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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셰프 이준

2015년 6월 18일 — 0

끓어오르는 주방, 수많은 요리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누군가는 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지친 표정으로 허공도 본다. 이따금 폭죽처럼 기쁨의 탄성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스와니예의 7번째 에피소드 메뉴를 개발하는 날.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dit 문은정 | photograph 심윤석 | product 윤현상재(02-540-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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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셰프 이준 © 심윤석
셰프 이준

대학은 조리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훌쩍 뉴욕으로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준 더 파티’와 ‘준 더 파스타’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이유를 물으니 모두 “재밌을 것 같아서”란다. 이 남자, 답이 참 심플하다. “뭔가를 드라마틱하게 해본 적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이 생겼고, 좋아하니 계속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게 기회가 된 것 같아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좋은 기회를 만나 오픈한 곳이 바로 스와니예다. 셰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의 삶의 모토는 ‘재미’처럼 보인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며 사는 사람인 듯 보였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주체적이고 도전적이다. 그의 성향은 오롯이 스와니예에 반영되었다. 스와니예의 퀴진은 ‘서울 퀴진’이다. 한식을 베이스로 국경의 제약이 없는 요리를 선보이는데, 여기서 핵심은 ‘스토리’다. “제가 공부한 뉴욕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도시예요. 그런데 서울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서울이 한국적이지는 않잖아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여러 도의 맛이 복잡하게 얽혀있죠.” 30년 넘게 서울에서 산 추억을 간직한 이준은 그러한 서울의 뒤엉킨 정서를 음식에 담았다. 비 오는 날의 전이나 졸업식에 먹는 짜장면 등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담긴 음식들이다. 물론 원형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스와니예 스타일로 터치한 세련된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맛있는 레스토랑은 많지만, 전체적인 경험으로서의 다이닝은 흔치 않기에 더욱 귀히 여겨진다. 심지어 스와니예는 고정 메뉴도 없다. 시즌마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팝업 형태의 레스토랑이다. 한 시즌이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더라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즌을 기획한다. 메뉴를 개발할 때는 레스토랑 문을 닫고 3일간 전 스태프가 숙식을 함께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이것 역시 서울의 문화를 반영한 거예요. 서울을 보면 항상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하잖아요.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또다시 새로운 문화가 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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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스태프 미팅 모습 © 심윤석
새로움이 갖는 어려움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을 시도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벌써 7번째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레스토랑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고정관념이랑 싸우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특정 메뉴를 꾸준히 파는 레스토랑에 익숙하잖아요. 셰프 역시 같은 메뉴를 만들며 더 나은 맛을 찾아내는 것이 좋고요. 하지만 저희는 그 흐름을 완전히 거스르고 있어요. 손님이 먹고 싶어 해도 끊어버리는 거예요. 완성됐다고 느낄 때쯤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죠. ”음식이 특정 주제에 묶임으로써 생기는 딜레마도 문제다. 좋은 메뉴가 나왔더라도 주제에 맞지 않아 넣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덜 맛있다는 건 알지만 주제 때문에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가 맞고 음식이 맛있으며 전체 코스의 흐름에서 맥락이 맞는 것. 그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는 것은 스와니예 스태프들의 몫이다. 매번 성공적으로 먹힐 거라는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두려움도 크다. 그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팝업 형태의 레스토랑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작자는 창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험요소가 있다 할지라도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있기에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고, 하나의 문화 카테고리가 발전하는 것이죠. 돈 벌기 쉽고 누가 먹어도 맛있다는 메뉴만 찍어내는 건 쉽죠. 하지만 저희는 다른 걸 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가 선보인 준 더 파티, 준 더 파스타 이후 팝업 레스토랑을 여는 셰프가 많아졌다. 그의 행동이 선례가 되어 새로운 문화 카테고리가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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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윤석
한식의 세계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식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서울 퀴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지만, 스와니예의 근간은 한식이다. “한식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너무나 뚜렷해요. 조금만 음식이 달라져도 ‘이게 어떻게 한식이냐’는 반응이 돌아오죠. 한식은 마치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 같아요.” 그는 한식의 세계화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으면 자연스레 퍼져나가는 것인데, 그것을 전략적으로 기획해서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말이다.“ 그 세계화 라는 것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제가 일조하고 싶은 부분은 확실히 있어요. 외국인들이 스와니예의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하고, 그 경험을 위해 서울에 온다면 그것 역시 한식을 세계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스와니예에 와서 한국적인 것을 느끼고 그 외의 한국적인 다이닝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레스토랑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부터 홈페이지 디자인, 홍보, 영상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다. 음식뿐 아니라 시각적인 것, 경험적인 측면까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와니예의 다이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었으면 해요. 어떤 레스토랑에 갈지 고민한 뒤 스와니예에서 밥을 먹고, 식사 후 나가는 순간까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스와니예의 최종 목표는 100가지 에피소드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는 “스와니예라는 레스토랑이 셰프들이 탐내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 장애물이 없는 곳. 한식이지만 한식이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퀴진. 그는 스와니예라는 놀이터에서 여전히 즐겁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이 묶이는 영역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와니예의 16가지 디너 코스 중 7번째 에피소드를 위해 새로 개발한 10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팔도의 색을 담은 창의적인 메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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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디너 코스 메뉴 © 심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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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디너 코스 메뉴 © 심윤석

스와니예
서울 퀴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스와니예는 요리가 완벽하게 나왔을 때 쓰이는 감탄사다. 2~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에피소드를 정해 주제에 걸맞은 메뉴를 새로 개발한다. 김장날 겉절이, 아빠 월급날 통닭 등 서울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를 스와니예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런치 코스 4만5000~6만원, 디너 코스 10만원 /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549-17 / 02-3477-9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