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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입은 흙

2020년 11월 19일 — 0

공예가 권재우는 과감하고 아름다운 색이 더해진 도자를 빚는다.

아름답고 선명한 도자
크고 작은 철공소가 모여 있는 문래동 골목. 그곳에서 도자를 빚는 권재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어두운 벽돌이 돋보이는 외관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아늑한 작업실이 나온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새하얀 벽을 배경으로 작은 전통 물레와 커다란 가마, 흙을 반죽하는 기계, 그리고 초벌을 마친 도자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흐트러짐 없이 단아하다. 2층은 쇼룸으로 유리 선반과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깔끔하고 간결한 공간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닮았다. 화려한 장식 없는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권재우 작가의 작품은 ‘색’다르다. 초록, 파랑, 노랑, 분홍 등 대부분의 도자작품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색이 돋보인다. 직접 만드는 유약 덕분이다. “도자 유약은 물감과 달라서 의도한대로 색이 나오기 힘들어요. 중요한 건 색의 조합과 바르는 방식입니다.” 오랜 연구를 거쳐 제작한 유약은 작품에 입혀져 소성하며 빛을 발한다. 레오퍼드 패턴이나 물감이 물에 퍼지는 듯한 번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같은 표현과 도자 같지 않은 독특한 질감까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권재우 작가는 전통 물레 기법으로 심심한 곳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식기와 오브제를 만든다.
작업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권재우 작가. 물레의 페달을 발로 밟아가며 작품을 성형한다.

손맛이 더해진 멋
올해로 5년. 대학에서 도자 공예를 전공한 권재우 작가는 만질 때마다 변하는 흙의 매력에 빠졌다. “항상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게 도예의 재미죠.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좇고 싶어 한다잖아요. 공예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업이니 자연스레 끌린 게 아닐까요?” 작업은 전통 물레를 이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도예 기법이지만 길고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통 물레 성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예는 손맛이 들어가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오기 때문.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제 의도와 표현을 알아보고 느낄 수 있을지 걱정도 돼요. 그럴 때마다 더 겸손하고 꾸준한 자세를 가지려 노력합니다. 도자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제게는 원동력이고 영감이에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 합니다. ”식기와 오브제 외에 핸드 빌딩 기법을 사용한 다른 분야도 도전하고 싶다는 권재우 작가. 밋밋한 식탁 위에 하나만 올려놓아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식기처럼 커다란 조형물에 입혀 진 색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해본다.

얼마 전 공사를 마친 권재우 작가의 작업실, 2층 쇼룸의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 작가의 작품을 닮았다.

edit 김지현
photograph 박다빈