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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2015년 8월 14일 — 2

고사리, 흑돼지, 고등어, 한라봉… 제주를 상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먹거리다. 제주의 질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맛을 내는 사람들과 그들의 특별한 음식을 만나보았다.

edit 문은정, 권민지, 이윤정, 여여 / photograph 심윤석, 박재현, 양성모

1. 전통 식재료로 요리하는 박소연

박소연 씨는 콜라비, 고사리 등의 제주 식재료로 제주 향토 음식을 현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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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푸릇한 영귤나무로 둘러싸인 표선면 가시리. 박소연 씨의 작업실 겸 거주 공간이 있는 곳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제주 향토 음식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공간 곳곳 제주 식재료로 만든 잼, 장아찌 등이 눈길을 끈다.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는다. “한겨울 노지에서 딴 귤로 만든 귤피소스잼이에요. 매실청처럼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잼을 소스화시킨 것이죠. 여름에는 에이드나 칵테일로 만들어 즐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셔요. 고추장에 넣어서 감귤고추장도 만들 수 있고요.” 마치 백선생의 만능 간장처럼 모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의 잼이었다.

사실 그녀는 제주 출신도, 요리를 하던 사람도 아니다. “공대에 진학해 건축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건축설계 사무소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박봉이더라고요.(웃음)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호주로 떠났죠. 그곳에서 우연찮게 요리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어요.” 그렇게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호주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뿌리가 있는 한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여행차 제주에 들렀어요. 그때 제주의 매력에 푹 빠졌죠. 제주는 틀에 박힌 삶의 루트를 좇지 않는, 일종의 자유로운 성지 같았어요.” 하지만 당시 제주는 관광객들에 의해 정체성을 잃고 있었다. 박소연 씨는 자신이 할 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향토 음식을 현대화하고, 음식에 이야기를 담아 땅과 농부의 이야기를 전하는 생태순환요리와 스토리 푸드를 개발하는 것. 그녀가 지금 제주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그렇게 제주에서 그녀는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처럼 지내고 있다.

제주는 특이 식재료의 보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기후를 지닌 곳이라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작물도 많다. 귤, 블루베리, 애플망고, 용과 등의 과일뿐 아니라 단호박, 콜라비, 푸른콩, 고사리 등 내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식재료 투성이다. “제주 식재료는 기후적인 영향 때문에 타 지역보다 당 함량이 높아요. 물도 좋고 공기도 좋은 곳이라 질 좋은 식재료를 맛볼 수 있고요.” 그중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주 무다. 예전에는 맛없다고 생각했던 식재료였지만, 제주 무는 달랐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삭한 것이 평소에 알던 무가 아니었다. “겨울에 수확이 끝난 무밭에 가면 못생긴 무들이 널려 있어요. 상품이 될 만한 무는 모두 뽑아가고, 남은 것은 이삭줍기해 와도 되거든요. 이렇게 챙겨온 무 하나면 일주일 반찬이 끝나요. 깍두기뿐 아니라 무채, 피클, 무된장국 등… 남은건 말려서 무말랭이도 해먹어요. 처음에 시골 마을로 내려와 살 때 제 생활비를 많이 아껴주었죠.(웃음)”

박소연 씨는 각 지역의 오일장에 가면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장은 제주시 오일장의 할망장터. 제주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나물 등의 식재료를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번에는 직접 재배한 푸른콩과 겡이(작은 게)를 넣고 조린 것을 사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시장이 열리는 날, 판매하는 할머니에 따라 물건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진짜 제주 할망 텃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 와서 백화점을 구경한 적이 없다. 그만큼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채소뿐 아니라 해산물과 육류, 질 좋은 식재료가 풍부한 제주에서 사는 그녀가 부러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음식에 전설과 문화, 전통, 트렌드, 재미, 이야기 등의 여러 속성을 담아 새로운 음식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생긋 웃었다. 제주를 제주스럽게 하는 그녀의 새로운 음식이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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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밥
제주산 미니 단호박을 사용하여 만든 밥. 일반 단호박에 비해 당도가 높다.
How To Make: 일반 밥 지을 때와 동량의 물을 넣어 쌀을 준비한다. 단호박은 결대로 자르고 씨를 뺀 뒤 쌀 위에 올린다. 소금을 살짝 뿌려 밥을 짓는다. 밥이 완성되면 주걱으로 단호박을 잘라 밥과 함께 담는다.

고사리몸카레
제주에서 나는 고사리와 몸(모자반)을 사용하여 만든 요리. 오동통하면서도 향 좋은 고사리와 바다향 물씬 나는 모자반을 넣은 채식 카레다.
How To Make: 고사리는 충분히 불려 실처럼 풀어질 때까지 삶는다. 말린 모자반은 불린 뒤 살짝 데쳐 준비한다. 양파와 당근, 감자는 적당한 크기로 썬다. 기름 두른 팬에 양파를 넣고 갈색이 돌 때까지 충분히 볶다가 감자와 당근을 넣어 조금 더 볶는다. 고사리를 끓인 물에 카레 가루를 풀어 채소를 볶던 팬에 부은 뒤 끓인다. 물이 끓으면 모자반을 넣어 간을 맞춘다.

콜라비무침
제주 콜라비는 조직이 단단해 숨이 잘 죽지 않는 특성이 있다. 절일 때 간을 약간 세게하고, 씹는 맛이 좋으니 지나치게 얇게 썰지 않도록 한다.
How To Make: 콜라비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채 썬다. 콜라비에 소금과 설탕을 4:1로 넣고 한 시간 이상 절인 뒤 식초와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고기로 요리하는 이은주, 임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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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임정만 씨는 2년 전 제주 종달리 해안가에 비스트로 이스트엔드(Eastend)를 열었다. 부근에 상점 하나 찾기 어려운 시골에 문을 연 비스트로라니, 꽤나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를 가려면 최소 20분을 운전해야 했고, 흔치 않은 수입 식재료라도 구할라 치면 기간을 둔 온라인 주문 혹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내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이들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적이 없었지만, 누구 못지않게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다. 졸업 후 번역가, 회사원으로 일하다 영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해놓고는 “둘 다 합격하는 경우엔 영국, 아니라면 제주에 가자”고 했다. 결과는 제주행이었다. 아마추어 요리사는 처음 겁을 먹고 버거 가게를 시작할까 했으나, 친구 정창욱 셰프의 조언으로 곧장 비스트로를 개업했다. 그후 임정만 씨는 메인 요리를 도맡고 있으며 이은주 씨는 요리와 제과, 디저트 쪽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덧 제주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비스트로가 되었으며, 최근엔 휴식 겸 공부차 가게 문을 닫고 두 달간 파리에도 다녀왔다. “꾸준히 이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괜찮은 삶이다.

하지만 공항에서 한 시간 넘게 달리는 동쪽 끄트머리에서 비스트로를 한다는 것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우선 허브, 수입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 예를 들어, 생크림이 떨어지면 일하다 말고 왕복 30여 분 거리를 다녀와야 구입할 수 있다. 비바람으로 비행기가 결항되고 배가 뜨지 못한다면 택배 역시 지연 된다는 뜻이다. 역시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편리함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장점도 있다. 돼지고기, 쇠고기와 생선 등 제주산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좌읍은 당근이 유명하잖아요. 당근 수확 시기가 되면 동네 어르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당근을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당근만큼은 살 일이 없어지는 시기죠.” 당근은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밭에서 막 뽑아낸 당근을 사용한다는 것은, 심지어 동네 어르신이 농사지은 것을 선물 받아 사용한다는 건, 제주도에서 비스트로를 하는 몇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신선한 말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임정만 씨가 말고기타르타르에 달걀노른자를 올리며 말한다. “옆 마을, 한동리에서 방목해 키운 닭이 낳은 유정란이에요. 시골마을에서의 좋은 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쓰는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나는 것인가 알 수 있는 거죠.” 요즘엔 조천리에 있는 농장에 가 아스파라거스를 구입하고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굵을수록 맛있어요. 제주, 화천, 강진 세 곳의 아스파라거스를 다 써봤는데 제주 농장에서 직접 공수하는 게 가장 좋아요. 거기서 농장주에게 아스파라거스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저희가 어떻게 요리에 사용하는지를 이야기해요.” 한 시간여 거리 안에서 생산자를 만나고 접촉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요리 못지않은 기쁨이다.

여름이면 한치가 풍성하고,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면 물오른 방어를, 레드향이나 마늘, 당근과 블루베리 등으 로 케이크를 만들고 퓌레나 판나코타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실상 완벽하게 폐쇄되지 않은 이상 제주산이라 명명할 특별할 것은 드물다. 다만, 제주에서 나는 것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제주 생활이 녹아있는 두 요리사의 메뉴는 그런 의미에서 한층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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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이튼메스
이튼메스는 머랭, 여름철 과일, 크림을 섞어 먹는 영국식 디저트다. 전통적인 방식은 딸기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각종 베리류를 취향대로 섞어 만들어도 좋다.
How To Make: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어 머랭을 만든 뒤 숟가락으로 떠서 오븐 팬에 올려 예열한 오븐에서 100°C로 1시간 정도 굽는다. 소스 팬에 블루베리, 설탕, 물을 넣고 중불로 끓여 블루베리 시럽을 만든다. 볼에 생크림, 바닐라빈, 설탕을 넣어 휘핑하고 시럽을 넣어 섞는다. 접시에 머랭을 조각내 담고 휘핑한 생크림과 블루베리 시럽을 두른 뒤 아몬드 다진 것, 블루베리를 얹는다.

말고기타르타르
제주에서 말고기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말고기회는 프랑스가 유명한데 그들은 전채보다는 메인으로 먹는다. 제주에서라면, 특별한 날에 즐기기 좋은 메뉴다.
How To Make: 달걀노른자, 디종 머스터드, 소금 한 꼬집을 섞으며 올리브유를 천천히 넣어 유화시킨다. 여기에 양파, 케이퍼, 파슬리, 케첩을 넣어 소스를 완성한다. 말고기는 잘게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취향에 따라 우스터소스와 타바스코소스 약간을 넣는다. 토스트한 빵에 올리고 케이퍼 베리, 코니숑을 곁들여 먹는다.

한치브루스케타
한치는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재료다. 한치 철이 오기를 고대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 신선한 한치가 없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오징어를 사용해도 좋다.
How To Make: 한치를 얼음물이나 우유에 담가 냉장 상태로 2시간 두었다 양면에 칼집을 낸다. 마늘 다진 것, 올리브유, 파프리카 파우더를 한치와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30분간 냉장고에서 마리네이드한다. 살사와 레몬 제스트, 파슬리와 케이퍼를 더하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약간 둘러 한치가 노릇해질 정도로 잠깐 굽는다. 구운 한치를 빵에 올리고 올리브 살사, 파슬리, 올리브유, 흑후추를 올려 마무리한다.


해산물로 요리하는 김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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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던 이들이 제주로 여행을 온 뒤 그 매력에 빠져 이주를 결심하게 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걸 보면 제주에는 이상한 힘이 있는가 보다. 르씨엘비(Le Ciel B)의 김태효 셰프 또한 그렇게 제주민이 된 사람이다. 3년 전까지 그는 서래마을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줄라이의 수셰프로 일했다. 줄라이 오너 셰프이자 제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오세득 셰프와 그는 제주 로컬 푸드를 구하기 위해 제주를 자주 들르다 레스토랑까지 오픈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레스토랑을 시작할 계획은 없었다. 휴식을 하며 제주의 로컬 푸드를 연구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바다 옆에 작은 랩(Lab)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자리인 애월에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다 보니 공간이 넓어졌고, 내친 김에 레스토랑까지 열게 됐다.

그는 제주 바다에서 구한 모자반, 톳, 뿔소라, 보말, 돌문어, 제주멸치젓 등의 제주산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감태로 감싼 보말파스타와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흑돼지오겹스테이크 등 창의적인 레시피가 가득하다. 특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감태로 파스타를 감싼 보말파스타는 이곳의 시그너처로 유명하다. 제주 로컬 식재료만 사용하는 김태효 셰프는 어디서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까.

“민속오일장을 빠지지 않고 찾아요. 새벽에 산지에서 바로 공수해 온 꿈틀대는 활문어와 생선 등 마트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죠. 직접 농사지은 곡식과 채소들을 손수 들고 나온 할머니표 노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할머니들과 잠깐씩 담소를 나누며 제주 식재료에 대해 배우기도 해요. 이번에 요리에 사용한 뿔소라와 북조기, 돌문어도 오일장과 그동안 친분을 쌓은 해녀 할머니한테서 공수해온 겁니다.”

메인 요리에 사용된 북조기는 빨간고기, 눈뽈대, 눈뽈 다구, 아카모치, 금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으로 제주도에선 참조기와 맛이 비슷하다 하여 붉조기 또는 북조기로도 불린다. 북조기는 살이 부드러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선이다. 회로 먹어도 부드럽고 맛있지만 오븐에 넣고 찜을 하듯 조리하면 풍부한 지방의 감칠맛이 눈깜짝할 사이에 입 안 가득히 퍼진다. 간장 베이스의 돌문어파스타도 선보였다. 수비드로 조리한 문어는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신시키고, 문어 육수로 만든 소스를 더해 문어 특유의 맛을 표현했다. 뿔소라는 쫄깃한 맛에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치즈를 올려 그라탱으로 만들었다.

김태효 셰프가 조리하는 식재료는 대부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구한다. 해녀가 물질로 끌어올린 해산물이 바다의 향긋함을 그대로 안고 곧바로 전달되는 호사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몇 시간 전까지 제주의 바닷속 어느 단단한 현무암에 천착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고. 이렇게 얻은 식재료 를 레스토랑 음식으로만 내는 건 아니다. 사실 끼니로는 평소한 식메뉴를 주로 즐기기 때문에 된장찌개에 뿔소라를 넣거나, 돌문어를 볶아 일품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그만큼 제주 바다에서 건져온 식재료는 무엇으로 요리해도 맛이 좋다. 그는 무엇보다 좋은 식재료가 요리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며 제주 식재료를 하나둘 꺼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주 식재료로 일궈나갈 그의 요리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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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에스카르고
에스카르고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달팽이 요리다. 제주의 뿔소라를 이용해 프랑스 요리를 재구성했다.
How To Make: 뿔소라는 살만 준비해 표면을 팬에 살짝 익힌 다음 냉동실에 얼린다. 껍데기는 깨끗이 닦아 놓는다. 상온에 둔 버터에 양파 다진 것, 마늘 다진 것, 레몬즙을 약간 넣고 섞은 다음 냉장실에 굳힌다. 얼린 뿔소라 살은 먹기 좋게 뿔소라 껍데기 안에 담아 넣고, 준비한 버터를 소량 얹는다.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 올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끼얹듯 뿌린 뒤 200°C 오븐에서 5분간 굽는다.

돌문어간장파스타
탱탱한 돌문어를 수비드로 부드럽게 삶은 다음 돌문어 자체에서 나온 육수로 소스를 만들어 바다의 향긋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파스타다.
How To Make: 문어는 밀봉한 다음 수비드 기계에 넣고 삶는다. 수비드 기계가 없으면 끓는 물에 데친다. 문어를 삶으면서 나온 육수와 간장을 1:2 비율로 섞은 다음 30분 이상 끓여 소스를 준비한다.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좋아하는 채소를 넣어 볶은 다음 물 300ml, 문어육수간장소스를 1큰술 넣고 끓여 소스를 만든다. 파스타 면은 반만 익혀 넣고 소스가 줄어들 때까지 자작하게 졸이듯 끓이다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고 후춧가루로 마무리한다. 입맛에 따라 문어육수간장소스를 더해 간을 맞춘다.

북조기카르토초
카르토초(Cartoccio)는 종이 포일 안에 채소와 해산물 등을 넣고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법이다. 이 요리법은 간접 열로 조리하기 때문에 식재료의 수분이 증발되지 않고 촉촉한 상태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
How To Make: 북조기는 살만 바른 뒤, 껍질 부위에 어슷하게 칼집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뿌려 마리네이드한다. 이때 소금과 후춧가루는 밑간할 정도로 살짝만 넣는다. 모시조개는 해감하고, 좋아하는 채소를 먹기 좋게 썬다. 종이 포일에 북조기 살과 모시조개, 채소를 올리고 화이트와인 또는 레몬즙을 살짝 뿌려 비린 맛을 없앤다. 종이 포일을 반 접어 나머지 3면을 꼭 싼 다음 200~220°C 오븐에서 20~25분 정도 굽는다.


과일로 디저트를 만드는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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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씨의 제주 정착기는 ‘귀덕리’라는 작은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울로 돌아와 과감히 일을 관두고 제주에서 일 년만 살아볼 요량으로 짐을 싸서 내려온 게 3년 전. 이제 어엿한 도민이 되었다. 처음에는 시골 마을의 옛 돌집에 자리를 잡았는데, 마당에 석류나무부터 감나무, 무화과 나무까지 여러 나무가 심겨 있어 과일이 잘 무르익었을 때마다 수확해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네 평 남짓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도 힘들어 고생하니 마을 이웃분들이 직접 농사지으신 단호박, 브로콜리 등을 힘내라며 나눠주셨어요. 감사한 마음에 디저트를 만들어 드렸는데 정성껏 만든 빵과 타르트를 모두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베이킹을 전공하기도 해서 이곳에서 디저트 가게를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후, 제주산 식재료들로 만든 디저트를 선보이는 블리케이크(Blee Cake)를 열게 되었다. 이곳에는 블루베리, 한라봉, 애플망고, 딸기 등의 과일은 물론이고 흑임자 가루, 녹차 가루 등 제주산 식재료를 고집한다. 모든 디저트에는 제주 유정란을 사용하고 밀크셰이크는 제주 우유로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제주 식재료를 대부분 사용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모든 농작물은 각각의 수확 시기가 있다 보니 특정 과일이나 재료를 이용해 만든 디저트는 선보일 수 있는 기간이 아무래도 짧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체적으로 매번 메뉴를 새롭게 구성하는데 메뉴가 새로 나올 때마다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그녀는 머지 않아 흑임자 가루 외에도 밀가루나 쌀가루 등 제주산 곡물 가루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제주는 온화한 기후와 해풍 등 자연 환경 덕분에 과일의 당도가 높은 편이에요. 고구마, 감자, 당근 등 땅에서 나는 채소들은 즙이 풍부하고 달아 어찌나 맛있는지. 텃밭을 가꿔 수확한 고구마를 처음 맛봤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예전에는 제주에 귤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보물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죠.” 임수정 씨는 주로 국산 식재료만 판매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다. 종종 오일장도 들르는데 마트에서 팔지 않는 노지 농작물이 많아 좋아한다. 특히 딸기철이 끝날 무렵에 등장하는 노지 딸기는 알이 굵어 속이 알차며 당도도 높아 좋아하는 재료다. 그녀에게 가장 좋아하는 제주 과일을 물었다. “청귤이요. 이름부터 참 예쁘지 않나요? 채 익기도 전에 푸른빛을 띠는데 때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죠. 라임처럼 새콤한 맛이 나서 디저트에 활용하기도 좋고 비타민이 풍부해 청을 만들어 차로 마시기도 해요.” 이외에도 딸기나 애플망고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과일은 케이크로, 블루베리는 토핑으로 듬뿍 얹거나 마카롱 필링으로 만드는 등 디저트의 종류에 따라 과일도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마카롱은 블리케이크의 인기 메뉴로 우도 땅콩을 넣어 고소한 우도 땅콩롱을 비롯해 종류도 다양하다. 푸른 빛깔의 곽지 해변이 떠올라 붙은 이름의 피스타치오로 만든 곽지바다롱과 동백롱, 가파도청보리롱 등 온통 제주가 느껴진다.

제주 여행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공항에서 초콜릿을 구입하는 대신 두 손에 블리케이크의 디저트가 들려 있는 상상을 하며 정성껏 디저트를 만든다는 임수정 씨. 머지않아 제주공항 곳곳에서 그런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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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타르트
치즈타르트에 라즈베리 콤포트와 블루베리를 더해 과일의 상큼한 맛과 치즈의 진한 맛이 어우러진다.
How To Make: 미니 타르트 틀에 통밀가루로 만든 타르트 반죽을 넣어 170°C로 예열한 오븐에 16분 정도 굽는다. 크림치즈에 생크림을 소량만 넣어 치즈크림을 만들고 라즈베리 콤포트와 함께 타르트 속을 채운다. 마지막으로 블루베리로 장식하면 완성.

애플망고케이크
제주산 애플망고를 듬뿍 넣은 쇼트 케이크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How To Make: 달걀을 푼 뒤 설탕을 넣고 섞어 거품을 올린다. 여기에 밀가루와 단호박 가루를 섞은 뒤 애플망고 과육을 넣어 제누아즈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180°C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워 케이크 시트를 만든다. 생크림과 함께 기호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해 넣고 휘핑한 뒤 케이크 시트에 바른다. 애플망고 과육을 예쁘게 썰어 케이크 위에 얹어주면 완성.

한라봉마카롱
새콤달콤한 한라봉 필링을 넣은 마카롱으로 커피와 잘 어울린다.
How To Make: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고 휘핑해 프렌치 머랭을 만든다. 여기에 아몬드 가루와 슈거 파우더를 넣어 반죽한다. 만든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베이킹시트 위에 일정한 크기로 짜서 140°C로 예열한 오븐에 9분 정도 굽는다. 구운 비스퀴를 꺼내 충분히 식힌 뒤 한라봉 콤포트와 바닐라크림을 동일한 비율로 섞어 만든 필링을 비스퀴 사이에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