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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홍콩에서의 2박 3일 – 2nd Day

2015년 7월 15일 — 3

edit 문은정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홍콩관광청

홍콩 사람들이 아침을 즐기는 남룽 카페의 아침 세트 메뉴.
홍콩 사람들이 아침을 즐기는 남룽 카페의 아침 세트 메뉴.
BREAKFAST

오랜만에 술을 마신 탓일까,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호텔 근처에 있는 남룽 카페에 가서 홍콩 사람들처럼 해장을 하기로 했다. 1961년에 오픈해 벌써 50년 이상 된 로컬 레스토랑이다. 이른 아침부터 레스토랑은 수많은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홍콩 사람들은 아침부터 외식을 하는 문화가 익숙한 듯 보였다. 파인애플번과 햄오믈렛, 인스턴트 누들, 스파이시 다이스드 포크&슬라이스트 아발론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단돈 40달러, 한국 돈으로 6000원이었다. 가성비 훌륭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메뉴 중 김치나 단무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좀 느끼했다. “라찌우야를 국물에 넣어 먹어봐요.” 홍콩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진가(심지어 지난주에도 방문한)가 요긴한 팁을 알려줬다. 라찌우야는 홍콩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추기름으로, 국물에 넣으면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난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 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코즈웨이 베이 근처를 이리저리 산책하기도 하며, 그렇게 느린 아침 시간을 보냈다.

프렌치 셰프 올리비에 엘제의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즌스바이올리비에. 애프터눈티가 유명하다.
프렌치 셰프 올리비에 엘제의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즌스바이올리비에. 애프터눈티가 유명하다.
LUNCH

점심으로 애프터눈 티를 먹기로 했다. 첫 레스토랑은 코즈웨이 베이에 있는 시즌스바이올리비에(Seasons By Olivier).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으로 프렌치 셰프인 올리비에 엘제(Olivier Elzer)가 주방을 맡고 있는 곳이다. 올리비에 엘제 셰프는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내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과 센트럴에 있는 조엘 로부 숑 총주방장 출신이다. 오픈 초기부터 미식가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았고 오픈한지 4개월 만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시즌스라는 이름처럼 공간은 사계절을 콘셉트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애프터눈 티는 봄 섹션에서 맛볼 수 있었다. 프랑스인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 와인 리스트도 나쁘지 않았다. 와인의 80%가 프랑스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애프터눈 티가 와인 박스에 담겨 나온다는 것. 3단 트레이에 담아 먹는 것이 조금은 낯간지럽게 느껴졌는데 남자들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 같아 좋았다. 스콘, 샌드위치 등이 담긴 애프터눈 티는 중간중간 세이버리(Savoury) 디저트도 섞여 있었다. 푸아그라크렘브륄레, 아보카도랍스터젤리 등 이색적인 메뉴가 많았다. 음식에 쓰는 식재료로 만든 세이버리 디저트는 자칫하면 언밸런스한 맛을 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곳의 것은 아주 적절했다. 푸아그라와 크렘브륄레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샴페인을 따로 추가한 뒤 온몸에 퍼지는 알코올의 흐름을 즐겼다.

요즘 줄을 서 먹는 녹차 아이스크림 가게, 비아 도쿄.
요즘 줄을 서 먹는 녹차 아이스크림 가게, 비아 도쿄.

요즘 줄을 서서 먹는다는 비아 도쿄(Via Tokyo)에도 들렀다. 몇 달 전 홍콩에 오픈한 녹차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녹차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녹차아이스크림에 찹쌀떡을 곁들인 메뉴를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의 질감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부드러웠고 녹차의 농도 역시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진했다. 하지만 크림 같은 텍스처의 아이스크림은 개인적인 취향과 거리가 있었다. 줄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게를 나와 코즈웨이 베이 주변을 서성이다 러브라믹스(Loveramics)라는 그릇 가게를 발견했다. 여러 유명 브랜드의 그릇을 판매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세라믹 그릇도 판매하는 곳이었다.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구매하리라 마음먹고 몇 가지를 마음에 담았다.

레스토랑 더 보스의 트러플 볶음밥.
레스토랑 더 보스의 트러플 볶음밥.
DINNER

저녁은 센트럴에서 먹기로 했다. 더 보스(The Boss)는 더델스처럼 광둥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한 명당 201~400달러 정도면 코스를 맛볼 수 있다. 배불리 먹어도 한국돈으로 6만원 정도인 거다. 그런데 사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대감이 반으로 감소했다. 회색빛에 딱딱한 테이블 몇 개가 놓인 공간은 마치 사무실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 보였다. 공간 곳곳을 장식한 경마 사진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말 사진은 왜 걸어놓은 것인지 묻자 “주인이 경주용 말 6~7마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에 걸린 말을 구경하며 조용히 코스 메뉴를 맛보았다. 브레이징한 농어에 마늘을 수북이 곁들인 생선 요리와 새우소스를 곁들인 닭튀김, 돼지 허파에 아몬드를 넣고 푹 끓인 수프, 후쿠오카산 딸기소스를 곁들인 스페어립, 제철 야채를 곁들인 뒤 콩으로 마는 커드 시트를 곁들인 생선국, 블랙트러플을 듬뿍 넣어 볶은 볶음밥을 순차적으로 먹었다. 아, 과연 미슐랭이다. 모든 메뉴가 맛있었고, 트러플 볶음밥의 경우 근래 먹어본 볶음밥 중 가장 훌륭했다. 탱탱하게 살아 있는 안남미의 식감이 트러플의 향긋함에 휘감겨 있었다. 동행한 사진가는 “앞으로 홍콩에 올 때마다 이 볶음밥을 먹겠노라” 노래를 불렀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다시 코즈웨이 베이로 향했다. 저녁 시간에 예약해둔 마지막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아툼 데저런트(Atum Desserant)는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디저트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툼 데저런트의 봉곽 셰프는 “사람들은 디저트를 먹고 급히 일어나죠. 하지만 디저트란 분위기를 즐기며 달콤함을 맛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전문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 오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 테이블에 앉으니 셰프가 실리콘 패드를 깔고 그 위에 각종 디저트를 수놓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워 미술을 전공했느냐 물었다. “오히려 예술을 배웠다면 틀에 갇혔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기에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거죠. 예술하는 사람들은 물감을 쓰지만 우리는 식재료 본연의 색을 사용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순식간에 다양한 디저트가 실리콘 패드 위로 쏟아져 내렸다. 대나무 숯으로 만든 초콜릿, 패션 프루트와 모찌, 국화꽃을 우려 만든 푸딩 등 다양한 디저트를 오감으로 맛보았다. 셰프는 친절하게 먹는 순서와 만드는 과정 등을 설명해줬다. 바 테이블이라 셰프와 소통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셰프의 독창적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아툼데저런트.
셰프의 독창적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아툼데저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