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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씨엘 윤화영 셰프

2015년 8월 19일 — 1

하루 동안 여러 명의 윤화영을 만났다. 분노하는, 자상한, 장난스러운, 진지한, 전문적인, 냉철한…. 그 모든 형용사가 모여 메르씨엘이라는 미각의 집합체를 만들어냈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심윤석, 양성모,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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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윤화영

남자는 프랑스 파리의 주방에 섰다. 초대받은 지인들이 그의 요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뚝딱 음식을 만들어내자 식탁 한편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꺄, 역시 오빠가 해주는 요리가 최~고!” 얼굴이 붉어진 그는 그 탄성을 진심이라 믿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사소한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현재, 윤화영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프렌치 셰프다.

윤화영 셰프가 프랑스 유학을 하던 시절은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것이 트렌드와 같았다. 쉐시몽의 심순철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이현진 셰프, 라싸브어의 진경수 셰프가 그의 ‘르 코르동 블루’ 동기였다니, 감히 그 세월을 짐작해본다. 그 뒤를 수마린의 이형준 셰프가 이었다. 하지만 맥은 쉽사리 끊겼다.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저는 호주, 미국에서 프랑스 음식을 공부하는 분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요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을 읽을 필요가 있어요. 맨해튼에서 매일 아침 빵 구워 파는 집이 있던가요?” 현지의 대중적인 맛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슈퍼마켓 체인을 돌며 모든 냉동, 냉장 식품을 맛보았다. 학교에서 ‘구절판, 신선로’는 공부할 수 있었지만, 프랑스의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노프리, 까르푸 등의 대형 슈퍼 체인은 유명 셰프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냉동, 냉장 식품을 만들어요. 상당히 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데, 모두 비슷한 맛이 나요. 그 일맥상통하는 맛이 대중적인 맛이죠.” 그때의 경험은 프랑스의 클래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구절판뿐 아니라 김치찌개, 된장찌개의 양대 산맥을 알아야 베리에이션을 할 수 있다. 집에서 먹는 음식을 아는 것이 클래식의 시작점이다.

시그너처 디시

그가 메르씨엘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요리는 무엇일까. 문득 현관 앞에서 보았던 ‘파리지앵 퀴진’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처음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 사람들이 ‘콩피 할 거냐’고 묻더군요. ‘야, 그건 학교 구내식당에서 먹는거지. 돈 내고 먹는 것 아니다’라고 말해줬죠. 뵈프부르기뇽? 그건 군대에서 먹는 닭죽이랑 비슷한 개념이에요.” 그가 프랑스에서 부딪히며 몸소 체험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레스토랑 오픈 후 안심스테이크를 굽지 않았다. 쇠고기는 레스토랑이 아닌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며 말이다.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셰프의 기술과 창의성을 감상하러 가는 것이에요. 쇠고기는 재료 자체의 색깔이 너무 강해서, 요리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요. 미국식 하우스 스테이크 주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이나 스타주에게 고기를 맡길 수 있는 이유죠.” 랍스타, 안심스테이크는 지역성과 계절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두 가지에 무엇을 곁들이느냐다. 거기서 셰프의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안심에 파프리카 두 쪽, 가지 조금, 감자, 아스파라거스? 그런 뻔뻔한 조합은 프랑스 셰프들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단체 급식에 들어가는 거지.”

그렇다. 프렌치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역성과 계절성이다. 그 계절에 적합한 음식을 그 지역의 재료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 하지만 메르씨엘은 프렌치 퀴진이 아닌 파리지앵 퀴진을 표방한다. “파리지앵 퀴진의 핵심은 오픈 마인드입니다. 그곳에 있는 식자재 도매시장은 인천공항보다 커요. 그만큼 식재료가 차고 넘치죠. 그 식재료에 치여 헛짓거리만 안 하면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어요. 그것이 파리의 핵심이죠.” 그는 파리의 개방성을 부산으로 가져왔고, 그것의 밑바탕은 클래식이다. 기장의 멸치, 대저의 토마토, 원동의 딸기 등 부산 식재료를 쓰지만,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어 가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뉴 코리안은 아니에요. 어떻게 프랑스식으로 바꿀까 고민하지, 한국적으로 바꿀까 고민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토록 까칠하고 당당한 그가 내는 시그너처 디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대체 시그너처 디시는 왜 만들어야 하는거냐’고 반문했다.

“프렌치 레스토랑과 시그너처 디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예요. 같은 음식을 2년간 만들면 아이디어가 동났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음식은 만들기 싫어요. 비슷한 요리라도 만드는 날엔 굉장히 창피한 기분이 들어요.”

그는 ‘내일 만들 음식이 바로 나의 시그너처 디시’ 라고 단순 명쾌하게 답했다. 그의 열정과 신념이 엿보이는, 멋진 한마디였다.

요리 철학

그가 갖고 있는 요리 철학을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온도, 농도, 간”이라고 답했다. “육수를 많이 써서 콜라겐 농도가 높을 경우, 온도가 1~2°C만 떨어져도 급격히 농도가 변해요. 온도가 맞지 않으면 농도가 맞지 않고, 농도가 맞지 않으면 간을 볼 수 없어요. 농도가 되직해지면 간은 백 배 강해지거든요. 순서는 항상 온도를 잰 뒤 농도를 재고, 그 다음에 간을 재야 하는 거죠.” 하지만 그는 요즘 음식에 너무 많은 데커레이션을 해서 문제라고 했다. 데커레이션이 많으면 음식이 식을 수밖에 없고, 맛은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노르딕 퀴진은 맛에 대한 고민보다는 스토리텔링과 비주얼에 대한 연구가 중점이 된다. 재료를 어떻게 익히는 지에 대한 연구는 뒷전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그렇게 안해요. 아직도 어떻게 정확히 익힐까 고민하지, 어떻게 화장할까 고민하지는 않죠.”
윤화영 셰프가 메르씨엘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정확한 소금간을 배우는 데 2년, 그전까지는 제대로 익히는 것 따위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르씨엘의 주방은 경력 많은 셰프들이 많다. 경력이 실력을 대변한다는 셰프의 믿음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

서울에서도 힘든 파인다이닝을 부산에서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떤지 물었다. “레스토랑은 도시 경제력의 바로 미터예요. 대기업, 법무법인, 회계법인, 대학병원…. 돈 좀 버는 40대는 모두 서울에 있죠.” 왜 서울에 있지 않냐는 말에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풍경을 보고 나서는 서울로 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창밖을 보니 수평선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오묘한 빛의 해무가 바다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 세계의 좋은 식당은 아름다운 자연에 위치한 곳이 많다. 많은 돈을 들여도 살 수 없는, 자연이라는 인테리어를 갖췄다.

“한국에서, 양식당의 경우에는 더욱 유행을 타죠. ‘오픈빨’과 핫 플레이스, 쇠락기의 시기를 거쳐요. 오늘이 7월 10일…. 메르씨엘은 딱 3년 전인 7월 10일에 가오픈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기자분들이 와주시고, 저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최근 발표된 와인 스펙테이터와 블루 리본의 결과도 만족스럽고요. 아직도 한국의 손님, 재료에 대해 정확히 읽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니 이제 조금, 아주 조금 보이네요. 앞으로가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요.”


메르씨엘의 디너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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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리브해의 여름을 담은 세비체 스타일의 광어 카르파치오
2. 파슬리, 마늘 크러스트를 입힌 완도산 전복, 프로슈토, 쥐라의 싸바냥 와인 폼소스.
3. 팬 프라이한 농어, 여름 호박, 빠니스튈, 부야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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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릴에 구운 양갈비, 고춧잎장아찌, 꽈리고추, 튀긴 멸치.
5. 그릴에 구운 경북 안동 1+/1+ + 한우안심스테이크. 버섯으로 속을 채운 리갸토니 그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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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메르씨엘 방식으로 재해석한 티라미수 2015.
7. 미냐흐디즈.
8. 파인애플 카르파치오, 패션 프룻 셔벗.

메르씨엘
해운대에 위치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부산 지역의 식재료 뿐 아니라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여 컨템퍼러리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 재료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파리지앵 퀴진을 표방한다.
› 코스 6만5000원~16만원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154 
› 051-747-9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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