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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강릉에서의 2박 3일 PART2

2015년 6월 11일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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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Day Breakfast

아침 일찍 일어나 초당마을에 자리한 동화가든으로 향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운영하는 두부집으로 선교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두부는 검은콩을 넣어 만들어요. 끈기도 덜하고 비싸지만 영양은 엄청 높아요.” 벌써 23년째 두부를 만들고 있는 사장님은 “쉬운 일도 있는데 괜히 두부를 내려서 고생한다”며 웃다가 투덜대고 또 웃기를 반복했다.

초당마을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를 따 지은 이름이다. 수백 년간 대를 잇는 두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초당 두부는 간수로 바닷물을 사용해 짠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동화가든의 순두부 역시 초당 스타일이다. 바닷물을 넣어 굳힌 부드러운 순두부가 더부룩한 속을 부드럽게 달랜다. 갓 나온 모두부는 깻잎지에 싸서 먹고, 심심한 순두부는 간장을 타 먹었다. 모든 음식이 맛깔스러웠지만, 해장에는 칼칼하게 끓인 얼큰 순두부가 제격이었다. 아저씨처럼 땀을 흘리며 먹었다. 참고로 동화가든은 짬뽕순두부의 원조 집이다. 짬뽕순두부는 얼큰순두부가 나오지 않는 점심시간에만 맛볼 수 있다. 채소 국물로 맛을내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사위인 우승원 셰프가 개발했다.(이 역시 놓치기 아까운 메뉴라 결국 점심에 짬을 내 다시 가서 먹었다.)

2nd Day Lunch

아침을 먹고 숙소인 선교장으로 돌아와 산책을 했다. 지난밤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운 고택의 자태를 감상했다. 입구에 있는 연못과 당대의 문인들이 스쳐 지나갔다는 활래정의 어우러짐이 멋스러웠다. 점심 역시 전통 가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먹기로 마음먹었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인 서지초가뜰로 향했다. 5월의 서지초가뜰은 무릉도원과 같았다. 입구엔 복사꽃이 한창이었고, 부드러운 바람이 대나무 밭을 간질이고 있었다. 강릉 창녕 조씨 종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모내기 때 일꾼에게 냈던 못밥과 농한기 때 나눠 먹던 질상 등을 복원해 선보이는 농가 맛집이다. 모밥은 모내기 때 들에서 먹던 음식이며, 질상은 단오가 끝난 뒤 농한기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먹던 것이다. 질상을 주문했는데 가짓수가 엄청났다. 모두 직접 채취하고 기른 것들로 만들었단다. 앞산에서 채취한 흰 민들레는 초고추장에 무치고, 두릅과 오가피순은 장과 함께 냈다. 볍씨 중 가장 좋은 낱알과 호박 오가리, 밤싸래기, 감 껍질, 햇쑥 등을 섞어 쪄 만드는 씨종지떡도 나왔다. 창녕 조씨 가문의 방식으로 만든 영계길경탕도 있었다. 도라지, 영지 등을 같이 넣어 푹 끓인 것이다. 여기에 소나무와 대나무, 오곡, 진달래청을 넣어 만든 송죽두견주를 곁들였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또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 맛을 느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가 적당히 고프지 않으면 정확히 맛볼 수 없다. 카페가 즐비한 안목해변으로 가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커피 맛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전망은 안목해변 내 어느 카페도 따라올 수 없는 할리스 커피로 갔다. 나오는 길엔 케이크와 타르트가 유명한 엘빈에서 딸기치즈타르트와 청포도타르트도 맛보았다. 또다시 먹기 위해 최대한 많이 걷고 떠들며 많은 열량을 소비하려 애썼다.

2nd Day Dinner

그런데 또 엄청나게 먹고 말았다. 옥천동에 자리한 엄지네 포장마차에서 말이다. 지면을 빌려 고백하자면, 기자는 엄지네를 사랑하게 되었다. 엄지네의 꼬막밥을 처음 본 순간 그 엄청난 비주얼에 침샘이 터져버렸고, 꾸리살로 낸 육사시미를 맛본 순간 지금까지 스쳐 지나간 육사시미와의 시간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뻘바지락을 넣어 부친 전을 맛볼 땐 그 고소한 맛에 탄성을 질렀고, 지누아리, 뻘개, 개두릅 등 10여 가지로 구성한 반찬을 보며 ‘이래서 남는 것이 있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그러니까 이 집은, 강릉에 간다면 놓치지 말고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전라도 벌교 출신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강릉뿐 아니라 전국구 제철 해산물을 수급해 맛깔스러운 요리를 낸다. 꼬막은 벌교와 서산, 문어와 도루묵, 소라 등은 강릉의 것을 쓴다. 테이블은 8개 남짓으로 단출하지만 밤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 먹는다. 화요일에 가면 전날 들어온 신선한 소등골, 간 등을 맛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소주로 시작했으니 소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강릉 사람만 아는 숨은 곱창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교동곱창은 특이하게도 100% 예약제로 운영했다. “자리가 남으면 당연히 예약 없이 오셔도 되죠.” 주인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벅적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런 날은 드물 듯, 아예 없을 듯 보였다. 곱창을 예약 시간에 맞춰 구워 놓아 번거롭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당일 잡은 평창의 거세 소곱창만 쓰며, 내피까지 모두 벗겨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곱창 양끝에 마늘을 박아 곱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는데, 곱창 한 조각이 하나의 버터처럼 진한 맛을 냈다. 이 집의 별미는 된장찌개. 애호박 등의 채소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주인장의 어머니 레시피라고. 여기에 볶음밥까지 곁들이면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덩달아 소주는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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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네포장마차의 꼬막밥과 육사시미. 지누아리, 뻘개, 개두릅 등 제철 반찬과 함께 나온다. 인기가 많아 줄을 서 먹는 포장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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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심심한 맛이 특징인 동화가든 순두부, 엘빈의 딸기치즈타르트와 청포도치즈타르트, 강릉 토박이만 아는 교통곱창

동화가든
짬뽕순두부 8000원, 얼큰순두부 7000원, 모두부 7000원 / 오전 7시~오후 8시 / 강원도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77번길 15 / 033-652-9885

서지초가뜰
못밥 1만5000원, 질상 2만원 /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 강원도 강릉시 난곡길76번길 43-9  / 033-646-4430

엘빈
딸기치즈타르트 5500원, 청포도타르트 5500원 / 오전 9시~오전 1시 /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14번길 34-1 / 033-652-2100

엄지네포장마차
바지락전 2만5000원 육사시미 3만원 / 오후 5시~오전 3시(일요일은 자정까지) / 강원도 강릉시 옥천로 47 / 033-642-0178

교동곱창
한우 곱창(1인분) 1만4000원 / 오후 4시 30분~자정(월요일은 오후 6시부터 오픈) / 강원 강릉시 교동 316-5 / 033-64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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