다. 9시간의 시차 탓일까. 새벽 5시 30분에 잠이 깼다. 잠시 누워 있다 커튼을 젖혔다. 아직 어두웠지만 어스름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시 누운 채로 일정을 하나둘 정리해보았다. 일단 숙소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6시쯤 됐을까, 커튼을 젖히지 않았음에도 햇살이 방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로마에서는 7시 30분이면 카페 가문을 열어 여행자들도 아침 식사를 챙길 수 있다.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오늘의 행선지는 스파냐(Spagna) 역. A라인 메트로를 타면 세 정거장 만에 도착한다. 메트로를 나오자마자 스페인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확 트인 광장에서 느껴지는 공기가 기분 좋았다. 스페인 광장의 계단 위로 하나둘 관광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단, 아침부터 먹자.

스페인 광장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아침 식사를

스페인 광장에 자리 잡은 치암피니(Ciampini)는 1943년부터 4대째 치암피니 가족이 운영하는 클래식한 이탤리언 스타일의 카페다.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아들 안젤로 치암피니(Angelo Ciampini)는 고등학교 졸업 후 6년째 이곳을 경영하고 있다. “제일 자신있게 선보이는 것은 젤라토예요. 할아버지가 하던 방식 그대로 만드는데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며 아직도 손으로 배합하는 전통 방법을 고수합니다. 그날그날 만들고 남은 것은 폐기합니다. 고집스럽고 정직하게 일해서 그때와 같은 퀄러티를 유지해왔죠.” 이미 샐러드와 카푸치노, 딸기타르트를 주문한 후였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젤라토의 맛이 너무나 궁금했다(그가 훈남이라 주문을 한 건 절대 아니다!). 복숭아와 잣, 초콜릿, 망고, 3가지 맛의 젤라토는 과연 그의 말대로 크리미한 질감과 풍부한 맛이 일품이었다. 복숭아와 잣이라니, 로마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조합을 만났다. 복숭아잣젤라토에 감탄하고 있는데 안젤로가 다시 말을 걸었다. “할머니께서 식사 후 복숭아를 잘라서 잣과 곁들여 드시다 젤라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공기 반, 소리 반이 믹스 되어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했던가. 좋은 젤라토는 액체와 지방, 공기가 잘 섞여야 맛있게 완성된다고 한다. 입에 넣고 살살 녹여가며 맛을 음미해보았다. 입 안에서 바로 녹지 않고 좋은 노래를 들은 것처럼 계속 여운이 남았다.

치암피니의 오너, 안젤로 치암피니 ©김재욱
치암피니의 오너, 안젤로 치암피니 ©김재욱
치암피니의 젤라토 ©김재욱
치암피니의 젤라토 ©김재욱
로마 최고의 티라미수를 경험하다

일찌감치 아침도 먹었겠다, 여유롭게 스페인 광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스페인 광장은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이곳에 있어 이렇게 이름 붙었다고 한다. 이 광장에는 조각배분수라는 이름의 앙증맞은 분수가 상징과도 같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트레비 분수가 보수중이라 물을 뺀 이후에는 이곳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스페인 광장은 쇼핑의 거리이기도 하다. 명품을 쇼핑할 수 있는 콘도티 거리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자라, 세포라 같은 인터내셔널한 중저가 브랜드 쇼핑이 가능한 코르소 거리와 맞닿아 있다. 윈도쇼핑을 하다 보니 조금씩 허기가 느껴졌다.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 있는 폼피(Pompi)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티라미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1960년에 줄리아노 폼피가 오픈한 가게로 로마에는 총 5개 지점이 있다. 젤라토나 페이스트리도 판매하지만 티라미수의 인기가 월등하다. 티라미수가 맛있는 이유를 묻자 “북쪽 노바라 지역에서 만든 높은 품질의 비스코티와 하이퀄러티의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사용하며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요. 여기에 오래된 경험과 가족들의 애정이 더해진 결과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레골라와 클라시코를 주문했다. 바로 먹을 건지를 묻더니 적당히 해동된 상태의 티라미수를 꺼내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손에 젤라토 대신 폼피 쇼핑백을 들고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헵번처럼 스페인 광장의 삼위일체 계단을 올랐다. 계단에 앉아 티라미수를 한 입 맛보았다. 아직 덜 녹아 조금 살캉거렸다. 비스코티는 커피향을 머금고 촉촉이 젖어 있었으며, 마스카르포네 치즈는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한국인들은 딸기맛인 프레골라를 제일 선호한다는데 입맛에는 클라시코가 조금 더 맞았다. 레시피는 로마 밖 공장에서 매일 만든다고 했다. 레시피는 가족들만의 철저한 비밀이라니, 대를 이어가며 같은 맛을 유지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깨닫고는 머쓱해졌다.

폼피의 티라미수 ©김재욱
폼피의 티라미수 ©김재욱
파스타-하이티의 거나한 점심 식사

점심을 먹기 위해 리스토란테 알라 람파(Ristorante Alla Rampa)로 향했다.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은 스페인 광장의 오른편에 있다. 다소 무겁고 향신채소를 많이 쓰는 전형적인 로마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카르보나라와 마이 알리노(새끼돼지 다리살을 오븐에 구운 것)를 주문했다. 푸짐한 양에 합리적인 가격, 이동이 편한 위치…. 관광객들이 원하는 요소를 갖춘 곳이다. 여기에 조금 더 특별한 맛을 기대하는 게 욕심일지 모른다.

리스토란테 알라 람파의 메뉴 ©김재욱
리스토란테 알라 람파의 메뉴 ©김재욱

아쉬운 마음에 스페인 광장을 거닐다 보니 어디선가 고소한 스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광장 바로 앞의 바빙턴스 잉글리시 티 룸(Babington’s English Tea Room)에서 나는 것이었다. 문을 여니 영국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역사는 어마어마하다. 무려 1893년에 오픈해 아직까지 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다. 오너인 치아라 베디니(Chiara Bedini)는 이곳을 “영국식 티 세리머니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로마의 작은 영국 같은 곳이죠. 음식도 영국식이며 식재료도 영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집의 특징은 직접 블렌딩하는 티다. 스리랑카, 인디아, 타이완 등에서 수입한 티를 로마, 영국, 프랑스에서 블렌딩 한다.

그랜드 하이티를 주문했다. 3단 트레이에 담겨 나오는 스콘과 샌드위치, 머핀 등은 양이 넉넉해 가벼운 점심 식사로도 좋을 것 같았다. 함께 나온 스페셜 블렌드 홍차의 향이 기분을 나른하게 해주었다. 로마의 오후가 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빙턴스 티 룸의 그랜드 하이티 ©김재욱
바빙턴스 티 룸의 그랜드 하이티 ©김재욱

Tip 스페인 광장에서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도 멋지다. 2개의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로마 시내를 내려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말자. 스페인 광장에서 산책을 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255년 된 카페 그레코(Caffe Grecco)를 들러보자. 1760년에 오픈했을 당시에는 위층에 방을 세놓았기 때문에 카페 위에 유명 예술가들이 묵었다고 한다. 카사노바가 이곳의 단골이었으며 스탕달, 멘델스존이 여기서 지냈다. 커피는 그레코만의 블렌딩 커피를 사용하며 페이스트리는 옛날 방식 그대로 이곳에서 만든다. 커피값이 싸지 않지만 역사와 예술의 한자락을 엿보고 싶다면 한번쯤 방문할 만하다. 초콜라타의 진하고 씁쓸한 맛은 보너스.

카페 그레코는 마치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예술 작품과 자료가 가득하다. ©김재욱
카페 그레코는 마치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예술 작품과 자료가 가득하다. ©김재욱
시간이 멈춘 로마를 걷다

스페인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광장으로 이동해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로마의 휴일>에서 본 그 거리 모습 그대로, 로마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베네치아 광장 오른편에는 코르도나타 계단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언덕이 평지처럼 보이게 설계한 착시 효과로 유명하다. 이곳을 오르면 캄피돌리오 광장과 카피톨리노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포로 로마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제야 로마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폐허로 남은 신전, 바실리카, 승리의 개선문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웅장하고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장권이나 긴 줄이 필요 없으니 더욱 감개무량했다.

캄피돌리오 언덕길을 따라 내려와 20분 정도 걸으면 진실의 입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이 목적이기에 영화 <로마의 휴일> 속 낭만은 기대하기 힘들며, 최소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나보나 광장에서 즐기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수제 맥주

지인으로부터 “나보나 광장은 해 질 녘이 예쁘다”는 귀띔을 받은지라 꼭 그 광경을 보고 싶었다. 도착하자, 해가 지기 전 특유의 붉은 햇살이 광장을 뒤덮은 상태였다. 나보나 광장은 유난히 폭이 좁은 대신 긴 구조였다. 길쭉한 이유는 로마 최초의 경기장이 있던 곳에 광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베르니니가 만든 피우미 분수가 있고 주변으로 화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너머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었다. 저녁 식사는 나보나 광장의 일 콘비비오 트로이아니(Il Convivio Troiani)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1990년에 문을 연 뒤 1992년 초기부터 20년 넘게 미슐랭 스타를 유지한 곳으로, 오랫동안 별을 유지한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담쟁이로 덮인 소박한 아웃테리어가 인상적인이곳의 문을 여니,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나타났다. 아담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하기에 요리사만 10~13명이 상주한다고 했다.

안티파스토와 파스타, 메인 요리를 주문했다. 먼저 잊어버린 문어와 실수한 마요네즈라는 독특한 이름의 요리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안젤로 트로이아니(Angelo Troiani) 셰프는 “문어를 굽다 잊어버렸는데 오히려 맛있게 구워져 그 방식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귀띔했다.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는 셰프의 시그너처 디시. 전통 로마식을 20년 전에 살짝 다르게 변형한 것이라고. 메인인 양고기 요리는 민트소스와 조화를 이룬 플레이팅도 예뻤으며 갈비와 뱃살의 두 가지 부위를 모두 사용한 것이 독특했다. 소믈리에는 무척 친절했으며 요리와 와인의 궁합을 특히 잘 맞춰주고 배려심이 있어 식사하는 내내 편안했다.

일 콘비비오 트로이아니의 메뉴. (좌측 상단부터) 아마트리치아나, 잊어버린 문어와 실수한 마요네즈, 양고기 요리. ©김재욱
일 콘비비오 트로이아니의 메뉴. (좌측 상단부터) 아마트리치아나, 잊어버린 문어와 실수한 마요네즈, 양고기 요리. ©김재욱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광장 주변 노천 카페들의 조명으로 보다 낭만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돌아서기 아쉬워 근처의 맥줏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르 델 피코(Bar Del Fico)는 나보나 광장에서 맞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다. 무화과나무(Fici)가 앞에 있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바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으며,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는 아페리티보를 맛볼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식사 대신 술과 음료만 주문 가능하다. 전통에 인터내셔널한 터치감을 더한 요리를 선보이며 2개의 바에 모두 4명의 바텐더가 있다. 아페리티보 시간이 끝난 터라 칵테일을 한 잔 주문했다. 붉은 캄파리 칵테일과 함께 감자칩과 피스타치오, 땅콩이 담긴 접시를 내주었다. 바 앞에는 체스판이 펼쳐져 있었다. 퇴근 무렵 체스판이 펼쳐지면 토박이들의 아지트라던데 이곳이 바로 그곳이었나 보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볼륨 높은 이탈리아어, 그리고 칵테일 향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다.

바르 델 피코의 노천 테이블 ©김재욱
바르 델 피코의 노천 테이블 ©김재욱

Tip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부담스럽다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파니노테카 라이크잇(Likeat)을 방문해도 좋다. 2015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위너를 차지한 테이크어웨이 전 문점이다. 인기 메뉴는 포르케타 파니노. 주문 즉시 손으로 반죽한 뒤 나무 화덕에 구운 빵 위에 두툼한 포르케타를 올려준다. 이곳은 벽을 칠판 장식으로 마감해 곳곳에 낙서의 흔 적이 있었다. 이미 한국인들이 많이 다녀간 듯했다. ‘난 고딩’ ‘나도’ ‘안녕’ ‘덥지만 맛있다’. 그 밑에 가만히 한 줄 덧붙였다.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한끼 식사로도 훌륭한 라이크잇의 포르케타 파니노 ©김재욱
한끼 식사로도 훌륭한 라이크잇의 포르케타 파니노 ©김재욱

치암피니
• 치암피니샐러드 €15.50, 코파치암피니컵 €12.50, 카푸치노 €5.30 
• 오전 7시 30분~오후 10시, 연중무휴, 브런치 주문은 오전 11시부터
• Piazza S. Lorenzo In Lucina 29 00186 Roma pin
• 06 6876606

리스토란테 알라 람파
•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 €11, 마이 알리노 라톤졸로 알 포르노 €13 
• 정오~오후 11시, 연중무휴
• Piazza Mignanelli 18 00187 Roma pin
• 06 6782621

폼피
• 티라미수 1인용 €4, 유당 프리 티라미수 €4.50, 젤라토 싱글 €2  
• 월~목요일,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금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30분,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30분
• Via Della Corce 83 Roma pin
• 06 69941752

바빙턴스 잉글리시 티 룸
• 하이티 €31(티 포함), 그랜드 하이티 €35(티 포함), 스페셜 블렌드 €9.50
• Piazza Di Spagna 23 00187 Roma pin
• 06 6786027

일 콘비비오 트로이아니
• 그랜드 테이스팅 메뉴 €125, 테이스팅 메뉴 와인 페이링€75 
• 오후 8~11시, 일요일 휴무
•Vicolo Dei Soldati 31 00186 Roma pin
• 06 6869432

바르델피코
• 진저베리 €10, 프로세코 €5 
• 오전 7시 20분~새벽 2시, 연중무휴
• Piazza Del Fico 26 00186 Roma pin
• 06 68808413

카페 그레코
• 크로스타타 콘 프라골리네 €10, 크로스타티나 피놀리 €6, 카푸치노 €8, 초콜라타 €10, 카페 에스프레소 €6
• Via Condotti 86 00187 Roma pin
• 06 6791700

라이크잇
• 포르케타 €4, 치즈 등 토핑 첨가 시 €5.50~6
•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토요일 휴무
• Corso Viattorio Emanuele 2 310 00186 Roma pin
• 06 81177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