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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제주에서의 2박 3일 PART3

2015년 8월 24일 — 0

3rd Day – 제주의 건강한 맛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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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
BREAKFAST

마지막 날의 아침은 성읍옛날팥죽에서 먹기로 했다. 첫날 맛본 제주의 팥 때문에 팥으로 만든 메뉴를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다. 성산옛날팥죽은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물어 추천받은 곳이다. ‘이효리 효과’를 보고 있는 곳 중 하나여서 사람으로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갓 잠에서 깨어난 새소리만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원래는 된장, 간장, 고추장, 발효액 같은 발효식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죽집은 그냥 부수적으로 하는 것인데….” 부수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기엔 그 맛이 너무 좋았다. 경남 하계에서 팥죽 장사만 11년을 하던 가족이 5년 전 제주에 내려왔고, 죽집 업무는 엄마에게 레시피를 전수받은 딸이 전담하고 있다. 새알심을 띄워 만든 일반 팥죽인데도, 고유의 담백한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찬은 고추장아찌, 깍두기가 전부였으나 순식간에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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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심을 동동 띄운 성읍옛날팥죽의 팥죽 © 박재현

점심을 먹기 위해 산방산 쪽으로 이동하는데 사진가가 말했다. “쇠소깍 가보셨어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데, 물이 에메랄드 빛깔이 나요.” ‘에메랄드’라는 단어에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흘러든 물이 돈내코 계곡을 지나 효돈천으로 흘러들었고, 그것이 바다와 만나는 접경 지역에 형성된 곳이다. 쇠소깍의 쇠는 ‘소’를, 소는 ‘연못’을, 깍은 ‘끝’을 의미한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소가 누운 끝자락 이라는 뜻처럼 오묘하면서도 안락한 곳이었다. 그 색을 감상하며 옆자락을 느릿느릿 걸었다.

tip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의 짜장소스는 전국 택배 주문도 된다. 택배비 포함 6인분에 3만5000원. 맛보고 나면 주문하고 싶어질 거다


LUNCH

산방산 가는 길에 위치한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이하 마짜)으로 향했다. 건강한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으니, 점심도 건강하게 먹고 싶었다. 캐러멜 색소 든 춘장으로 만드는 짜장면은 일반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마짜는 건강한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춘장부터 모두 직접 만든다. “면은 우리밀에 제주도 통밀, 톳을 섞어 만들어요. 통밀을 쓰기 때문에 뚝뚝 끊어져서 메밀면처럼 느껴지죠.” 주인장은 지브라 패턴의 레깅스를 신은 남다른 패션의 소유자였다. 패션에 대한 신념 못지않게 짜장면에 대한 신념도 굳어 보였다. 마짜는 이름처럼 마라도에서 시작한 중국집이다. 중국집을 하면서 아이 건강을 위해 MSG를 넣지 않은 짜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이 조미료 뺀 음식에 익숙할 리 없었다. 결국 쫄딱 망했다. “그런데 망해서 좋아요. 망하지 않았으면 실천도, 발전도 없었겠죠. 아마 그 자리에서 돈만 벌고 있었을거야.” 그 말이 마음 깊이 울렸다.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마짜의 짜장면과 짬뽕.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마짜의 짜장면과 짬뽕 © 박재현

조미료를 쓰지 않는 대신 그에 걸맞은 맛을 내기 위해 재료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이렇게 공들여 만드는 짜장면 가격은 단돈 6000원.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마라도에서 제주시로 이사했는데 또 한 번 망했어요. 사람들이 짜장면이 8000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 라고요. 그리고 단돈 100만 원을 가지고 이곳으로 옮겨왔어요. 빚이 많아서 힘들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까 지 짜장면에 투자한 것이 아깝잖아. 그러니까 계속하는 거지뭐. ”수제 춘장으로 만든 짜장면은 해물이 듬뿍 들어가 감칠맛이 났고, 육수를 제대로 뽑은 짬뽕 역시 칼칼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이 내 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싹싹 먹었다. 그의 노력을 생각하며 바닥에 남은 소스 까지 싹싹.

아쉬운 마음에 점심을 한 끼 더 먹기로 결정하고, 산방산 아래 자리 잡은 비스트로이안스로 향했다.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김이안 셰프의 레스토랑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비스트로이안스는 이탈리안도, 프렌치 도 아니다. 제주 식재료를 최대한 사용하여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이다. “요리의 국적을 따지기보다 재료에 맞는 조리법을 활용하고 싶어요. 재료에 일식이 어울리면 일식을 하는 거고요.” 흰살 생선 무스와 버터를 발라 구운 바게트, 망고와 프로슈토햄, 고사리스튜, 오늘의 파스타와 커피로 구성된 ‘파스타셋트’를 먹었다. 단돈 3만2000원에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구성이었다. 특히 어란과 김을 넣어 만든 파스타는 제주의 맛을 세련되게 표현한 음식처럼 보였다. 파스타 안의 식재료 조화도 매우 훌륭했다. 음식을 맛보며 셰프에게 제주의 삶에 대해 물었다. “레스토랑 주인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저는 셰프이기 때문에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요. 제주는 질 좋은 식재료가 풍부한 곳이잖아요. 그 매력 때문에 내려오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제주가 마냥 좋고, 쉬운 것은 아니다. “제 요리 스타일이 양식에 가깝다 보니 수입품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또 항상 제주의 식재료가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어떨 땐 노량진이나 가락시장의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어요. 그럴 경우 택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의 로스가 생기기도 하죠.” 제주에 살아도 현실은 있다.

비스트로이안스의 파스타 세트. 가성비가 매우 훌륭하다.
비스트로이안스의 파스타 세트. 가성비가 매우 훌륭하다. © 박재현

DINNER
토평골식당의 흑돼지구이. 푸른콩된장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와 무농약으로 키운 쌈채소와 함께 먹는다.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가 담긴 생과일소스는 꼭 맛볼 것.
토평골식당의 흑돼지구이. 푸른콩된장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와 무농약으로 키운 쌈채소와 함께 먹는다.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가 담긴 생과일소스는 꼭 맛볼 것 © 박재현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흑돼지로 정했다. 토평골식당은 관광객들에게 철저히 숨겨진 현지인 맛집이다. 제주 식재료 공급상 사이에서 비싼 재료를 쓰기로 소문이 났다. 음식에 쓰이는 80~90%의 재료가 모두 친환경, 무농약이다. 식당 벽면에 붙은 인증서가 그 증거다. “흑돼지 단일 메뉴로 17년을 버텼어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맞죠?” 사람 좋은 사장님은 ‘얼른먹으라’며 쌈과 찌개를 연거푸 날라왔다. 흑돼지야 어딜 가든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쌈은 친환경 쌈채소를 키우는 분의 농장 에서 받고, 된장은 제주 토종 종자로 만든 푸른콩된장을 쓴다. 심지어 고기와 함께 구워먹는 마늘도 제주 햇마늘이다. 포실하게 익은 마늘을 맛보니 감자 맛이 났다. “제주에 왔으면 생고기를 먹어야지. 고기의 질이 떨어지니 양념해서 파는 것 아니겠어요. 그냥 소금에 찍어 먹거나 멜젓, 생과일 소스 등에 찍어 잡숴보세요.” 질 좋은 고기라 그런지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지방질이 쫄깃해 느끼하지 않았고, 많이 먹어도 더부룩한 느낌이 없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주는 먹을 것이 풍부해 저장식이 없었으며, 모두 날것, 생것으로만 먹었다고. 또한 제주는 항상 옛날부터 여자가 바빴다는 등. “국도 된장만 풀고 나물 뜯어 툭툭 넣은 뒤 생된장국을 끓여 먹었지.” 물회 역시 초장이 아닌 된장을 넣어 먹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제주스러움을 잃어가고 있다며, 말없이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그녀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났다. 제주다운 맛에 대해, 그것을 지키는 것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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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옛날팥죽
› 새알팥죽 6500원, 팥칼국수 5500원 율팥죽 3500원, 시락국밥 3500원
› 오전 10시~오후 5시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로 130
› 064-787-3357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
› 채소짜장 6000원, 해물짜장 1만원 짬뽕 8000원
› 오전 11시~오후 8시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안로 109
› 070-7539-7038

비스트로이안스
› 파스타셋트 3만2000원, 스테이크셋트 5만2000원
› 정오~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30분~9시 30분(라스트 오더 오후 7시 30분)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사계북로 157-20
› 064-792-6116

토평골식당
› 흑돼지숯불구이 1만6000원(200g) 찌개 6000원
› 정오~오후 1시, 오후 6~9시
› 제주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7715
› 064-732-9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