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리 바텐더 대회를 석권한 우승자.
지금 가장 주목받는 바 참의 헤드 바텐더. 이동환은 천생 바텐더가 틀림없다.
바텐더Bartender? 믹솔로지스트Mixologist? 이름 이야 부르는 사람 마음이지만 스스로는 바 전반을 돌본 다는 본래 의미의 ‘바텐더’로 불리고 싶다. “의미대로 바에서 손님을 맞고 술을 고르며 칵테일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잖아요.” 서촌의 재밌는 공간, 바 참Cham의 헤드 바텐더를 만나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동환 바텐더는 ‘2018·2019 월드 클래스 코리아’ 톱 10, ‘2019 아시아 캄파리 바텐더 대회’ 우승을 차지한 유망 바텐더. 올해는 다시금 캄파리 바텐더 글로벌 컴피티션 대회를 석권했다. 바텐더계의 뜨거운 감자랄까?

말 한마디로 바텐더의 자부심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드러냈다. 나긋나긋 편안하되 유려한 말솜씨.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절제돼 있지만 현란한 동작. 바텐더로서 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전부터 말이다. 자기 직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정확했다. 타고난 건 아니다. 이동환 이란 사람이 바텐더가 된 계기가 있다. 예술 중·고등학 교를 졸업하고 미대에 진학한 평범한 대학생으로 성인을 맞았다. “그림만 그려왔고 당연히 작가가 될 거로 생각해왔는데, 20대 초반부터 세상 경험을 하고 싶은 거 예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처음 식음료와 관련된 일을 시작한 건 호텔이었다. 여의도 콘래드에서 서버로 일을 하다 사이드 잡으로 시작한 게 와인이었다. 술에 흥미가 생겼다. 우연히 들른 바에서 마주한 바텐더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이런 공간 에서 일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경리단길의 ‘칼로앤디에고’에 이어 연남동의 ‘올드패션드’와 홍대 라이즈 호텔의 ‘사이드 노트 클럽’에서 경력을 다졌다. 2018년 새로 오픈한 참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본인이 직접 ‘바텐더계의 이직의 아이콘’이라고 말할 만큼 다양한 곳을 거쳤지만 지금은 참에 정착한 셈. “라이즈 호텔에서 일하고 있을 때 업계 선배가 바를 새로 오픈했다고 해서 찾아갔어요. 구경도 하고 인사도 할 겸 참에 갔는데 임병진 바텐더 특유의 친절한 접객은 물론 같은 업계 사람이자 후배인데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그 시간 자체를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주시는 거예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많은 바텐더가 존경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죠.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지금 일하는 거 괜찮니?’ 너무 좋았어요. 같이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갔고 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바텐더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것만이 일의 전부가 아니다. 이동환 바텐더는 기상하자 마자 날씨와 뉴스를 확인한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손님과의 대화가 원활하다.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좀 힘들지만 개봉하는 영화들을 챙겨 보는 건 기본이고 전시나 공연도 최대한 빠짐없이 보러 다닌다. “일부러 대화하려고 보는 건 아니지만,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추천을 받기도 해요. 요즘 어떤 전시가 좋더라, 어떤 영화가 재밌더라. 다양한 분들이 오시니까 대화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소양이 높아지는 면도 있죠.” 내성적인 바텐더는 없는 걸까? 문득 궁금했다. 일하는 내내 손님을 마주봐야 하는데, 그런 성격이라면 손님의 ‘술맛’을 올리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진 않아요. 상상하시는 전형적인 모습들. 손님에게 유려한 말솜씨로 응대하는 모습. 그런데 바텐더가 가장 매력적일 때는 자기 자신일 때거든요.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내성적이라고 해도 그 캐릭터 가 매력적이라면 손님들이 찾거든요. 언어적인 표현보다 비언어적인 제스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에 퇴근하는 일정, 서서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 술을 만들고 제안 하는 일, 술에 대한 끝없는 공부, 새로운 메뉴 개발까지. 바텐더가 쏟아야 하는 노력은 여느직업과다를게없다.“새로운칵테일도클래식칵 테일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변주하는 거죠. 쉽게 구할 수 있는 주변의 재료들을 이용해서. 바텐더들은 자신이 사는 곳 주변의 마트나 바 주변의 마트들을 자주 돌아다녀봐요.(웃음)” 쉴 때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방문해 플레이팅은 어떻게 하는지, 혹은 어떤 색다른 식재료를 활용하는지, 또 손님 응대는 어떻게 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체화한다.
1940년생으로 50년간 바텐더로 일해온 한 노장 바텐 더는 47년간 요가를 해왔다고 했다. 이동환 바텐더 역시 출근하기 전 복싱으로 체력을 다진다. 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직업인 탓에 밀크시슬도 챙겨 먹는다. 좋아서 하는 일이어도 먹고사는 문제는 배제할 수 없으 니까. “밤에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계속 서 있잖아요. 가만히 서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움직여야 하고요. 셰이킹하는 동작들이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요.(웃음) 침 을 맞거나 도수치료를 받는 바텐더들이 많죠. 젊었을 때부터 관리를 해야 돼요.”


사실 이동환 바텐더를 만난 곳은 참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가오픈 영업을 시작한 바 뽐Pomme에서였다. 참의 두번째 공간으로 참의 아쉬웠던 점을 장점으로 바꿔 새로 오픈한 곳이다. 콘셉트를 구체화시켜 나가는 중이다. 이동환 바텐더는 뽐의 음료 디렉팅, 서비스 관리까지 병행하고 있다. “뽐이란 말은 프랑스어로 사과 예요. 과일, 허브, 향신료처럼 식물을 베이스로 만든 술을 위주로 리스트를 짰죠. 참은 한국 술과 위스키의 비중이 높다면 뽐은 진이나 깔바도스, 꼬냑, 테낄라와 같이 개성이 강한 술이 메인이에요.”

재밌는 건 뽐의 운영 시간이다. 지금은 가오픈 중이어서 오후 6시에 문을 연다. 정식 오픈 후에는 낮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오후 2시에 문을 열고 새벽 2시에 문을 닫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 단계로 격상됐을 때 참에서 일종의 실험을 해봤어요. 낮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했죠. 의외로 많은 분이 찾아주시더라고요. 노트북을 들고서 일하며 한잔 즐기 시는 분도 계셨고요.” 뽐은 지상을 고집했다. 창문으로 낮 시간대의 볕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다. 영업시간에 맞춰 가벼운 스낵류도 준비했다. 뽐에는 오이 샌드위치, 버섯 샌드위치, 마리네이드한 여러 가지 안주 될 만한 것들도 잘 구비돼 있다. 주정강화 와인이 테이스팅 코스로 즐길 수 있게 준비돼 가볍게 맛을 보기에도 좋다. 또 4인 이상은 함께 방문이 어려웠던 참과 달리 최대 8명까지 앉을 수 있도록 바 좌석 외에 테이블 좌석도 더 많다. 이동환 바텐더가 뽐에 대한 팁을 전했 다. “다채로운 개성의 아마로를 이용해 복잡하면서 미 묘한 맛을 가진 칵테일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뽐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실 거예요.” 참고로 뽐은 12월 1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ROOM WITH A VIEW
룸 위드 어 뷰
—알코올 약 15%
—캄파리+라임즙+심플시럽+토닉워터
REQUEST
술은잘못하지만왠지즐겨보고싶은기분이드는날.
거부감없이마실수있는칵테일.
“쌉싸름한 뉘앙스를 가진 리큐어인 캄파리가 베이스예요. 여기에 신선한 재료가 더해집니다. 비터한 오렌지와 자몽, 감초와 같이 재미있는 향신료의 캄파리 맛에, 라임의 시트러스한 향과 소다가 주는 청량감이 뒤따라오기 때문에 알코올 맛이 느껴지긴 해도 부담 없이 꿀떡꿀떡 마시기 좋죠.”
NEGRONI
니그로니
— 알코올 약 30%
— 진+캄파리+마티니 버무스
REQUEST
기분 좋은 술. 조금은 짜릿한 맛도 함께 느껴지는 맛.
취기도 금세 오를 수 있는 칵테일.
“식물성 진의 시트러스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을 베이스로,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의 버무스 향을 입힌 술이 들어가요. 허브와 스파이스의 뉘앙스가 연결됩니다. 캄파리도 함께 들어가주고요. 쌉싸름한 뉘앙스, 첫맛과 중간 맛과 끝 맛이 다 달라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실 거예요. 취기도 금방 오르죠.”
edit 곽봉석
photograph 박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