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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광주에서의 2박 3일 PART2

2015년 9월 17일 — 0

광주에서 둘째 날,  핫한 식문화를 경험하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재욱

2nd Day BREAKFAST

언제부터일까. 미식 여행 첫날의 밤은 언제나 술, 둘째 날 아침은 언제나 해장국을 먹는다. 둘째 날 아침의 불문율(?)을 깨기는 아쉬워 아침 일찍 일어나 양동시장으로 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밥을 먹어 유명해진 하나 분식에 들렀다. 분식집에서 국밥을 낸다니 흥미로웠다. 아침 댓바람부터 국밥과 순대, 떡볶이, 김밥을 함께 주문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초장’이 따라 나왔다. 초장은 홍어전만 찍어 먹는게 아니었나 보다. 옆 테이블을 보니 광주 사람들이 순대를 초장에 찍어 먹고 있었다. 재빨리 따라 먹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어울렸다. 순대의 느끼함을 초장이 잡아줬다. 광주에서의 초장은 일종의 만능 소스 같은 것인가 보다. 국밥은 들깨와 돼지 뼈를 넣어 끓인 일반적인 장터 국밥이지만,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다. 분식집에서 나와 활기차게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을 감상했다. 죽순이며 문어, 갈치 따위를 구경 하며 시장 곳곳을 헤맸다.

노무현 대통령이 와서 먹었다는 하나분식의 국밥 ©김재욱
노무현 대통령이 와서 먹었다는 하나분식의 국밥 ©김재욱

Tip 남광주시장에 가면 국밥 거리가 있다.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국밥집도 여기에 있다. 국밥 마니아라면 꼭 들러보도록 하자. 식사 후 시장을 거닐며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nd Day LUNCH

아침도 챙겼겠다,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은 광주의 전통이 아닌, 새롭게 자리 잡은 트렌디 식문화를 경험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장소로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동명동으로 향했다. 파스타와 큐카츠 등을 파는 기본(062-449-1755)과 발효종 빵으로 유명한 아티장홍(062-234-3778), 괜찮은 음료가 많은 카페 플로리다(062-228-2255) 등 궁금한 곳이 많았기 때문. 카페와 레스토랑이 한 곳에 모여 있지는 않았지만, 걸을 때마다 간간이 새롭고 예쁜 곳이 나타났다. 결국 점심은 조선대 후문에 위치한 소보쿠로 결정했다. 학생들로 붐비는 식당 한편에 앉아 조용히 사케동을 주문했다. 새콤달콤한 맛의 토마토카레도 하나 시켰다. 사케동은 전날에 생연어를 받아 손질한 뒤 하룻밤 숙성한 것을 쓴다고 했다. 소보쿠는 미술을 전공한 사장님이 요리를 하고 싶어 오픈한 곳이라고. 요즘은 손이 달려 어머니가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사장님의 어머니는 중간중간 “막걸리 한 잔 마실래? 내가 직접 담근거야” 하며 막걸리를 주시거나, 직접 담갔다는 김치와 갓 구운 대창구이까지 내주셨다. 직접 담근 막걸리는 시중에서 파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시큼하면서도 진한, 전라도 어머니들만이 담글 수 있는 막걸리였다.

하룻밤을 숙성시킨 생연어로 만든 소보쿠의 사케동 ©김재욱
하룻밤을 숙성시킨 생연어로 만든 소보쿠의 사케동 ©김재욱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동명동 거리로 나섰다. 케이크와 음료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언더랩으로 향했다. 광주의 온갖 디저트는 모두 맛보았다는 분의 제보에 의하면 광주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내는 집이라고 했다. 형과 동생, 동생의 부인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제철에 나는 과일로 케이크를 만든다. 버터와 설탕, 밀가루는 유기농을 사용하고, 직거래하는 농장에서 당도 좋고 신선한 식재료를 가져와 쓴다. 언더랩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딸기생크림케이크지만 제철이 아니라서 맛보진 못했다. “본래는 카페가 아닌 작업실로 운영하려고 했던 곳이에요. 그런데 오픈 첫날, 손님들이 와서는 케이크를 달라고 하셔서….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이렇게 운영하고 있네요.” 바나나초콜릿케이크와 당근케이크를 주문했다. 마리아쥬프레르티를 곁들여 우아하게 맛보았다. 지나치게 달지 않은 당도의 크림이 식도를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은, 일본 스타일의 담백한 케이크였다. 함께 동행한 일행은 맛있다며 연신 감탄했다.

제철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파는 언더랩 ©김재욱
제철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파는 언더랩 ©김재욱

2nd Day DINNER

저녁을 먹기 위해 프렌치 레스토랑 알랭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프렌치는 광주와 잘 어울리는 퀴진이다. 일단 미식의 수준만 봐도, 그에 따르는 음식의 스케일만 봐도 둘은 꽤 닮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알랭의 공다현 셰프는 법대를 나와 돈가스집, 분식집, 이탤리언 요리를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심지어 프렌치는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1950년대 스타일의 모던 프렌치를 선보이는 알랭은 에스까르고, 테린 등 클래식한 메뉴가 즐비하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프렌치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프렌치로 변형된 듯 싶었다. 프랑스식 양파스프와 부르고뉴식 달팽이 그라탕, 테린과 파테, 세비체, 메추리구이, 안심스테이크, 크렘브륄레, 프티프루를 맛볼 수 있는 알랭 코스 메뉴를 주문했다. 거부감 없는 익숙한 맛과 팬시한 분위기가 식사의 흥을 돋웠다. 미디엄레어의 스테이크는 크리스피하면서도 촉촉한 맛이 살아 있었다. 공셰프는 9월 중순 중 서울 을지로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맛의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서울에서 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자신의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공다현 셰프의 손길이 담긴 프렌치 레스토랑 알랭 ©김재욱
공다현 셰프의 손길이 담긴 프렌치 레스토랑 알랭 ©김재욱

둘째 날의 밤은 간단히 칵테일 한 잔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최근 광주에서 가장 ‘핫’하다는 커볶으로 향했다. 커피 전문점이지만 칵테일 등의 주류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오는 감각적인 공간을 본 순간 이곳이 광주인지 청담동인지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음식을 즐길 때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건 분위기가 맛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커볶은 음료의 맛을 5배 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1층은 라운지 바, 2층은 프라이빗한 라운지로 구성된 공간에서 커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라즈베리 러시안 모히토를 주문한 뒤 1층 야외에 위치한 수영장에 앉았다. 광주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등산 산자락의 보드라운 바람이 발끝에 닿았고, 자연스레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구성된 커볶의 2층. 광주의 트렌디한 피플은 모두 모였다. 1층에서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김재욱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구성된 커볶의 2층. 광주의 트렌디한 피플은 모두 모였다. 1층에서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김재욱

Tip 커볶은 종종 다양한 형태의 파티를 진행한다. 커볶의 트렌디한 분위기에서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공지를 주목하자. 커볶은 무등산 산자락에 위치했다. 커피를 마신 뒤 드라이브를 하며 자연을 만끽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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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하나분식
> 내장국밥 6000원, 김밥 2000원 잡채 3000원, 떡볶이 2000원
> 양동시장역 2번 출구 양동시장 내 pin

소보쿠
> 이루쿠카레 8000원, 치킨남방 7000원, 사케동 85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장동로 51-1 pin

언더랩
> 라즈베리타르트 5500원, 바나나초콜릿케이크 6500원, 로즈당근케이크 55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동계천로 128 지하 1층 pin
> 오전 11시~오후 8시

알랭
> 알랭 코스 메뉴 8만8000원, 세비체 2만2000원, 에스까르고 2만2000원, 까르파치오 2만5000원, 뵈프브루기뇽 3만50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로20번길 17-6 pin
> 062-228-2345

커볶
> 라즈베리 러시안 모히토 1만5000원, 카페라테 6만5000원
> 광주광역시 동구 지호로 161-7 pin
> 062-223-5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