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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방 음식의 재발견, 통영

2015년 6월 22일 — 0

통영은 실제 행정구역은 경상남도지만 음식에 관한한 대한민국 미식 특별자치구역이다. 조선시대 300년 동안 경상·전라·충청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음에 유래된 ‘통영’의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삼도의 음식 솜씨들이 경쟁, 융합하면서 통영만의 독특한 미식문화가 발전했다.

text 김옥철 | photograph 현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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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최고의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통영
통영은 위치상 동해의 한류와 서해의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연중 수온이 바뀌어 바다에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따라서 계절 따라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양한 곳이다. 봄에는 멸치·도다리·도미·눈물대·멍게·소라·털게·바지락, 여름엔 농어·방어·복어·갯장어·민어·전복, 가을엔 전어·광어·꽃게·삼치 그리고 겨울철에는 굴·물메기·볼락·홍합·미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통영은 계절마다 다종 다양한 해산물이 연중 나온다. 통영 시장에 가면 대도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신선한 해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꼭 한 번 들러 마음껏 구경하고 드셔보길 권한다.

음식은 모든 문화의 효소
통영은 도시 이름에 역사를 새긴 도시다. 임진왜란 당시 성웅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임명을 받은 삼도수군통제사의 본진이 300년 가깝게 있었던 곳,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비롯된 이름이 통영이다. 통영 앞바다인 한려수도의 바다와 섬들, 하늘의 빛과 바람을 머금은 자연 풍광은 이곳에서 많은 문화 예술인을 키워냈다. 시인 유치환·김상옥·김춘수, 소설가 박경리·김용익,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화가 김형로, 전혁림 등은 통영이 배출한 기라성 같은 예술인들이며, 백석과 이중섭은 통영을 지독히도 사랑했던 예술인들이다.

프랑스 미식문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브리야 샤바랭은 “음식은 모든 문화의 효소”라고 했다.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이 시작되며 꽃 핀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 말의 ‘멋’은 ‘맛’에서 나온 큰 말이다. 통영의 풍요로운 먹거리가 이곳을 맛의 특별한 고장으로 만들었고, 미각과 미식의 발달은 멋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DNA로 진화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인들을 배출했다고 자부한다. 개화기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백석 시인은 통영을 지독히 사랑해서 그의 시 <통영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바다로 가고 싶은 곳” 으로 표현한다.

미식은 통영의 미래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미식 선진국에는 지방 유명 음식점이 많다. 사람들은 오로지 그 식당의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몰고 가보고 또다시 가족, 친지와 함께 재방문한다. 요즘 대한민국도 음식의 힘(Power Of Food)을 각종 방송 프로그램, 인터넷과 SNS를 통해 체험하고 있다. 스페인 북부 해변가의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은 60km2(통영의 1⁄4 면적)의 작은 도시다. 이곳 주민들은 인구 대비 미 슐랭 별점이 가장 많은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라는 자부심으로 뭉쳐도 시를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 중심의 미식도시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부유층의 최고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사시사철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신선한 수산물을 생산하는 통영은 21세기 미식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철 음식과 로컬 푸드 2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통영의 미래는 좋은 수산물을 생산하 는 수산업 1번지를 뛰어넘어 최고 품질의 신선한 해산물들이 최고의 요리사들, 음식점들과 만나 품격 있는 미식특별자치구로 거듭나야 한다.

“통영은 굴 요리, 충무할매김밥, 꿀빵, 도다리쑥국 등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풍부한 음식 DNA가 있으며 주민 수 대비 맛집으로 알려진 음식점이 가장 많은 곳 입니다. 통영에 오셔서 아름다운 자연풍광, 역사와 문화 유적, 예술적 향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들로 멋진 추억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역사는 새롭게 창조되는 것인 만큼 통영의 미식문화는 계속해서 새롭게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 통영시장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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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황연순 씨는 “음식의 맛과 품질은 손님이 먼저 알아본다”며 좋은 식재료를 최소한으로 조리하는것이 27년 동안 최고의 시락국을 만들어온 비결이라고 했다.

통영의집밥 – 시락국
통영의 서호시장에는 시락국이 있다. 시락국 음식점이 몇 곳 있고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 어디나 다 맛이 훌륭하지만 그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작은 집은 가마솥 시락국집이다.

손님이 들어선다.
손님: “밥주소!”,
안주인: “어서와!”
주문 끝이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나이 들어가는 통영 아침의 사랑방은 이렇게 시작한다.

두 평 남짓한 옹기종이 앉으면 12명 정도가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작은 집. 시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터라 손님들은 대개 통영 토박이들이고 27년 동안 한결같이 아침 5시부터 문을 열며 통영의 아침 사랑방 같은 곳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데 하루에 100그릇 분량의 시락국을 준비하고 콩나물, 시금치, 멸치, 김무침, 양념장 등 7~8종의 모든 반찬은 제철 식재료로 매일 아침 만든다.
안주인 겸 반찬 주방장인 황연순(62) 씨는 “음식은 사람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생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의 맛과 품질은 손님이 먼저 알아본다”고 강조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랄까, 주인 겸 시락국 주방장인 최철만(68) 씨는 “욕심 부리면 돈이 도망간다. 오래 전부터 통영 사람들이 애용해준 덕분에 우리가 먹고살았고 이제는 보답하는 차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문을 열지만 그날 재료가 떨어지는 시간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우리는 인터넷 모른다. 아침 시간에 서로 아는 사람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가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뒤에 온 사람들의 돈을 내주면서 어떤 때는 일곱 번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집의 시락국은 배려와 정이 담긴 통영의 집밥 같은 곳이다.

시인 안도현의 시에도 ‘통영 서호시장 시락국’이 등장한다.

새벽 서호시장 도라무통에 피는 불꽃이 왁자하였다
어둑어둑한 등으로 불을 쬐는 붉고 튼 손들이 왁자하였다
숭어를 숭숭 썰어 파는 도마의 비린내가 왁자하였다
국물이 끓어 넘쳐도 모르는 시락국집 눈먼 솥이 왁자하였다
시락국을 훌훌 떠먹는 오목한 입들이 왁자하였다
–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시선 283>에서

시락국(시래깃국의 경상도 사투리)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지역마다 시래기와 더불어 쇠고기, 보리새우, 바지락 등을 함께 넣어 만드는 음식이지만, 통영에서는 유별나게 사철 신선한 해산물로 내는 국물과 어울려 독창적인 맛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서호 시장에서 맛보는 시락국은 무슨 재료로 만드는지, 시래기가 몸에 좋은 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식의 맛과 멋을 평가하는 미식의 단계를 첫째는 입에 맛있는 음식, 두 번째는 몸에 좋은 음식, 세 번째는 함께 먹는 즐거운 음식으로 나눈다면,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영혼을 담고 있는 음식으로 평가해야 한다.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을 처음 한 숟갈 떠먹을 때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은 바로 통영의 혼을 담고있는 음식의 맛과 멋이다. 통영의 바다와 하늘, 빛과 공기, 역사와 문화, 시장 사람들의 정이 모두 담긴 맛. 시인 안도현은 이 모두를 담고 있는 시락국의 맛과 멋을 한마디로 ‘왁자’라고 표현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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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시락국집 – 주인장 황연순, 최철만 씨는 27년간 시락국집을 함께 운영했다. 하루 100그릇만 만든다. 시락국 4000원, 새벽 5시~오후 1시 40분, 055-646-8843

올리브 100인 클럽 / 김동진 시장은…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통영의 아들. 대학 졸업 후 통영군청에서 수습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 이후 재무부, 스위스 제네바 대표부, 청와대, 재정경제원 등에서 재무, 경제 관료로 근무했고 2002년 제4대 통영민선시장,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제7대, 8대 통영 민선시장으로 재임하면서 21세기 관광의 핵심은 미식이라는 철학으로 통영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