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홍석천과 초밥을 먹었다. 그는 한때는 먹지 못했던 생선이 요즘은 정말 좋다고 했다.
에디터: 문은정 / 사진: 심윤석

부산에서 수학여행을 온 남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어갔으며, 길을 지나던 샘 해밍턴이 안부 인사를 건넸고, 역시나 지나가던 아주머니 두 명이 그를 보며 ‘꺅’ 소리를 질렀다. 홍석천을 인터뷰하던 30분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태원에 왔는데 홍석천 정도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 이태원하면 홍석천이다. ‘마이’ 시리즈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최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그가 자주 찾는 레스토랑은 시소스시. 이태원의 줄 서서 먹는 유명 초밥집 ‘기다스시’의 이광철 셰프가 오픈한 곳이다. 최근 홍석천이 오픈한 태국 음식점, 마이면과 꼭 붙어 있다. “기다스시는 친한 동생의 소개로 몇 번 갔는데, 한 번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어서요. 그런데 광철이가 홍대와 광화문에 가게를 오픈했다기에 거기에 가서 먹었지.” 대학 시절, 부산에 가서 회를 먹고 탈이 난 적이 있어 날생선은 잘 먹지 못했다. 하지만 이광철 셰프의 일식집에 다녀온 뒤 다시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은 사시미 세트. 다양한 생선을 맛 볼 수 있어 좋아한다며, 그는 잘게 썰린 전복을 재빨리 입에 넣었다.
“고급 레스토랑은 잘 안가요. 최현석? 샘킴? 그런 셰프들이 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잘 안 가. 나는 내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먹어. 걔네 요리는 너무 어려워서….(웃음)” 그가 좋아하는 곳은 동대문과 광장시장, 종로 등지에 있는 오래된 식당이다. 순댓국도 아주 좋아한다.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이 순댓국을 내 방식대로 풀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아마도 이런 방식은 아닐텐데.” 순댓국 한 그릇을 먹어도 고민하며 사업가다운 면모를 발휘한다. 그가 만드는 순댓국집은 어떤 모습일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그는 음식을 권하며 말했다. “어서 먹어요. 맛있어. 내가 이것 먹으려고 점심도 안 먹었었다니까?” 생선회들이 그의 입 속으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었다. 경쟁하듯 서둘러 젓가락을 집었다.
좋은 맛집의 기준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맛만 보장되면 크게 따지지 않는다. 불친절해도 괜찮다. 아, 지저분한 것은 빼고.
최근 드라마 <복면검 사> 촬영에 들어갔는데, 끼니는 잘 챙기는 편인가?
못 챙긴다. 밥집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밥을 못 먹는다.
자주 가는 단골집은 어디인가?
보광동에 있는 종점숯불갈비. 삼겹살도 맛있지만, 반찬이랑 된장찌개가 정말 훌륭하다. 전라도 이모의 손맛이 살아 있는 집이다. 마포 용강동에 있는 연탄 주꾸미집도 좋아한다. 조박집 바로 옆에 있는데,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난다. 삼청동에 있는 북촌칼국수는 보쌈과 칼국수를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다. 외국 친구들이 오면 데려가기 좋은 곳.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든 보쌈김치가 정말 맛있다. 양념이나 익은 정도가 아주 적절하다.
시소스시
기다스시를 운영하던 이광철 셰프가 오픈한 초밥 전문점. 놀이터의 시소(Siso) 를 뜻하는데, 밥이 위, 생선이 아래 있다는 뜻이다. 즉, 밥보다 생선의 양이 많다는 뜻. 기다스시 못지 않게 가성비 좋은 회와 초밥을 맛볼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26 /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 오후11시 / 02-794-3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