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송년회 대신 작은 홈파티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20년 연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실 와인 선물을 마련해보자.
믿고 선물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추천한 와인 리스트를 준비했다.
1 조셉 페리에 뀌베 로얄 브뤼 Joseph Perrier Cuvee Royal Brut
샴페인은 파티와 선물에 빠질 수 없는 술이다. 그중 조셉 페리에는 인지도와 맛, 어느 한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다른 연도의 샴페인과 혼합해 만든 NV샴페인이지만 피노누아, 샤르도네, 피노 뮈니에로 양조해 풍부한 향과 맛이 매력적이다. 전채 요리뿐만 아니라 생선이나 고기 등 어떤 음식과의 매칭도 훌륭하다. 그래서인지 영국 왕실의 공식 샴페인으로도 선정됐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리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빈의 결혼식에 등장해 더 유명해진 술이다.
by 김형석, 심퍼티쿠시 와인 디렉터&소믈리에
2 테라자스 리제르바 말벡 Terrazas de los Andes Reserva Malbec
매끄러운 텍스처와 부드러운 타닌으로 묵직한 레드 와인을 꺼리는 사람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음식을 곁들인다면 단연 소고기. 집에서 간단히 구운 소고기여도 좋고, 소고기 패티를 넣은 수제 버거도 좋다. 레드 와인의 타닌과 고기의 궁합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는데 실제로 레드 와인의 타닌이 고기의 지방을 부드럽게 하고, 고기의 지방은 타닌의 떫은맛을 중화해준다고 한다. 간단하게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한잔 곁들여보면 말벡이 얼마나 괜찮은 술인지 단번에 이해가 될 거다.
by 박종달, 홍보대행사 트루컴 대표
3 비에티, 랑게 네비올로 페바코 Vietti, Langhe Nebbiolo Perbacco
기분 좋은 체리 향, 장미 향을 시작으로 입 안 가득 꽉 차는 바디감과 혀를 살짝 쪼는 듯한 타닌감으로 제법 가볍지 않은 와인으로 다가온다. 고기나 향이 강한 음식과 매칭하면 좋다. 처음 레드 와인을 시작할 땐 개성이 뚜렷한 네비올로처럼 쉽게 잊히지 않는 품종으로 시작하면 좋다. 이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네비올로 품종을 사용한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 도전해보라. 마음에 쏙 들 거다.
by 박준혁, 콘피에르 대표
4 듀몰, 하이랜드 디바이드 샤도네이 2017 DuMOL, Highland Divide Chardonnay 2017
와인은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이지만 워낙 그 종류와 맛과 향이 다양해 쉽게 고를 수 없다. 특히 상대가 와인 애호가라면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터. 고마운 마음을 담은 선물로 듀몰 하이랜드 디바이드 샤도네이를 추천한다. 백악관 만찬주로 선보이기도 한 듀몰은 프리미엄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해 질 좋은 와인을 만든다. 안정적인 바디감은 깊은 와인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데 한몫한다.
by 김호윤, 라이프 총괄셰프
5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019,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19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이 와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 와인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유명한 와인으로 프랑스 상세르의 전형적인 소비뇽 블랑 못지않게 아로마와 산미의 밸런스가 훌륭한 와인이다. 풀과 과실 향의 풍부한 아로마는 물론, 너무 가볍지 않고 드라이한 구조감은 어떤 음식이랑 매칭해도 마리아주가 괜찮다. 특히 해산물이나 회랑 잘 어울리는데 요즘 석화가 나오기 시작해서 함께하면 훌륭한 조합이 된다.
by 박종민, 메종 바카라 서울 마케팅 차장
6 스포르톨레티, 빌라 피델리아 비안코 2016 Sportoletti, Villa Fidelia Bianco 2016
진하고 드라이한 와인은 입문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터. 그럴 땐 적당히 부드럽고 산도 있는 빌라 피델리아 비안코가 제격이다. 샤르도네와 그레케토를 반반씩 블렌딩해 숙성한 와인으로 황도 복숭아, 졸인 배와 아몬드의 향기를 갖고 있다. 크림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아 편하게 마시기 좋다. 은은하고 산뜻한 여운을 남겨 생선 카르파초나 버터에 부드럽게 익힌 생선과 잘 어울린다.
by 이태우, 에비던스 총괄셰프
7 도멘 드 라 자나스, 꼬뜨 뒤 론 Domaine de la Janasse, Côtes du Rhone
프랑스 남부 지방의 블렌딩된 레드 와인이다. 체리나 블랙커런트 같은 잘 익은 과실 향과 초콜릿, 후추와 같은 향신료와 오크 향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중간 정도의 산도, 부드러운 타닌으로 좋은 구조감을 이룬다. 미디엄 바디의 밸런스가 특히 좋은데, 와인의 요소들이 튀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어 와인 입문자들이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다. 현재 익선디미방, 익선잡방, 독립밀방의 와인 리스트에 모두 포함돼 있으며 가격이 비싸진 않지만 밸런스가 좋아 대부분의 요리와 잘 어울린다.
by 이상훈, 익선디미방, 익선잡방, 독립밀방 오너셰프
NATURAL WINE
1 데이와인스, 티엔티 Day wines, TNT
미국 오리건에서 만든 내추럴 와인이지만 특이하게도 우루과이에서 주로 생산되는 타나Tannat 품종으로 만들었다. 잔을 가득 채우는 보랏빛 컬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개성을 감지할 수 있다. 짙은 베리 향과 다양한 스파이스가 뒤엉켜 독특한 아로마를 완성하며, 강한 타닌이 거친 듯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맛을 선사한다. 변화무쌍한 맛의 변주가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묘미이듯 와인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연말의 BYOB(Bring Your Own Bottle) 모임에 가져가보면 어떨까?
by 류예리, <열두 달의 와인 레시피> 저자
2 꼬스타띨라, 모즈 Costadilà, Móz
와인에 식견이 없는 사람이나 내추럴 와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과 만날 땐 늘 오렌지 와인을 추천한다. 오렌지 와인은 레드, 로제, 화이트로 제조되는 컨벤셔널 와인과 달리 내추럴 와인에만 존재하는 카테고리다. 와인이 오렌지색을 띠는 이유는 화이트 품종을 레드 와인 제조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 대부분 씨와 줄기까지 제거하지 않고 만들어 과실 향이 풍부하고 맛이 복합적이다. 꼬스타띨라의 모즈는 마시는 내내 맛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맛과 향 모두 경쾌하게 즐길 수 있어서 한 번 맛보면 누구나 사랑에 빠질 것이다.
by 심승규, 차리다 스튜디오 디렉터
3 구트 오가우, 에메람 Gut Oggau, Emmeram
오스트리아 구트 오가우 가족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와인으로 와인마다 성향과 성격을 의인화해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은 개성 있는 라벨로 유명하다. 심지어 빈티지에 맞게 라벨의 초상화도 같이 늙어간다는 점도 재밌다.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 특유의 리치나 꽃, 머스크 같은 화려한 향기가 처음 짙게 느껴지지만, 점점 은은하게 퍼지는 퍼포먼스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물론 바디와 산미도 조화롭다. 내추럴 와인만의 개성 있는 라벨과 맛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by 임상진, (주)데일리비어 대표
4 요헤 Johe
최근 마신 와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와인이다. 개인적으로 묵직하고 산미가 강한 와인보다는 가볍고 섬세한 피노누아를 좋아하는 편이다. 요헤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전통을 가진 테누타 뷔리오네에서 만든 내추럴 와인인데 피리미티보의 진득함과 알리아니코의 산뜻함이 적절히 블렌딩되어 아주 매력적이다. 다양한 아로마도 흥미롭고.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좋아서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만족시키기 충분한 와인이다.
by 위승준, GFFG 마케팅 팀장
5 몽가르다,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브뤼 Mongarda,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내추럴 와인 가운데 산뜻한 스파클링 와인을 찾고 있다면 몽가르다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브뤼를 추천한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지역에서 어떤 화학 성분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만으로 만든 와인이다. 맛은 드라이하지만 부드러운 거품을 가지고 있어 부담 없이 걸스나이트에 즐기기 좋다. 흰 꽃과 아몬드 아로마 풍미가 돋보이며 가볍게 부라타나 모차렐라 치즈와 잘 어울린다.
by 이영지, 위키드와이프 대표
6 벨로티 볼 2019 Bellotti Boll 2019
한국에 들어오는 다수의 내추럴 와인 펫낫은 완성도가 떨어져서 저렴한 카바보다도 퍼포먼스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벨로티 볼은 그런 인식을 깨주는 고급스러운 펫낫이다. 구조감과 버블 그리고 긴 여운. 깔끔한 마무리는 정말 최고다. 심지어 와인메이커 스테파노 벨로티가 마지막으로 남긴 귀한 와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벨로티 볼을 마시면서 행복하게 연말을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
by 마티아스 코헨 아크닌, 카보드 대표
7 라 그라뻬히, 아도니스 La Grappeire, Adonis
우연한 기회로 참석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 수입자 대표 및 종사자들이 모이는 자리임에도 극찬을 받은 와인이다. 보통 로제 와인으로 만드는 루아르의 천연
기념 품종 중 하나인 피노 도니Pineau d’Aunis에서 가끔 특이하게 레드 와인이 나오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도니스다. 체리와 야생 베리류의 와일드하고 프레시한 향, 허브 뉘앙스의 스파이시한 풍미로, 가볍고 경쾌한 산미와 감칠맛을 전해준다.
by 최찬, NM서울 매니저
8 도멘 르 헤장 에 랑쥬, 포즈카농 후즈 2019 Domaine Le Raisin et L’ange, Pause Canon Rouge 2019
내추럴 와인에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즈카농 후즈를 꼭 마셔볼 것. 이번 와인은 섬세한 기포가 들어간 펫낫 형태로 출시됐다. 와인 자체에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퓨어함과 밸런스가 좋아 내추럴 와인 입문자와 마니아 모두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차갑게 해 주스처럼 홀짝거리기도,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by 진정훈, 다경 대표
edit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편집부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