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People

박세리는 여전히 현역

2020년 12월 14일 — 0

그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있을까?
1998년 LPGA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IMF로 상실감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 준 선수.
한국인 최초로 LPGA와 세계 명예의 전당에 동시 입성하며 당당하게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박세리에게 은퇴란 없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현역 박세리일 뿐.

Achievement

한국 최초로 LPGA와 세계 명예의 전당에 동시에 입성했다는 사실은 저력을 증명한다. 여성 골퍼로서 박세리가 보여준 도전 정신은 수많은 ‘세리 키즈’를 낳았고,
박인비 선수도 그중 한 명이다. 박세리의 꿈이 곧 박인비의 꿈이기도 했다. 박인비 선수는 세리 키즈 최초로 2016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아침은 먹고 왔어요?
베이컨하고 빵으로 간단하게 먹었어요. 선수 시절엔 아침에 워낙 바빠서 간단하게 먹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요즘 방송이든 유튜브든 안 나오는 데가 없어요.
골프 관련된 일도 많고 인터뷰도 있고 강의도 꽤 많이 했는데, 요즘엔 방송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긴 하죠.

카메라에 거부감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다만 워낙 알려지다 보니까 감정 표현이 너무 솔직할까봐 걱 정되는 면은 있어요. 운동선수들은 싫은 걸 좋다고 잘 못하잖아요.

인스타그램은 그래서 편한가 봐요. 마음껏 솔직할 수 있으니까.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소통 위주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팬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일상을 찍어서 올리면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좋더라고요.

여전히 바빠요. 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은퇴를 생각할 땐 그랬죠. 선수 생활을 워낙 오래해서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쉬려고 마음 먹었는데, 워낙 바쁘게 지냈던 습성이 있어서 그런지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거 같아요. 바쁘게 사는 게 즐거운 사람인거 같기도 하고요.

“폭립은 후추랑 소금만 뿌려서 구우면 돼요. 미국 생활 할 때 정말 많이 해 먹었어요. 미국에선 자급자족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박세리는 미국에서 즐겨 먹었다는 폭립과 삼겹살칠리타파스를 만들며 연신 고기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2016년 마지막 경기를 봤어요.
쉽진 않았어요. 언제 은퇴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운이 좋 게도 꿈을 이룬 사람이 됐네요.(웃음) 가장 큰 목표를 이뤘잖아요. 하지만 선수라면 언젠가는 은퇴해야 해요. 골프가 제 평생의 직업이 될 수 없는 걸 잘 알았죠.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골프 인생 최대의 목표가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거였거든요. 솔직히 이룰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승을 많이 했다고만 해서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함께 올라갔어요. 정말 어려운 걸 한해에 이뤄냈죠.

허전하기도 했을 거 같아요. 목표를 다 이뤘잖아요.
그럴 리가요. 사람 욕심은 끝도 없어요.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던데요?(웃음) 오히려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갖고 싶다는 새로 운 목표가 생겼죠. 욕심이 과해지면 과해졌지 절대로 줄진 않더라고요.

바즈 인터내셔널을 설립한 것도 목표와 욕심 때문일까요?
그런 셈이죠. 골프를 시작하면서 제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달려가다 보니 누군가의 꿈이자 희망이 되어 있더라고요. 은퇴하고 나서 생각해봤어요. 후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내 꿈을 따라와 준 후배들을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거죠.

세리 키즈들을 더 많이 양성하고 싶다는 의미인가요?
골프에 있어선 우리 후배들 실력이 세계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지만, 다른 스포츠에서도 더 좋은 성적과 더 좋은 기량을 펼쳤으면 좋겠더라고요. 운동선수라면 갖게 되는 당연한 바람과 욕심인 거 같아요.


Delight

즐거움이 곧 행복이다. 박세리가 말하는 삶을 사는 원동력이다. “더 멀리 나아가고,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지금 앞에 놓인 즐거움을 착실히 따라가다 보면 결국 행복한 게 아닐까요?” 오늘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세리는 즐겁고 행복하다.

정확히 어떤 사업이에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동시에 이뤄지는 일종의 스포츠 아카데미예요. 전문가들이 학교에 있으면서 선수들이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는 거죠. 요즘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도 많이 하니까 영상 콘텐츠도 제공하고요. 해외에서도 영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죠.

계획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렵잖아요. 좀 더딘 것도 있지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문제없이 잘되고 있어서 정말 고맙죠.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방송에서 사람들과 있을 때 더 즐거워 보여요.
워낙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해요. 특히 맛있는 걸 여럿이 함께 먹는 걸 좋아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거 같아요. 짧은 시간이라도 대화하면서 하하 호호 웃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워요. 전 즐거운 게 행복한 게 아닌가 싶네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후추를 많이 뿌리는 박세리의 모습에 모든 스태프가 놀랐다. 박세리에겐 음식에 있어 간하고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바게트에 칠리 플레이크로 양념한 삼겹살을 정성스레 올리는 박세리의 모습에서 완성된 음식에 대한 기대가 다분히 느껴졌다. “삼겹살은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삼겹살칠리타파스에 사용되는 바게트도 넉넉히 준비했다. “혼자 다 못 먹겠는데? 이따 다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박세리가 말했다

즐거워서 행복하다?
다들 행복을 찾으려고 멀리 보고 더 많은 걸 원하잖아요.

뭔가를 이뤄야 하고 뭔가를 가져야 하고.
맞아요. 다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으면 그게 즐겁고 행복한 거 잖아요. 햄버거 하나라도 맛있게 먹으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즐겁잖아요. 선수 생활 하면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을 보내지 못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 그렇더라고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긴 했죠.
훈련해야 하고 대회 준비해야 하고 몸관리도 해야하고. 정해진 시간대로만 움직여야 했어요. 은퇴하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더라고요.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여유가생기면뭐해요?
집에서 아무것도 안해요.(웃음) 요즘은 일 때문에 서울에서 더 많이 생활하지만 하루 이틀 여유가 생기면 대전 집에 내려가서 우리 강아지들하고 놀아요.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종일 변 치우고 간식 주고 놀아주는 게 좋더라고요. 아니면 부모님과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요.

무던한 성격이 부러워요.
선수 시절에 그 흔한 징크스 하나 없었어요. 보통 선수들은 대회 전에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는데, 전 없었거든요. 컨디션 조절하기 위해 자는 시간만 충분하게 갖는 정도였어요.

신발 끈을 왼쪽부터 묶어야 한다든가.
(웃음) 그런 거 없어요. 전혀. 그런 거 다 하려면 제정신으로 운동 못해요.(웃음)


Continuation

드러내지 않아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자부심과 박세리의 커리어. 박세리는 사람들이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에 더 많이 관심을 갖길 기대하며
방송과 유튜브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또 스포츠 아카데미 회사의 대표로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지 못했지만 내년에 올림픽이 열린다면 골프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박세리를 만날 수 있다.

웃을 때 정말 보기 좋아요.
제가 운동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를 지인들은 잘 알아요. 잘 모르는 분들은 운동할 때의 이미지만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지인들은 방송 볼 때마다 불안 불안하대요.(웃음)

돌이켜보면 언제가 제일 즐거웠어요?
힘들고 어려웠던 건 있지만 매번 즐거운 거 같아요. 골프선수일 때도 감독일 때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일을 하면서도 즐 거워요. 집에 있으면 있는 대로 즐겁고요.

오늘 촬영과 인터뷰도 즐겁겠죠?
그럼요. 재밌어요. 이러면서 몰랐던 걸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전엔 운동 말곤 배울 기회가 많이 없었잖아요. 최근에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즐거워요.

통이 큰 건 집안 내력이라고 들은 거 같아요.
저희 아빠랑 엄마도 그렇고 가족이 다 똑같아요. 음식을 하더라도 적은 양을 못해요. 한 끼 먹을 건데도 며칠은 먹을 양을 하거든요.(웃음) 사람들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항상 넉넉하게 해요. 한두 개는 못 사는 스타일인 거죠. 가족 모두 다.(웃음)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요?
육류는 다 좋아요.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고 그다음 소고기. 특히 스테이크를 좋아하죠.

방송에서 보니까 술도 좋아하던데요.
원래는 안 좋아했는데, 은퇴하기 얼마 전부터 맥주 한 잔, 와인 한 두 잔, 이런 식으로 마시기 시작했어요. 주량은 세지 않지만 애주가예요. 대신 술 그 자체보다 음식과 함께 즐기는 게 좋더라고요.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아니고.
어우. 그렇겐 못 마셔요. 그렇게 먹으면 변기하고 씨름해요.

그런데 냉장고에 술이 그렇게 많아요?
항상 채워 넣으니까요.(웃음) 하나 마시면 하나 채워요. 비어 있는 게 싫더라고요. 넉넉히 채워져 있으면 좋잖아요.

박세리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도 웃게 만든다. 뭐가 더 잘 나오느냐며, 타파스와 와인 잔을 번갈아 손에 들었다.

오늘 직접 만든 음식은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폭립은 미국에서 워낙 자주 해 먹었어요. 한국에 서도 가끔 해 먹어요. 소금하고 후추만 뿌려서 오븐에 구우면 끝이거든요. 아니면 갈비찜처럼 양념한다든가. 삼겹살은 뭐 말할 것도 없잖아요.(웃음)

두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요.
폭립은 맥주랑 먹으면 가장 맛있어요. 삼겹살칠리타파스 는 와인이랑 먹어도 되는데 굳이 와인이 아니어도 한국식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짭짜름해서 맥주랑 잘 어울려요.(웃음) 친구들하고 맥주 마시면서 먹으면 가장 좋을 거 같네요.

맛에 민감한 편은 아닌가 봐요.
맛이 없으면 안 되죠. 그런데 음식은 솔직히 간이에요. 간하고 온도가 중요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온도가 안 맞으면 맛이 없어요. 너무 차거나 뜨거우면 맛 자체를 잘 못 느끼잖아요.

서울 집은 어느 동네예요?
용산이에요. 서울에서 호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까 불편하더라고요. 빨래는 맡기면 되겠지만 대전에 옷을 가지러 내려갔다 오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가는 거랑 호텔 들어가는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요. 피곤할 땐 바로 집에 가서 간단히 먹고 쉬고 싶은데 호텔에서 잘 땐 피곤해도 꼭 저녁을 먹고 들어가야 하니까 집이 필요했어요.

앞으로 계획하는 게 궁금한데요?
오랫동안 꿈꾼 프로젝트가 있어요.(웃음) <내일의 영웅>이라고 하는 스포츠 오디션 프로그램이에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그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도 많고요. 원석을 찾아서 보석을 만들기 위해서 구상했는데, 곧 시작될 거예요.


Pork Ribs

박세리의 취향에 맞춰 향신료로 강하게 마리네이드한 폭립이다.
다양한 향신료를 블렌더에 갈아 립에 골고루 바른 뒤 30분 이상 재운 다음, 오븐에서 180분 천천히 오래 구워 완성했다.
푸짐한 돼지고기 요리로,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라거 맥주와 함께 즐기면 가장 맛있다는 박세리의 ‘최애’ 음식이다.


Pork Belly Chilli Tapas

칠리 플레이크와 파프리카 가루로 향을 입힌 삼겹살을 구워 바게트 위에 올렸다.
그 위로 살짝 태우듯이 구운 할라페뇨를 함께 올린 뒤 레몬 제스트를 뿌려 완성했다. 홈파티를 할 때 간편하지만 식사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핑거 푸드 메뉴.
박세리가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로 만들었다.


edit 이유나
text 곽봉석
photograph 류현준
cook & styling 밀리(스튜디오 밀리)
assist 이하영, 신동찬
place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쇼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