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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톱 셰프의 레스토랑

2015년 6월 26일 — 1

2010년 첫 방송 이후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 TV 프로그램 <톱 셰프Top Chef>가 시즌 6을 마감했다. 10만 유로의 상금이 걸린 이 방송은 총 12명의 출연자가 미슐랭 가이드 별 2~3개씩을 보유한 셰프 4명의 심사 아래 3개월간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내용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출연자들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text 오윤경 | photograph 오윤경, 앙투안Antoine(니콜라스 뷔송Nicolas Buisson)

1. 앙투안(Anto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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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최고의 부촌 16구, 애비뉴 뉴욕에 자리한 앙투안은 <톱 셰프> 시즌 5의 준우승자 티보 솜바르디에(Thibaut Sombardier)가 오너 셰프로 있는 곳이다. 명품 거리 애비뉴 몽테뉴가 시작되는 로터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맞은편이라 바로 고급스런 주택가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센 강을 접한 위치 때문인지 생선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썩 잘 어울린다. 앙투안은 방송 출연 전부터 이미 미슐랭 별 1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내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깨끗하고 유려한 서비스와 그에 맞는 정확한 맛으로 현재의 별점을 유지하면서 두 번째 별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40여 개의 좌석은 점심, 저녁 모두 거의 만석이라 주방 스태프만 총 12명이며, 모두 요리, 호텔리어 과정을 마친 전문가다. 메뉴는 매주 바뀌며, 명성에 걸맞은 정확한 요리를 위해 한 코스당 평균 4~5개의 요리만 제안한다. 메인 코스는 주로 생선 요리 2~3가지, 육류 1~2가지로 구성하는데, 숭어, 노랑촉수, 아귀, 저민 달고기 등 좀처럼 맛내기 어려운 고급 생선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앙투안의 특화점이다. 이 외에도 석화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 검정 올리브 잼에 절인 꽁치와 레몬조림을 곁들인 아스파라거스 요리도 수준급이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 김치를 맛보고 직접 담가두었다며, 머지않아 이 숙성배추샐러드를 응용해 메뉴에 올릴 것이라니, 어쩌면 그의 고급 요리에서 한국의 색채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메뉴: 34유로부터, 점심 코스 42~78유로, 저녁 코스 100유로
주소: 10 Avenue De New York 75016 Paris
전화: 01 40 70 19 28
웹사이트: www.antoine-paris.fr

chef interview – 티보 솜바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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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방송을 탄 리옹 출신, 티보의 스타일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이미 경력을 굳힌 스타급 레스토랑의 오너여서가 아니었다. 좀처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시간 안에 절도 있는 세팅을 할 때, 그 세팅이 멋지게 마무리하기 어려운 생선 요리일 때, 12번의 경합 중 최고의 요리에 4회나 선정되었을 때 그는 자연스레 빛났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 지인의 소개로 프랑스 요리의 대부인 셰프 보큐스(Bocuse)의 주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후 이것이 내 길이란 생각을 굳혔고, 한 번도 돌이킨 적이 없다. 일과는 고되지만 많은 업무량을 인지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담담하게 말하지만 파리 최고령 호텔 뫼리스(Meurice)의 스타 셰프 얀 알레노(Yann Alleno)와 알랭 뒤투르니에(Alain Dutournier)의 수셰프로 4년간 일한 수려한 경력이 그의 근성을 대변한다. 티보가 생선 요리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격려한 사람이 뒤투르니에였으니 그의 이력에서 이 기간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준우승을 했지만 아쉽지는 않다. PR 시대에 살고 있는 셰프인 만큼 레스토랑을 홍보할 목적으로 출연했는데, 예상외로 성적이 좋아 마지막 방송까지 내 요리를 소개할 수 있었으니까. 그 덕에 고객 유치나 일반인들의 반응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두 번째 미슐랭 별 획득을 위해 레스토랑 디렉션이 바뀐 것은 없다. 별점의 기준이 서비스와 내부 분위기 그리고 요리의 맛이라면 두 번째 별은 그의 요리가 보다 정확한 맛을 낼 때 오게 될 거라는 신념이 있을 뿐이다.


2. 미니아튜르(Mini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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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셰프> 시즌 5의 4강 출연자인 셰프 요니 사다(Yoni Saada)의 거실 같은 레스토랑. 최근에 분위기가 바뀐 인테리어는 현대적 성향을 추구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며, 스태프들의 서비스는 2시간에 가까운 코스 메뉴가 끝날 때까지 가식적이지 않은 정성이 배어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잘 다루지 않는 밴댕이, 전갱이 등을 어부들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이곳의 메뉴는 독특하다. 전-본-후식으로 이루어지는 일반 식사와 달리 코스 메뉴가 아뮤즈부쉬-전식 2개-본식-후식 2개인 것. 마드리드를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 그곳의 타파스를 프랑스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착안한 콘셉트로, 한 줌이 되지 않는 적은 양을 6번에 나누어 내어 감동이 2배지만 주방의 노동량도 2배다. 하지만 오픈 9년을 맞는 이 장소를 찾는 손님도 그만큼 늘었다. 방송의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초심을 되찾은 셰프의 감각이 영국, 스페인, 누벨칼레도니로부터 귀한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 얇게 저민 그라니 사과와 반만 익힌 푸아그라 사이에 서양배셔벗 한 스푼을 숨긴 작은 전식 접시의 무한 감동은 자신의 이모션(Emotion)이 고객에게까지 전해지길 바란다는 셰프의 열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레스토랑 이름인 ‘미니아튜르’와 아이러니하게도 잘 맞는다.

메뉴: 저녁 코스 45~60유로
주소: 31 Avenue De Versailles 75016 Paris
전화: 01 45 20 74 12

chef interview – 요니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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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에 올랐을 때 요니는 분명 울었다. 그는 윤기를 잃어가던 요리에 대한 열정이 경합을 통해 다시 빛나는 걸 경험했다며 눈물을 흘린 진짜 소감을 남겼다. 이공계를 전공하고 전공 분야를 찾다가 우연히 요리를 체험한 후, 프랑스에서는 늦은 열아홉 살에 ‘진짜 적성’을 찾았지만 큰 슬럼프가 찾아왔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TV 출연을 결심했던 것. 고객 만족을 위해 정작 본인 만족을 배제했던 것이 그 원인이었음을 매 방송에서 요리와 하나가 되며 깨달았다는 그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로 자신이 먹고 싶은 요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피하는 서민 생선류로 관심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다.

“농어나 광어, 넙치 등은 다들 좋아하고 맛내는 데 위험이 따르지 않지만 감동은 한정되어 있다. 서민적인 식재료도 어떻게 그 맛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로 변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인들의 술안주로 올라오는 소라, 밴댕이, 전갱이, 프랑스의 전통 서민식 돼지고기스튜, 햄버거, 아랍의 쿠스쿠스가 그의 손을 거치면 예술로 변한다. 보잘것없던 식재료로 훌륭하게 세팅한 음식 맛의 감동은 그래서 배가 된다.

“그동안 많은 단골이 생겼지만, 그들은 ‘우아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친근한 재료로 감동을 추구하는 내 스타일을 믿고 오는 분들이다.”

사람들과 아날로그식 교류를 하고 친근함을 좋아하는 그는 스태프들과는 물론 손님들과도 말을 트는 것을 규정으로 삼고 있다. 엘리트보다 이웃 같은 셰프일 때 교류할 수 있는 감정 또한 무한할 것이란 그의 규정에서 ‘감동’ 요리의 철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