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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강릉에서의 2박 3일 PART3

2015년 6월 12일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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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Day Breakfast

과음을 일삼은 다음 날 아침,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옛태광식당으로 향했다. 우럭미역국으로 속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이지만 해장을 위해 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앉아 열심히 미역국을 먹었다. 신 김치를 올려 먹다가 지루할 땐 뼈째 먹는 아가미 젓갈도 씹었다. 사장님에게 횟집에서 미역국을 메뉴로 낸 계기를 묻자 “옛날에는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어. 잠수부인 아버지가 미역을 뜯어오면 고기를 넣고 푹 끓여 형제들과 나눠 먹었지. 뭐, 우리만 그런가. 그 시절엔 다 그랬지”라며 웃음을 보탰다. 힘들었던 시절의 그 미역국은 아들, 딸의 뒷바라지까지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쓰린 속으로 힘들어 하는 오늘날의 기자도 살렸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나오는데 옆 가게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수제 햄버거집인 폴앤 메리였다. 뭐 특이한 게 있나? 슬쩍 들어가 주변을 살피다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제 버거인데 가장 비싼게 7000원을 넘지 않았다.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게 적당한 가격”이라는 사장의 시크한 답변이 돌아왔다. 번은 강릉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받아오고, 채소를 듬뿍 넣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버거를 만들었다. 인기 메뉴는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는 모차렐라치즈버거. 사실 기자의 입맛엔 담백한 에그버거가 더 잘 맞았다. 머스터드와 달걀의 궁합은 언제나 옳다. 이틀간 회와 두부만 잔뜩 먹어댄지라 이 타이밍의 수제 햄버거는 정말이지 아주 적절했다. 다소 게으름을 부린 아침이라면, 간단한 브런치를 생각한다면 들러보기 좋은 집이다.

강릉을 떠나기 전, 아쉬운 마음에 경포대에 들렀다.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누군가의 명언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걷고 먹고, 걷고 먹기를 반복하며 몸은 생기를 얻는다.

3rd Day Lunch

하지만 지친 위장은 달래고 가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청국장집에 들렀다. 차현희순두부청국장은 냄새 덜 나는 청국장으로 특허를 받은 곳이다.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인이겠지.’ 차현희 대표의 외모를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늘씬한 몸매에 가죽 재킷을 입은 미녀가 나타나 조금 놀랐다. 청국장을 먹으면 저렇게 되는건가? 청국장이 달리 보이고 구매 욕구가 치솟았다. 심지어 청국장 특허는 10여 년 전인 서른 살에 받았다니, 배까지 살살 아픈 듯했다. “어머니 손맛이 좋으시거든요. 우연찮게 식당을 열게 돼 기억을 더듬어 흉내 내기 시작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죠.” 청국장뿐 아니라 정식에 나오는 황태구이 등 밑반찬도 맛이 훌륭했다. “콩은 국산 100%, 채소는 상도 아닌 특품질만 써요. 최고로 좋은 재료를 쓰고, 맛을 내는 건 두 번째죠.” 차현희 대표, 확실히 뭔가 좀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쉽다. 마지막 힘을 발휘해 한 끼 더 먹고 떠나기로 했다. 강릉 성산 쪽으로 대구머리찜을 먹으로 갔다. 원조 논란이 있는 두 집이 있지만, 옛카네이션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대구머리찜은 옛카네이션의 김순남 씨가 개발했고, 지금은 며느리인 도기옥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육수를 낸 뒤 대구머리와 미더덕, 콩나물 등의 갖은 채소, 고춧가루로 만든 비법 양념을 넣어 20분간 쪄낸다. 옛카네이션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시어머니가 꽃을 좋아해서 지은 것이라고. 심심하고 감칠맛 나는 육수와 꼬들꼬들한 대구 머리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남은 국물에 부추와 김을 넣어 비벼 먹는데, 이게 참 별미였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 뒷맛도 깔끔했다.

떠나기 전, 강릉 중앙시장에 들러 기념품을 샀다. 건어물도 몇 가지 고르고, 떡갈비, 아이스크림호떡 등을 맛보며 걸었다. 강릉 시내에는 유명한 옛날 빵집 두 곳이 있다. 두곳의 빵집에 들러 빵을 산 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올리브 미식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싸전은 한자리에서 34년째 운영하고 있는 빵집이다. 경상도식 표현으로 쌀가게라는 뜻. 쌀가게에서 파는 찹쌀, 팥, 밀가루 등으로 만든 빵이라 이름 붙었다. 차로 5분 거리인 바로방은 새벽 6시부터 반죽해서 숙성시킨 빵을 내며, 제과만 50년 넘게 한 정윤면 셰프가 만든다. 명동 뉴욕 제과, 부산 뉴욕, 나폴레옹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 베이커리에서 제과 기술자 생활을 한 뒤 강릉으로 내려온 지 36년째다. 차 안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싸전은 시장에서 파는 친숙한 빵, 바로방은 고급스러운 옛날 빵.물론 둘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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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해장으로 그만인 우럭미역국, 어릴 적 추억의 맛을 되새김질하기 좋은 바로방 빵집, 가성비가 상당히 좋은 폴앤메리 수제 햄버거, 냄새가 덜한 차현희순두부청국장

옛태광식당
미역국 7000원 / 오전 7시~오후 11시 /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350번길 35 / 010-2960-9612

폴앤메리
폴버거 4500원, 에그버거 5500원, 모차렐라치즈버거 6000원 / 오전 9시 30분~오후 10시 /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350번길 33 / 033-653-2354

차현희순두부청국장
정식 1만3000원, 백반 8000원, 모두부 8000원  오전 7시~오후 8시 30분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6-7  033-653-0811

옛카네이션
대구머리찜(중) 2만5000원 / 오전 11시~오후 9시 / 강원도 강릉시 구산길 32 / 033-641-9700

싸전
팥도넛 700원, 슈크림 700원, 찹쌀(3개) 1000원 /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화요일 휴무 / 강원도 강릉시 금학동 74 / 033-642-9056

바로방
야채빵 1500원, 빵 800원, 크로켓 1000원 / 오전 10시 30분~빵 소진 시까지 / 강원도 강릉시 금학동 16-2 / 033-646-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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