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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추구하는 다이닝 인 스페이스 노진성 셰프

2015년 7월 22일 — 0

완벽을 추구하는 노진성 셰프와 다이닝 인 스페이스에 대한 하루 동안의 기록.

edit 문은정 / photograph 심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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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 스페이스 노진성 셰프 © 심윤석
노진성이라는 사람

“저, 노진성 셰프님 뵈러 왔는데요….” 다이닝 인 스페이스 입구에서 두리번대며 물었다. 순간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셰프 한 명이 인사를 건넸다. “제가 노진성입니다.” 갑자기 멍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초특급 동안을 지닌 훈남 셰프’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를 만나기도 전에 ‘40대 중반의 깐깐한 셰프’로 지레짐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 들려온 소문 때문이리라. ‘완벽주의자’ ‘프렌치 조리의 정석’ 등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듣고 있자면 거장의 이미지가 절로 그려지곤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고 요리를 맛볼수록, 그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

노진성 셰프가 프렌치 영역에 첫걸음을 내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국내 프렌치 1세대 레스토랑인 ‘라미띠에’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모 일간지에서 라미띠에 관련 기사를 읽었어요. 참 괜찮은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죠. 프렌치에 대한 정보도, 어떤 레스토랑인지 알지도 못 하면서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일을 시켜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찾아간 라미띠에는 몽마르트 서울의 장병동 셰프, 파씨오네의 이방원 셰프 등 열정적인 선배 셰프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몰두해서 기술을 보여주는 프렌치의 정교함이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생각을 요리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그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표현했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시간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된 프렌치를 배울 수 있는 레스토랑은 한정되어 있었고, 현지에 대한 궁금함도 커졌다. 결국 2008년, 프랑스 다이닝을 경험하기 위해 파리로 떠났다. 1년 반 동안 그곳에서 그는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체험했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팔레 드 고몽, 라쎄종 등을 거쳐 인지도를 쌓았으며, 작년 말 원서동에 있는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주방에 섰다.

완성도에 집착하는 다이닝 인 스페이스

다이닝 인 스페이스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곳이다. 5명의 키친 스태프와 3명의 홀 스태프로 구성되어 있다.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식재료 선택에서부터 시작한다. 재료의 구매가 요리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이다. 주재료는 산지에서 구하고 되도록 유통기한을 짧게 잡으려 노력한다. 조리는 당일 사용할 것만 하고 다음 날 쓸 것은 손질 조차 해놓지 않는다. 그가 두 번째로 택한 전략은 메뉴의 고착화이다. 그는 한 번 만든 것과 천번 만든 것은 완성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일본 레스토랑 에디션 코지 시모무라(Edition Koji Shimomura)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이곳은 대표 메뉴를 3~5년 간 똑같이 내더군요. 자주 오는 단골의 경우 메뉴를 조금씩 바꿔 내지만, 대부분 같은 메뉴를 고집하며 계절에 따라 약간의 변주를 주죠.” 노진성 셰프의 목표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다. 한 가지 메뉴를 오래 다루면 지루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레스토랑의 존재 이유는 셰프의 스킬을 뽐내는 것이 아닌 영업 이익을 내서 살아남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다. 먹었을 때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맛을 내려한다. 너무 튀거나 어렵고, 먹기 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리는 지양한다.“ 한 달 반 정도 지리산 화엄사 공양간에서 일하며 사찰 음식을 배웠어요. 절에서 느낄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큰 영향을 받았어요.” 요리는 사람의 성향을 따라간다. 그의 요리 역시 그렇다. 심플하면서도 소박하지만, 본질을 놓지는 않는다. “한두 가지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최대한 심플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중요한 것은 재료가 언제 최고의 맛을 내는지, 그 재료들의 어우러짐이 괜찮은지 등 디테일한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죠.” 채소는 수확과 동시에 전분이 다당으로 변하여 풍미를 잃는다. 쇠고기의 경우 한 달 이상 숙성시켜야 식감과 감칠맛이 좋아진다. 생선 또한 3~4일 숙성시켜야 풍미가 깊어지고 잡내를 잡을 수 있다. “신선하고 좋은 상태면 잡내가 아닌 풍미라고 하겠죠. 잡내는 그 타이밍을 잃었을 때 하는 말이에요.” 타이밍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가볍게 조리하는 것, 흔히 말하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 이 노진성 셰프의 비기 아닌 비기다. 그가 마지막으로 신경쓰는 것은 주방의 위생 상태다. “정리정돈과 위생을 가장 많이 신경 써요. 요리를 하다가도 얼룩이 보이면 청소부터 한 뒤 조리를 하게 하죠. 음식 맛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이니까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한국적인 식재료를 프렌치에 접목시키고 싶어요. 단, 프렌치의 기본은 흔들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요.” 스페인의 엘불리, 덴마크의 노마 등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뿌리 역시 프렌치다. 자국의 문화, 감성 등을 프렌치에 잘 융화시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요리를 낸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적인 느낌을 섞되 드러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예요.” 세계 굴지의 레스토랑 사이에서 빛을 발할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DINE AT DINING IN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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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 스페이스 코스 메뉴 © 심윤석

Course 1: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곁들인 콜리플라워 크림과 콜리플라워 아몬드
Course 2: 자몽에 익힌 엔다이브와 마요네즈에 버무린 대게 살
Course 3: 사바용소스와 그린아스파라거스,대저토마토, 이베리코 햄, 진주양파, 홀스래디시
Course 4: 배추로 감싼 랍스터푸아그라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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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 스페이스 코스 메뉴 © 심윤석

Course 5: 비스크소스와 농어, 슈거 피, 라타투이
Course 6: 비트, 브로콜리니, 햇마늘과 이베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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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 스페이스 코스 메뉴 © 심윤석

Course 7: 골드키위와 레몬베르베나셔벗
Course 8: 훈제 우유와 우유 아이스크림
Course 9: 캐러멜, 누가, 마카롱, 초코 가나슈로 구성된 프티푸르

다이닝 인 스페이스
원서동 아라리오 뮤지엄 내에 위치한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통유리 창 너머로 창덕궁의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앙트레와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단일 코스 한 가지로 구성된다.
› 런치 5만원, 디너 10만원
› 02-747-8105
›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