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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A BURGER&CAFE

2020년 12월 21일 — 0

하동으로 귀촌한 일곱 청년이 의기투합해 하동 최초의 수제버거집을 열었다.
누가 하동까지 가서 재첩이 아닌 햄버거를 먹겠냐는 걱정은 접어두시라.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맛과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하동, 햄버거, 고하버거
왼쪽부터 정상희, 정선영, 고수연, 최준호, 안효진 씨. 다른 일정으로 촬영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김준영, 김경호 씨도 하동으로 귀촌한 청년 멤버다.

이제 절반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인구 5178만 명 중 2589만 명, 정확히 50%에 해당하는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에 거주한다. 수도권 선호 현상이 극에 달한 이 시점에 서울의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땅끝, 하동군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젊은 청년들이 있다. ‘말은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서울로 가라’는 옛말을 무색하게 할 일곱 청년의 의기투합. 이들이 수제버거집 ‘고하 버거&카페’와 게스트하우스 ‘고하re’의 문을 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고하 버거&카페의 최준호 대표와 고하re를 운영하는 아내 안효진 씨의 결심이 그 시작이었다. 여행에서 맺은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질 만큼 부부는 도전을 즐긴다. 외진 강원도에서도 전주에서도 태안에서도 게스트하우스와 수제버거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전력이 있다.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여행을 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혼하고 애를 낳다 보니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안효진 씨가 하동으로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왜 하동이었을까? “지리산과 인접한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3개월 정도 하동의 여러 동네를 찾아다녔어요.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진 화개면보다는 고전면이 마음에 들었고요. 뚱딴지같지만 제겐 발길이 적은 지역이 개척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준호 대표에겐 고령화가 심해진 지방의 안타까운 현실도 마음에 걸렸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편중됐다는 건 지방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는 출산율까지 가세하니 지방은 자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다. 도전 욕구와 안타까운 마음은 다른 청년들에게도 전해졌다. 각박했던 도시 생활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인의 지인들까지 합세했다. 최준호·안효진 부부와 부산과 대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정선영, 김경호 씨에 더불어 고수연, 김준영, 정상희 씨는 일종의 ‘경제공동체’를 꾸려보기로 뜻을 모았다. 각자의 재능을 십분 활용해 하동군 고전면 미곡창고를 개조한 수제버거집과 카페, 그리고 별도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는 저 먼 시골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귀촌 청년들은 수제버거집과 함께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파티시에로 일하던 고수연 씨가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인다.

대도시에서 촌락으로 돌아간다는 귀촌이 한두 해 만의 화두는 아니다. 오래전부터귀촌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돼 왔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내 고향, 내 터전이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더더욱 힘들다. 반대로 새로운 삶을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른다. 좋은 사례가 바로 하동에 생겨났다. 청년들은 하동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소규모 경제공동체로서 더 큰 지역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각종 특산물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돕기 위해서다. 지역 테마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형 투어도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여 도심이 아닌 곳에서의 생활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일들이 차근차근 실행으로 옮겨지고 이에 공감해주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일곱 청년과 같은 또 다른 청년들이 서울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형태는 수제버거집이요 본질은 공동의 안녕이니, 고하 버거&카페는 우리나라에 부는 새로운 바람이 아닐 수 없다.

하와이언 샐러드 버거와 고하 베이컨 치즈 버거. 이외에도 고하 버거&카페에선 최준호 대표가 직접 개발한 맛있는 8가지 버거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고하 버거&카페

일곱 청년이 합심해 문을 연 수제버거집이자 카페다. 태안에서 수제버거집을 운영해왔던 최준호 대표가 완전히 새롭게 메뉴를 구성했다. 귀촌한 청년들이 매일 아침 100% 소고기 패티를 만들고 직접 개발한 특제 양념을 이용해 버거를 만든다. 칠리로제 버거는 크림을 베이스로 고소한 맛에 약간 알싸한 맛을 추가했고 하와이언 샐러드 버거는 버거지만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게 요구르트 소스가 들어가 있다. 들고 먹는 게 아니라 재료들을 흩트려서 먹는 재미가 있다. 기본 시그니처 메뉴인 고하 치즈 버거, 더블 치즈 버거, 베이컨 치즈 버거 역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스가 들어간다. 특히 인상적인 메뉴는 모짜렐라 치즈 버거다. 모짜렐라 치즈가 버거를 완전히 감싸 어떻게 먹어도 치즈 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사실 최준호 대표는 메인 메뉴로 ‘텍사스 바비큐’를 준비했다. 청정 지역이었던 하동에도 코로나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좀 더 간편한 수제버거부터 선보인 상황이다. 잠시만 기다려보자. “바비큐라는 게 적은 양은 만들 수 없어 멈춘 상태지만 코로나가 안정되면 곧 선보이려고 해요.” 땅끝 하동에서 만나는 개성 있는 수제버거에 이어 텍사스 바비큐까지 선보이면 젊은 청년들의 음식이 지역에 더 큰 활력을 불어올 테다.

주소 경남 하동군 고전면 하동읍성로 571
운영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8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5시), 화·수요일 휴무
연락처 010-7348-0555


2022 하동 세계차 엑스포

하동 전통차 농업의 우수성과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2022 하동세계차(茶)엑스포’가 2022년 5월 5일부터 6월3일까지, 30일간 하동스포츠파크와 하동야생차 문화 축제장에서 개최된다. 차 산업을 집약한 국제관을 비롯해 수출 홍보관 등 10개의 전시관이 운영되며 ‘월드 티 포럼’, ‘세계 다인 교류의 밤’ 등 120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dit 곽봉석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