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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현재와 미래

2015년 9월 2일 — 0

한식을 만들고 홍보하고 가르치는 등 각자의 분야에서 한식 문화를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4명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바라본 한식의 정의와 범주, 그리고 세계화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1시간 30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edit 이지희 / photograph 심윤석 / place 북한남갤러리(02-3273-3873)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민구(밍글스 오너 셰프), 정혜경(호서대 식품영양학 전공 교수), 최정윤(샘표 장 프로젝트 팀장), 김미숙(한식재단 한식브랜드팀 팀장) ©심윤석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민구(밍글스 오너 셰프), 정혜경(호서대 식품영양학 전공 교수), 김미숙(한식재단 한식브랜드팀 팀장), 최정윤(샘표 장 프로젝트 팀장) ©심윤석

올리브 — 먼저 바쁘실 텐데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우선 한식의 정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각자의 입장에서 본 한식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혜경 —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한식이라고 불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는 술과 문화, 디자인, 100년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제품과 최근 한식 사회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강민구 — ‘한국 사람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음식’이 한식이다. 그것은 전통 궁중 음식이 될 수도 있고 노량진에서 판매하는 컵밥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고 본다.

김미숙 — 법적으로 한식의 정의는 없다. 그러나 식품산업진흥법에 소개된 전통 식품에 대한 정의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는 재료와 전래된 조리법으로 한국의 맛을 내는 식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에는 강민구 셰프와 정혜경 교수의 정의가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한식진흥법에 소개된 한식의 정의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식재료 및 그와 유사한 식재료, 고유의 기술 및 그와 유사한 기술로 만든 우리 음식’이다. 따라서 식재료와 기술의 범주를 넓혀 전통 한식과 모던 한식까지 아울러야 한다.

최정윤 — 사실 정의는 굉장히 한국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프랑스식,미국식에 대한 정의를 묻는 대신 각국 음식이 가진 맛과 향의 특징에 대해 질문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요리사로 일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맛과 향의 특징을 물어봤을 때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후 샘표 장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한식과 연구를 접하던 중에 우연히 밥상을 봤다. 흰쌀밥을 담은 그릇을 빼고 모든 그릇에 발효가 담겨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발효의 맛’이라고 한식을 설명한다.

올리브 — 한식의 정의를 큰 범주로 넓혀서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한식의 범주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강민구 —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맛과 향도 중요하지만, 한식의 세계화는 실질적인 성과와 수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은 라멘, 돈가스 등을 해외에 성공적으로 알려 국가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었다.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푸드 트럭 고기(Kogi)의 불고기 타코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수익을 냈는데 이것이 한식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것도 한식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에서 발표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4년간 1위를 차지했던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는 일본에서 발효 음식을 배운다. 북유럽은 콩을 많이 먹는데, 우리가 콩으로 메주를 담그듯 제철 완두콩으로 장을 담가 일본의 미소처럼 피소라고 이름 지었다. 분명 일본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일본 음식은 아니다. 이 같은 경우에서 보듯 범주는 우리가 임의로 긋지 말아야 한다.

최정윤 — 식문화는 변화한다. 식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범주로 가두어선 안 되고, 수용력이 필요하다. 식문화는 식자재의 교류와 이민자들을 통해 문화가 섞이면서 발전되었다. 토마토의 원산지가 라틴아메리카이므로,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사용한 음식이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어디가 먼저냐라는 논쟁보다 어느 민족이 어떻게 발전시키고 즐기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는 국가 간 교류가 늘면서 음식의 종류에 따른 논란이 많다. 물론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민과 빠른 유통, 인터넷의 교류 때문에 식문화가 발전하고, 국경이 무너진다. 현재 활약하는 셰프들의 경우 이탤리언과 같은 카테고리를 정하기 어렵다. 손님들이 밍글스를 찾고, 강민구 셰프의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음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졌다.

김미숙 — 정통성 문제는 건강한 담론이다. 스페인의 알라시아 연구소에서도 셰프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우리 음식의 정체성을 찾다보면 옛 음식과 사라진 식재료를 찾게 된다. 이러한 탐색이 점점 진행될수록 자신이 가진 베이스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게 진정한 아이덴티티이고 범주의 확장이다.

올리브 — 한식을 포용력 있게 보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다. 현재 먹방과 쿡방, 집밥의 유행 등 유난히 푸드 컬처가 강한데 2015년 한식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강민구 — 한식이 푸드 트렌드로 회귀했다.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한 덕분에 새로운 콘셉트의 한식당이 나타나고, 대기업 한식 뷔페도 생겼다. 나 역시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오픈한 지 1년도 안된 밍글스에도 외국인 손님 비율이 매우 높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채식과 사찰 음식 그리고 장에 주목한다. 하나의 문화가 트렌디하게 이어지려면 식품업계뿐 아니라 대중에게까지 전파되어야 한다. 일반 백화점의 고급 명인장 섹션과 프로모션이 예전에 비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최정윤 — 장에 대한 트렌드를 소개하자면 한국 맛의 정체성을 해외에 알리면서 불고기와 김치가 아닌 그것을 만든 모체 소스인 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장이 다르지만 해외 톱 클래스 셰프들의 사용량이 높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수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먼저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온다. 해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국 장은 이슈며 트렌드다. 하지만 그들은 한식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의 음식에 장을 활용해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장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장이 가진 맛과 향, 가치에만 집중해 초콜릿과 치즈, 달걀 요리와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요리들이 나온다. 사실 위기감도 느껴진다. 해외 유명 셰프들에게 우리나라 셰프들이 장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우리가 정말 모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김미숙 — 지난해 10월 미국 레스토랑 협회에서 전문 셰프 1300명을 대상으로 2015년 인기 음식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한식을 꼽았다. 물론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에 세계 외식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 있진 않다. 하지만 한식이 다음 트렌드라고 꼽을 만큼 수면 위에 떠올랐다.

최정윤 — 올해 마드리드 퓨전(세계 유명 셰프, 저널리스트, 미식가들이 모여 그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행사)에서 한식재단이 채식 발효와 사찰 음식을 소개했다. 현재 식문화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는데, 이미 다른 나라는 이슈가 되었고 이제 페루와 한국만 남았다. 앨빈 토블러가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그리고 제3의 맛은 발효라고 꼽을 만큼 발효는 고차원적인 맛이다. 발효에 대한 니즈와 트렌드가 잘 맞물린 것 같다. 2005년에는 스페인 분자 요리가 인기였다가 그 트렌드가 북유럽으로 넘어갔다. 염장과 피클링, 건조와 동물성 발효가 발달했는데 한국의 발효와는 다르다. 또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문화의 정체성을 발효라고 이야기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식생활 중 70% 이상이 채식 위주인데, 발효로 인해 싫증 내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강민구 — 채소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서양에서는 샐러드, 피클이 있듯 한국에는 장아찌와 나물무침 등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서양의 피클은 만드는 공식이 있지만 한국은 나물의 종류에 따라 얼마만큼의 얇기로 잘라 삶거나 데치고 볶느냐 등 방법이 다양하고, 장아찌도 채소의 종류 마다 절이는 시간, 간장·설탕의 재료 비율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내 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장아찌나 김치를 직접 만들고 싶어도 그 방법이 워낙 무궁무진해서 함부로 시작할 수 없었다. 또 나물과 어울리는 장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 모든 게 사찰 음식에 담겨 있다.

정혜경 —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한식을 먹었다면 최근에는 미식을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그 미식을 프렌치나 이탈리아에서 찾았다면 불과 1년 사이에 모던 한식당을 읽지 못하는 셰프는 도태되는 시기다. 한식에서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현재 한식 문화는 상당히 계층적이고, 문화적으로도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다. 한식에 담긴 채 식과 건강성을 대중들이 읽기 시작했다. 한식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올리브 — 한식이 생존에서 미식으로, 국내뿐 아니라 발효와 장, 사찰 음식 등으로 구체화되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식의 약점은 무엇인가?

최정윤 — 사람들이 한식의 가치를 모르고 산다. 여전히 한 끼를 먹기 위한 생존적인 부분만 본다.

정혜경 — 정부에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했다. 그 주범으로 김치와 국물 문화, 짠 발효 식품을 꼽았다. 한식 강의를 할 때 늘 나오는 마지막 질문이 짠 한식을 어떻게 섭취해야 하느냐다. 어느 민족의 전통 음식을 보아도 보존 시설이 열악했으니 짤 수밖에 없다. 북유럽도 마찬가지다. 한식도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더 부각되고 있다.

강민구 — 한식의 실질적인 약점은 페어링할 수 있는 전통주가 없다는 것이다. 밍글스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통주 페어링을 시도했는데, 원하는 퀄러티를 맞추기 어렵다. 한국 음식은 한국 술과 먹어야 마리아주가 좋은데, 퀄러티에 맞는 전통주가 적다 보니 와인에서 찾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통 도수가 낮은 술은 맛이 없고, 도수가 높으면 쉽게 취해서 페어링을 할 수 없다. 한국 맥주는 젊은 브루어(Brewer)들과 핫한 맥주 문화에 힘입어 도메스틱 브루어리(Domestic Brewery)가 성장하는 반면, 문배주와 황매실주와 같이 젊은 전통주 장인도 있지만 전통주 시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최정윤 — 주안상이 아닌 코스 요리에서는 술의 도수가 15도 이상 넘어가면 함께 먹기 힘들어진다. 반주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술 문화가 있었을 텐데, 지금의 술은 식사를 하면서 한식을 살려주는 맛이 아니다. 효모와 누룩 향이 걸린다.

김미숙 — 100년 뒤, 1000년 뒤를 내다보면 한식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한식의 습식성이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빵이 전 세계에 걸쳐 무구한 역사를 가진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휴대의 편리성도 있다.

정혜경 — 지난 정권의 환경부 장관이 한 상에 펼쳐놓은 한식이 음식물 쓰레기를 만든다며 문제 삼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관점이라면 일식도 마찬가지다. 한식을 잘못 이해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100%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한식의 상차림은 다양한 찬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음식물이 남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의 관 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바꿔갈 수 있는 부분이다.

올리브 — 다양한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우리의 큰 과제일 것이다. 현재 한식의 세계화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김미숙 — 해외에서 우리 음식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한식당이다. 전 세계 한식당의 수는 2012년 1만1000개로 추정된다. 세계 36개 주요 도시에서 해마다 한식당의 수를 조사하는데, 특히 인지도가 높은 곳이 중국, 동남아권이다. 2009년 코트라와 공동 조사한 중국 동부의 한식당 수는 1900개에서 2012년 2900개로 1000개 이상 늘었다. 일단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당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한식의 세계화는 빠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 대륙별로 한식당의 수가 다른 이유는 시장이 세분화되고 이용하는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에스닉 푸드를 조사하면 한국이 1등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인지도가 없었던 유럽권에도 한식당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정혜경 — 현재 정부의 한식 세계화에 대한 정책을 많이 비판하지만, 주로 대도시 위주의 한식 시연 행사와 셰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식의 위상을 올리고 관심을 이끌었다는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다. 정부에서는 먼저 한식당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시적으로 1~2년 사이 그 수가 증가한 데다 인지도도 달라졌다. 이번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에 소개된 비비고의 매출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강민구 — 정책적인 면이 한식 세계화에 기여한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최근 5년 사이 한국 사람들의 해외 거주 비율이 높아졌다. 중국인들이 많아 세계 어디서나 중식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특히 한국 음식과 외국 문화와 시장을 잘 아는 교포 3세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도 있다. 미국의 미식 프로그램과 잡지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특히 업 스케일 파인다이닝(Up Scale Fine-dining)이 나타났을 때 한 국가의 미식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안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미 10~15년 전에 트렌드가 됐다. 주마, 노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과 페루도 마찬가지다. 분명 몇 년 뒤 재미교포들이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코리안 스타일로 노부 같은 레스토랑을 만들면 그때 정점을 찍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정윤 — 미식업계에서 본다면 미슐랭 가이드는 레스토랑의 퀄러티를 평가하고, 2004년부터 시작된 영국 매거진 <레스토랑>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앞으로 미식업계를 이끌고 나갈 영향력 있고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의 순위를 소개한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식당 2곳이 포함됐다. 작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정식당이 처음 순위에 들어갔고, 올해는 10위를 했으니 가시적인 성과다. 그런 지표를 보면 정말 한국 음식이 트렌드가 되었구나, 관심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많은 셰프들이 미슐랭 식당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우리나라 식당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우선 이런 흐름은 단순히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한국인 셰프가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한식 자체가 미식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세계인들에게 어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한식이 발전하려면 한국인 셰프들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하지만 국가 정책적인 부분이 분명히 작용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라틴아메리카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페루가 1위를 기록했다. 페루 정부 관계자를 만나보니 “길게 내다봐라”는 말을 했다. 페루는 1990년 후반부터 정책적으로 페루 음식을 알려왔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에야 그 성과들이 나타났다. 식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길게 앞을 보고 국가에서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혜경 — 현재 전국 대학교에는 6개의 한식조리과가 있다. 한식을 알리려는 정부 차원의 배려인 셈이다. 하지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예산이 점차 줄고 있다. 더불어 1년 쌀 소비량이 67kg에서 50kg대로 점점 내려간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맥락에서 보면 한식이 죽는 것이다. 물론 쌀에 집중해 성급하게 떡볶이를 알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트렌드에서는 한식을 더욱더 장려할 때다.

최정윤 — 쌀 소비량이 줄어드니 양보다는 미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00원의 가치로 200톤을 팔았다면 1000원의 가치로 20톤을 판매하는 것과 같다.

강민구 —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한식 재료가 없다. 반면 일본은 팔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수산물을 배송 시간이 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신선하지 않은 것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받는다.소고기도종자를받아교 배를 해서 수출한다. 한식에서는 부가가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을 찾기 힘들다.

김미숙 — 미식의 꽃은 외식이고, 외식의 꽃은 튼실한 식재료이지만 그 사이의 연 결고리가 강하지 못하다. 식재료에 대한 연구와 생산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색다른 로컬 푸드를 찾는 것도 좋지만 적정한 가격대 의 공급과 유통도 필요하다. 앞으로 한식이 세계 미식계를 호령할 수 있는 관건은 식재료다. 농업과 축산업, 외식 산업과 셰프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리브 — 한식은 넓은 범주에서 봐야 하지만 세계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집중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한식을 정의하고 세계화하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민구 — 오너 셰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모두가 예술을 할 수는 없다. 작은 주방 공간에서 하루하루 맛있는 음식을 내고 잘 판매하는 게 1차 목적이다. 그런 부분을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좋아해주면 되는데 그 외의 부분들을 셰프에게 바라고 요구하면 그때부터 부담이 된다. “당신의 음식이 한식이냐”고 묻는 것보다 한식의 범주를 크게 볼 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식의 범주에 대해 너그럽게 생각해주면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김미숙 — 외국인을 대상으로 알아본 한국 방문 목적을 보니, 음식 관광이 2번째로 높았다. 또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는 질문에 한국의 유명한 음식도 좋지만 현재 한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답변과, 지역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겠다는 수요층도 있고, 궁중 음식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다양한 수요층에 부응할 수 있는 한식이었으면 좋겠다.

정혜경 — 영국 등 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국 음식 교육을 한다. 한식을 넓게 볼 수 있는 건 한식의 본질,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 세대는 그 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한식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자라나는 세대에게 한식의 미각과 정체성을 확실히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정윤 — 발효, 장맛과 같은 한식의 맛과 향,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정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걸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즐거울 수 있는 한식이 무엇인지 잘 골라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해서 먹으라고 강요하면 세계화와 한식의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정체성을 베이스 삼아 수요자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