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

광주에서의 2박 3일 PART3

2015년 9월 18일 — 0

자연에서 즐기는 광주의 맛

3rd Day BREAKFAST

먹거리 천국인 광주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오늘 최대한 더 먹어보자, 마음을 굳게 먹고 아침 일찍 무등산으로 향했다. 딱히 등산을 하려는 건 아니고, 무등산 밑에 있는 보리밥 골목에 가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보리밥 뷔페를 운영하는 대지로 갔다. 갓 볶아 나온 나물과 무침, 싱싱한 채소들이 뷔페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광주의 보리밥이 다른 것은, 보리쌀을 한 번 찐 뒤 밥을 한다는 것. 본래 보리밥은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지만, 광주의 보리밥은 한 번 쪄서 조리하기 때문에 먹어도 속이 편하다. 사골국에 밥을 하는 전주처럼, 각 지역마다 밥짓기의 레시피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갓 지은 보리밥을 푼 뒤 각종 나물을 고루 올렸다. 뷔페 메뉴에 함께 나온 수육을 집으려는데, 옆쪽에 놓인 초고추장이 눈에 띄었다. 아아, 광주에 온 이상 너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구나. 결국 수육 접시 위에 초고추장을 올렸다.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아침부터 운영하는 대지의 보리밥뷔페. 보리쌀을 한번 찐 뒤 보리밥을 지어 소화가 잘 된다. ©김재욱
아침부터 운영하는 대지의 보리밥뷔페. 보리쌀을 한번 찐 뒤 보리밥을 지어 소화가 잘 된다. ©김재욱

보리밥 골목에서 나와 무등산 근처를 산책하다 산 밑에 위치한 미술관을 발견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의재미술관과 정송규 작가가 관장으로 있는 무등현대미술관 등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 곳이 많았다. 무등현대미술관에 들러 정송규 작가의 작품을 구경했다. 은은한 하늘색 블라우스에 뉴욕에서 샀다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정송규 작가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멋진 여자였다. 지우개를 잘게 쪼개 하나씩 점을 찍으며 점 하나가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젊었을 때 어떤 대상을 그렸다면, 지금은 제 자신의 인생을 그리고 있어요.” 그는 본드를 써서 완성해야 했던 작업물을 보여주었다. 정송규 작가는 본드 때문에 손에 피가 다났다며, 그럼에도 또 하고 싶다며 그 이유를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산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다.

Tip 무등산에 있는 춘설헌은 한국 여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이 운영하는 곳이다. 선생이 약 5만 평의 차밭에서 가꾼 춘설차를 맛볼 수 있다. 무등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3rd Day LUNCH

주막에서 낮술 한 잔을 하기로 했다. 차로 10분 거리를 달려 맑은 술이 유명하다는 무돌주막에 들렀다. 맑은 술은 무돌주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동동주의 맑은 윗부분을 뜻한다. 일본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도 무돌주막의 맑은 술을 맛보고는 사케와 비교하며 감탄했다는 후문. 식당에 앉아 적당한 양의 짚불삼겹살과 맑은 술을 주문한 뒤, 짚불에 고기를 구우면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그건 먹어봐야 알제. 내가 뭐라고 말은 못하제.” 기자의 질문에 주인장 아주머니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짚불구이는 본래 무안이 원조다. 화력이 세기 때문에 고기를 맛있게 구울 수 있을 뿐더러 고기 특유의 잡내까지 잡아준다. 무안의 짚불구이는 고기가 얇아 금세 딱딱해진다. 무돌주막의 고기는 두툼해서 마음에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가게 밖으로 나가더니 밭에서 쌈채소를 뜯어왔다. 마치 시골집에 놀러 온 듯 건강한 기분이 들었다. ‘맑은 술’도 맛보았다. 얼마 전 다녀간 일본 푸드 칼럼니스트가 마신 뒤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주세법이 까다로워 양조 시설까지 갖췄지만, 막상 만드니 팔 곳도 없어 가게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에 들르면 꼭 맛보아야 할 술이다.

무돌주막의 짚불구이. 고기가 도톰한 것이 특징이다. ©김재욱
무돌주막의 짚불구이. 고기가 도톰한 것이 특징이다. ©김재욱

혹시 점심부터 고기를 굽는 것이 부담된다면, 무돌주막코스대신 관가로 동선을 옮겨도 좋다. 관가는 20여 년 전 주인장이 중국에 갔다가 배워온 통오리를 파는 곳. 싱싱한 오리를 양파, 마늘즙 등을 넣어 24시간 숙성시킨 뒤, 두 번에 걸쳐 다섯 시간씩 자체 수분으로 가마에 굽는다. 오리 속에는 밤, 대추, 은행, 잣, 팥, 녹각, 검정깨 등 몸에 좋은 것을 잔뜩 넣는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면 몸이 절로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 심지어 코카콜라 추천 맛집이기도 하다. 먹다 보면 콜라가 생각나는 맛이라서 그런 것일까?

양파, 마늘즙 등을 넣어 24시간 숙성한 오리를 가마에 구운 관가의 오리 한 마리 ©김재욱
양파, 마늘즙 등을 넣어 24시간 숙성한 오리를 가마에 구운 관가의 오리 한 마리 ©김재욱

3rd Day DINNER

저녁 기차를 타기 위해 광주송정역으로 향했다. 광주의 미식은 대부분 동부권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지만, 서부권의 떡갈비 역시 놓치기 아쉬운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날의 동선으로 떡갈비 골목을 넣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송정 떡갈비 골목은 본래 우시장이 있던 곳이다. 소를 팔러온 사람들이 식사로 먹고 가던 음식이 바로 송정 떡갈비. 소고기만 사용해 떡갈비를 만드는 담양과 달리 광주의 떡갈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7:3 비율로 섞어 만든다. 기차 시간을 살피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떡갈비 골목 초입에 위치한 화정떡갈비에서 떡갈비와 생고기 비빔밥을 주문한 뒤 급히 먹었다. 흔히 먹던 양념으로 버무려진 떡갈비가 아닌, 고기 본연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떡갈비였다. 서비스로 나온 돼지뼈국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떡갈비와 돼지뼈국, 생고기 비빔밥, 세 가지를 함께 먹는 궁합이 나쁘지 않았다.

기차 시간은 7시 28분, 떡갈비집에서 식사를 마친 시간은 7시 20분. 떡갈비 골목 앞 광주송정역으로 급히 달려가 막 떠나려는 KTX에 간신히 잡았다. 기차에 올라 숨을 골랐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차에 오르기 직전까지 먹고 또 먹을 수밖에 없는, 광주는 그런 먹거리의 천국이니까.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7:3비율로 섞어 만든 화정떡갈비의 떡갈비 ©김재욱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7:3비율로 섞어 만든 화정떡갈비의 떡갈비 ©김재욱

Tip 무돌길 둘레코스를 걷는다면 무돌길 쉼터에 들러보자. 마을분들이 직접 키운 식재료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는 체험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 문의 062-266-5287

0917-gwangjuMAP1

INFO

대지식당
> 보리밥 7000원, 삼겹살연탄구이 1만20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증심사길30번길 27 pin
> 062-227-2873

무돌주막
> 볏짚오겹살 200g 1만3000원 된장찌개 7000원, 맑은 술 750ml 5000원
> 광주광역시 북구 신촌샛강길 120-5 pin
> 062-266-6086

관가
> 오리 한 마리 5만30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의재로96번길 18 pin
> 062-226-0040

화정떡갈비
> 갈비찜 1만2000원, 떡갈비 9000원
>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산로29번길 6 pin
> 062-944-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